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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 진세이 "영화로 희망 전달하고 싶었다"
2010-07-18

(부천=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세계는 빈곤과 테러로 얼룩져 있어요. 하지만 희망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영화는 희망에 대한 영화죠. 영화를 통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어요."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를 위해 내한한 츠지 진세이(51) 감독은 18일 부천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츠지 감독은 영화감독뿐 아니라 소설가, 록밴드 보컬로도 활약하는 재주꾼이다. 소설가로는 츠지 히토나리, 노래를 부를 때는 징크(ZinC)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츠지 진세이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할 때 쓰는 이름이다.

"자의식의 분열을 막으려고 3개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이 서로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소설가로 가장 잘 알려져있다. 그는 에쿠니 가오리와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공지영과는 '사랑한 후에 오는 것들'을 함께 썼다.

1년에 한두 차례 방한하고 시인 윤동주를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로 평하는 그는 일본의 지한파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이번에는 영화감독 자격으로는 한국을 방문했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아카시아'가 PiFan의 '비전 익스프레스' 섹션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전직 프로레슬러 다이마진은 부모에게 버림받은 소년을 키우기 시작한다. 다이마진은 친구에게 괴롭힘 당하는 소년에게 레슬링을 가르쳐주고 둘은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는 노년 남성과 버림받은 소년의 우정을 밀도 있게 담았다. 영상미가 뛰어나고 서정성이 풍부하다.

그는 영화가 서정적이라면 "아마도 윤동주 시인의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윤동주 시인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세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입니다. 그분이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가 제 마음에 꼭 들어옵니다.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그분의 시집을 읽습니다."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지 묻자 "인간의 자유의지, 평등 등 내가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일깨워 준다"며 "그분을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기묘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연회에 다닐 때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독하면서 일본에서 크게 조명받지 못한 윤동주를 알리는 데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인기소설가로, 영화감독으로, 로커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가 이처럼 윤동주의 시, 아니 시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는 모든 예술의 중심입니다. 시에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시에 멜로디를 붙이면 음악이 되고, 시가 길어지면 소설이 되고, 시에 색깔을 입히면 영화가 되는 거죠. 제 예술의 근원도 결국에는 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에쿠니 가오리나 공지영과 같은 여성 작가들과 주로 작업해 인기를 끌었다.

"소설가는 혼자서 자기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이죠. 제가 그분들과는 연애를 소재로 소설을 함께 썼는데, 연애란 바로 상대와 함께하는 일이잖아요. 팀을 만들어서 하다 보면 연애할 때처럼 상대방을 배려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용의 폭이 깊어지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남성작가들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습니다."

츠지 감독은 '러브레터'로 유명한 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남편이기도 하다.

그는 나카야마 미호에 대해 "아내이긴 하지만 친구와도 같은 존재"라며 "싸워본 적이 거의 없다. 둘 다 내면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를 잘 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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