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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유키와 니나'
2010-07-07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부모의 이혼을 앞둔 9살 난 소녀.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유키와 니나'는 담담한 일본 영화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온도 100℃를 넘으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한 소녀의 내면을 따라가는 영화다. 제목은 '유키와 니나'지만 영화는 엄밀히 말해 유키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유키. 부모가 이혼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절친한 친구 니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둘은 머리를 짜내 유키 부모님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내지만 깜짝 이벤트로 어른들의 지나간 사랑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깨닫는다.

유키의 어머니는 일본으로 떠나고 아버지는 서글픈 마음을 춤으로 달랜다.

그러던 어느 날, 니나가 찾아와 이혼한 아버지 집에 가겠다고 하자 유키가 따라나선다.

영화는 유키에서 시작해서 유키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유키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크고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아이들의 놀이를 즐기는 9살 난 소녀가 퍼즐처럼 얽혀 있는 어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할지 모른다.

이혼한 엄마에게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라고 당당하게 따져 묻는 니나는 똑 부러진 9살이다. 그와 달리 유키는 어떤 수를 써도 부모의 마음을 되돌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아는 독특한 아이다.

그는 속세를 떠나기로 결심할 정도로 내면의 고통이 크지만 전혀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딸 앞에서 미안하다고 오열하지만 딸은 그런 엄마를 무덤덤하게 바라본다.

'퍼펙트 커플'로 주목받은 스와 노부히로 감독과 프랑스의 이폴리트 지라르도 감독은 길게 찍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시시각각 섬세하게 변하는 유키의 감정 톤을 잡아내고자 공을 들였다.

연출자들은 상영시간 92분간 음악 사용을 최대한 억제했다. 아름다운 장면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유키의 감정변화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지만 이혼외에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다소 심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키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작년 칸 영화제 감독 주간 개막작이다.

7월15일 개봉. 전체관람가.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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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