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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감독 "현실이 영화 앞지를까 걱정"
2010-06-22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영화가 완성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약간 걱정했던 것은 과학이 앞서가서 영화가 나오기 전에 영화보다 훨씬 앞선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아무도 '드렌'을 만들지 않았지만요. 아마도 북한의 비밀연구소에서 만들지 않았을까요? 하하."

다음 달 1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스플라이스(splice)'는 연속된 정육면체 방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 '큐브'(1997)로 유명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신작이다.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애드리안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는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의 DNA를 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스플라이스는 두 개의 밧줄 가닥을 하나로 엮은 것을 뜻하는 단어다.

이들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한 이 생명체를 드렌이라고 이름 짓고 급격히 빨리 성장하는 드렌을 보살피며 관찰한다.

영화 홍보차 내한한 나탈리 감독을 22일 종로구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사진 촬영을 위해 드렌 캐릭터 인형과 입을 맞추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도'처럼 팔다리를 벌리고 스스로 바닥에 누울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나탈리 감독은 프랑켄슈타인과 그리스 신화를 결합한 것 같은 이 영화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했던 실험을 보고 영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15년 전 등에 사람 귀를 단 쥐의 사진을 봤습니다. 파워풀한 이미지였죠. 그 안에 영화가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려서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시나리오 초고가 나온 1998년부터 계산해도 12년이 지났다.

그는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현실이 영화보다 앞서나가기도 했다"면서 "영화 촬영에 들어갔던 2007년 영국에서는 인간과 동물을 결합하는 게 합법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플라이스'를 만들면서 제임스 웨일 감독의 1931년작 '프랑켄슈타인'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은 클라이브와 엘사가 여기저기서 DNA를 채취해 특이하고 새로운 생명체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영화에서 프랑스 출신 모델 겸 배우 델핀 샤네크가 연기한 드렌은 컴퓨터그래픽을 더해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됐다. 나탈리 감독은 드렌에 대해 그로테스크한 인물이 아니라 이상하게 아름답고 우아한 캐릭터로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효과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후반 작업할 시간이 14개월이나 있어 여유롭게 했는데 스위스 시계를 만드는 것 같이 정밀한 작업이었다"고 소개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자란 그는 미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든 적은 있지만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영화를 만든 적이 없다.

그가 충격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내놓는 것도 그 때문일까.

"제가 관객 입장에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반항적이고 규율을 따르지 않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스플라이스'도 성적인 요소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난색을 보여서 프랑스-캐나다 합작 영화가 됐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성적 요소가 오히려 흥행에 도움이 될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성적 묘사를 직접적으로 한 이유에 대해 "내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라면서 "금기시되는 것, 환상적인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탈리 감독은 차기작으로 여러 편을 구상하고 있다.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펑크 소설 '뉴로맨서'와 J.G. 밸러드의 소설 '하이 라이즈(High Rise)' 등을 영화화할 생각이다.

그는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늪지의 괴물'이라는 영화로 만들었던 만화 '스왐프 씽(Swamp Thing)'도 다른 방향에서 만들어보고 싶지만 법적 문제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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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