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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배우들의 경합..'악마를 보았다'
2010-08-11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11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악마를 보았다'의 폭력수위는 생각보다는 높지 않았다. 피가 튀고 잔혹한 장면들이 이어지긴 했지만 우려 만큼 대단한 수위는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김지운 감독이 만들어내는 스타일리시한 화면과 세밀한 이야기, 최민식, 이병헌이라는 '환상의 복식조'가 만들어내는 연기의 하모니에 더욱 눈길이 가는 스릴러 영화다.

국가정보원 경호요원 수현(이병헌)은 약혼녀 주연이 잔혹하게 살해되자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전직 형사였던 주연의 아버지로부터 경찰 내부 정보를 전해 받은 그는 용의자들을 추려나가다 진범 경철(최민식)을 만난다.

수현은 경철이 범인임을 알아내고 죽을 만큼의 고통만 가하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며 처절한 응징을 시작한다.

압도적인 무위를 보이는 수현은 경철을 마구잡이로 두들기고 나서 치료비를 남긴 채 홀연히 사라진다. 하지만, 경철이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수현은 어디선가 나타나고 경철은 그때마다 참혹한 고통을 맛본다.

반복되는 고통에 시달리던 어느 날, 경철은 연쇄살인마 동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추적장치를 통해 경철의 위치를 어디서나 파악할 수 있는 수현은 경철을 포함한 악마 같은 두 명의 연쇄살인마와 대결을 벌인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무시무시한 제목과는 달리 근사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으로 시작한다. 눈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황량하고 음울한 음악이 낮게 깔리며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이 어둠 속을 뚫고 지나가는 롱테이크(길게찍기) 장면이다.

아름다운 장면 뒤에는 곧바로 잔혹한 살해 장면이 잇따른다. 그리고 장례식을 마친 수현과 주연의 아버지가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서 속절없이 우는 장면을 보여준다. 마치 그림엽서에서 본 듯한 착각이 드는 훌륭한 미쟝센(화면구도)이다.

영화는 이처럼 잔혹한 장면과 아름다운 장면을 교차해 보여준다. 여기에 경철의 광기와 유가족의 슬픔이라는 상반되는 정서를 얹음으로써 독특한 영상미와 미감을 전한다.

화려한 미장센, 정서적 리듬감도 영화의 주요축을 담당하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커다란 힘은 최민식과 이병헌이라는 걸출한 배우에서 나온다.

최민식은 악마 같은 잔혹한 연기를 소름돋게 보여준다.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된 듯한 그는 불처럼 솟는 경철의 광기를 마음껏 발산한다.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고는 뻔뻔하게 기타연주를 즐기는 싸이코패스다.

재밌는 점은 그도 인간이라는 것. "난 고통같은 거 몰라, 두려움도 몰라 니가 나한테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넌(수현) 이미 졌어"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죽음이 닥쳤을 때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떤다. 두 갈래의 엇갈린 감정을 최민식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만 몸에 실어 보여준다.

이병헌의 흔들리는 눈빛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액션 연기는 더욱 돋보인다. 특히 발로 차고, 봉을 집고 180도 회전하거나 담을 번쩍 번쩍 넘을 때의 날렵함은 생동감이 넘친다.

영화는 초반 빨리 달리다가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 재차 빨리 달린다. 김지운 감독은 144분 정도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분배해 놓는다. 이야기가 풍부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스타일에 걸맞게 잘 직조한듯한 느낌이다. 가벼우면서도 음울한 음악은 스타일리시한 화면을 더욱 살리고 정교한 세트와 배우들이 나누는 무술의 합도 뛰어난 편이다.

다만, 관람등급이 제한상영가에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한단계 낮아지고 폭력수위도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잔인한 몇몇 장면은 일부 관객들에게 버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

12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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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