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Entertainment > 연예 > 연예뉴스
류진 "'허당 한도훈' 사랑스럽고 유쾌했어요"
2010-07-14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류진(38). 그는 늘 진지하고 차갑고 냉정했다.

부잣집 아들이거나 엘리트였고,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거의 매번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연기를 펼쳤다.

그런 그의 캐릭터는 SBS '천만번 사랑해'나 KBS '엄마가 뿔났다'와 '내 사랑 누굴까', MBC '종합병원 2' 등 인기 드라마 속에 녹아들었고 그는 그렇게 '안정적인 생활 연기자'로 정착하는가 싶었다.

그런데 웬걸, 데뷔 14년 만에 '쇼킹한' 캐릭터의 반란이 일어났다. 지난달 막을 내린 KBS 2TV 코믹 첩보드라마 '국가가 부른다'에서 그는 '완벽한 허당' '백치남'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엉뚱하고 무식하며 귀여운 재벌 2세 한도훈으로 둔갑했다.

그의 변신은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돌아오게 만들 정도로 새콤했고 시청자는 덕분에 '개그콘서트' 못지않은 즐거움을 얻었다. 반면 많은 방송 관계자들은 지난 14년간 이 배우를 오직 한가지 이미지로만 기용했던 것에 대해 뼈아픈 후회를 했다.

"안 그래도 드라마 쫑파티에 가니까 제가 모르는 PD분들이 잇달아 명함을 주시면서 다음에 같이 일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신 것도 물론 감사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이 제 연기를 보고 놀라고 좋아 해주신 게 더 기뻐요."

지난 13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진은 이렇게 말하며 흐뭇해했다.

"새로운 캐릭터라 두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이 캐릭터만큼은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찍으면서 재미가 있었고 새로운 것을 해보는 어색함보다는 내가 왜 진작 이런 역을 안 했을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들 정도로 유쾌했어요. 남들이 제 연기를 보고 웃을 때 전 더 웃으면서 연기했고 즐거웠기 때문에 반응도 좋았던 것 같아요."

사실 '국가가 부른다'는 참신한 기획에서 출발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구성력이 떨어지면서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시청률도 MBC '동이'에 밀려 한자리대로 저조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대로 한도훈은 살았고 이 캐릭터가 화제를 모으면서 등장인물의 비중도 주인공 김상경에서 류진으로 옮겨왔다.

"일단 한도훈은 지금껏 제가 해온 캐릭터와 달리 한 여자만을 좋아해서 지지를 받은 것 같아요.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있으면 아무리 괜찮아도 우유부단해 보이거든요. 그런데 한도훈은 단순하고 솔직해서 무척 사랑스럽죠. 왕자병이긴 하지만 그 역시 귀여웠고요. 어유, 이 드라마 하면서 나이를 속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교복 비슷한 옷도 입고 나오고….(웃음) 웃겨서 NG 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라스트의 감옥 신에서도 애드리브를 많이 했는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저런 애드리브와 아이디어를 많이 낸 것도 제겐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렇다면 그는 실제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일까.

"저를 아는 분들은 이번 연기를 보면서 '네가 이제야 제모습을 찾았구나. 왜 그간 속이고 살았냐'고 해요.(웃음) 물론 한도훈은 저보다는 오버스러운 캐릭터지만 저 역시 엉뚱한 면이 있고 말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10여년을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저희 동네 사람들도 절 진지한 사람으로 보죠. 그러나 전 이번에 변신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그동안 안 보여 드렸던 제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린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배우들도 놀라긴 마찬가지다. 바로 전작인 '천만번 사랑해'에서 땅이 꺼질 듯 심각하게 연기 호흡 맞췄던 이수경과 류진은 이 드라마에서는 '소통불가'에서 오는 코믹 연기를 펼치며 서로를 재발견했다.

"이수경 씨와 '천만번 사랑해'를 하면서 6-7개월을 붙어 지냈는데도 서로에게 이렇게 코믹한 면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둘이 만나기만 하면 웃음이 터졌어요."

1996년 SBS 공채 6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그러나 초반 2년은 연기를 직업으로 삼아야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대학(경원대)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했고 호텔리어를 꿈꿨어요.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탤런트 시험을 쳤다가 붙어 데뷔했는데 2년간은 연기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연기를 하고 나면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이 절 이쪽에 끌어앉힌 것 같아요. 그동안 큰 기복이나 위기 없이 바쁘게 지낸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를 타지는 못했지만 계단을 하나씩 올라온 느낌이에요. 도중에 비슷한 캐릭터가 이어져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심각하지는 않았어요. 어찌됐든 비슷한 캐릭터라도 절 계속 찾아주신거니까요."

그는 당분간은 한도훈 같은 변신을 이어갈 생각이다.

"'국가가 부른다'가 시청률이 높지 않아 많은 분들이 보지는 못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 몇 작품에서는 한도훈 같은 캐릭터를 좀 더 해보고 싶어요. 과거에는 제가 변신하려고 해도 연출자들이 '되겠어?'라고말렸지만 이제는 최소한 그런 반응은 보이지 않을테니까요.(웃음) 이럴 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려고요."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가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며 "한도훈 같은 캐릭터를 통해 희열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