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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이끼' 찍으며 연출에 갈증 느껴"
2010-06-30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끼'를 찍다가 연출의 갈증을 느꼈습니다. 끝날 때쯤 되니까 따뜻한 영화를 좀 찍어보고 싶더군요. 제가 한 번도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로요."

'충무로 파워맨' 강우석(50) 감독은 30일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강철중: 공공의적 1-1' 이후 2년 만에 영화감독으로 복귀한 그는 신작 '이끼'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이끼'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아버지의 돌연한 죽음을 계기로 폐쇄적인 농촌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주인공의 활약을 담은 스릴러물이다. 영화는 원작의 묵직함을 살리면서도 강우석식 코미디가 버무려져 있다.

만화 자체를 영화로 만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리묘사가 많아 대사로 표현하기 어려운 점이 큰 탓이다. 특히나 '이끼'처럼 대사보다는 심리 묘사에 주안점을 둔 작품은 더욱 그렇다.

만화는 탐욕과 이기심, 질투 등 인간이 가진 갖가지 감정들을 인물들의 내면에 담았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그곳에서 뒤섞이고, 때로는 폭발하며 때로는 침잠하기도 한다.

강 감독이 '이끼'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주로 코미디 계열에 강했던 그가 드라마 구조가 강한, 그것도 매우 어두운 내용을 담은 심리 드라마 '이끼'를 온전히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게 우려의 핵심이었다.

그는 '원작의 반만이라도 따라와라' '감독 바꿔라'라는 말을 곱씹으며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언젠가는 그들로부터 칭찬을 듣겠다"는 일념하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일단 원작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극복하는 게 너무 괴로웠어요. 드라마가 됐든 캐릭터가 됐든 원작을 좋게 본 사람들에게 '영화도 좋네'라는 인상을 줘야만 했죠. 만드는 내내 정말 괴로웠습니다."

영화는 만화와 닮은꼴이다. 대사부터 화면구도까지 비슷한 게 한둘이 아니다. 드라마의 구조를 뒤바꾸고 인물의 캐릭터를 비튼 정도가 차이라면 차이다.

강 감독은 "원작이 매우 좋아서 살리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원작을 깔고 갈 수밖에 없었어요. 이야기 자체가 너무 독특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또 마을의 구조, 집 모양, 집의 간격, 토굴 등 장소적 배경도 아주 좋잖아요. '두려움이 너를 구할 것이다'라는 대사도 마음에 들고요. 대단히 훌륭한 만화죠."

영화 상영시간은 2시간 38분. 근래 나온 한국 상업영화치고는 이례적으로 길다. 주변에서 재편집해서 상영시간을 줄이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강 감독은 모든 요구와 유혹을 뿌리쳤다.

"'인물들이 등장했으면 퇴장도 명확하게 하자' '등장인물 모두에게 사연을 부여하자'고 생각했죠. 인물을 통으로 들어내지 않으면 상영시간을 줄일 수가 없었어요. 요청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가 이처럼 인물에 집착한 이유는 "배우 연기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에 좋은 리듬감과 숨결을 불어넣는 건 배우들의 호연이다. 이장으로 분한 정재영을 비롯해, 박해일, 유해진, 김상호, 유선 등의 배우들은 나무랄 데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극을 이끌어 나갔다.

그는 이번 영화에 명운을 걸었다. 이번에도 흥행을 못하면 그가 창립한 시네마서비스가 문을 닫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그가 제작한 4편의 영화는 흥행에 참패를 거듭했다. '김씨 표류기' '백야행' '용서는 없다' '주유소 습격사건 2'까지 손익 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단 한편도 없었다.

"연간 4편의 영화가 망하고 버틸 수 있는 국내 제작사가 어딨나요. 그저 (관객) 500만명 정도만 들어서 다음 영화를 계속 찍을 수 있으면 좋겠죠." (웃음)

'이끼'의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그는 개인 재산까지 저당 잡히는 무리수를 뒀다. 그러면서도 그의 장기이자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코미디'보다는 한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스릴러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왜일까.

"'투캅스'도 '공공의 적'도 '실미도'도 단순한 코미디 영화만은 아니었어요. 당시로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소 혁신적인 새로운 영화였죠. 저는 지금까지 그런 영화에 모든 것을 걸어왔습니다. '이끼'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죠."

'이끼'의 모든 작업을 마무리했기에 "이제 영화가 자신의 손을 떠났다"는 그는 초연히 영화 '글러브(G-LOVE)'를 찍고 있다. 고교 야구부를 배경으로 한물간 프로야구 선수와 고교 야구부원, 여교사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휴먼 드라마다.

그는 "휴먼드라마는 첫 도전"이라며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연출자로서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반짝반짝 웃음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 상황 자체가 웃긴 그런 영화, 그리고 깊은 울림을 주는 그런 영화요. '강철중:공공의 적 1-1' 찍으면서 '같은 걸 또 하네'라는 자괴감이 들었어요. 이제는 새로운 것에 자꾸 도전해보고 싶네요."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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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