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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처럼 살아가는 사람 많으리라 믿어
2010-09-14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시청률이 드라마의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지만 2010년 안방극장에서 48.4%라는 숫자는 경이적인 기록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종영 시청률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종영을 2회 앞둔 KBS 2TV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작가를 14일 동부이촌동에서 만났다. 지난 11일 새벽 마지막 30부를 탈고하고 펑펑 울었다는 그는 비가 쏟아지고 나서 맑게 갠 하늘과 같은 얼굴로 나타났다.

"작품 끝내고 펑펑 울어보긴 이번이 처음이에요. 마지막에 에필로그 식으로 조연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쓸 때도 멀쩡했지만 그 장면 쓰면서부터 감정이 터진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잘 살아야 하는데…'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드디어 다 털어내서 후련한 것도 있었고 정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이 드라마 하면서 별의별 일이 참 많았는데 그게 다 생각나면서 울음이 터지더라고요."

방송 내내 큰 화제를 모은 화제작의 작가에게 물을 말이 많았다. 작가 역시 댐이 물을 방류하듯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탈고는 작가에게 자유를 줬고,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은 빛나는 면류관을 씌워줬다.

'호텔리어' '유리구두' '좋은 사람' '오 필승 봉순영' '달자의 봄' 등에 이어 11번째 작품에서 '국민드라마'를 만든 강 작가는 빵에 관한 드라마를 쓰고는 현재 빵을 입에도 못 대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다음은 일문일답.

--계획대로 이야기를 모두 마쳤나. 유경(유진 분)이의 악역 전환이 너무 늦은 감도 있는데.

▲좀 아쉽기는 하지만 대체로 계획대로 했다. 다만 유경이는 그가 지닌 사연이 너무 절절하고 아파서 악역으로 그리기는 쉽지 않았다. 종영을 앞두고 좀 늦게 변화를 준 감이 있지만 너무 일찍 돌아섰다면 숨이 막혔을 것 같다. 드라마 전체 톤으로 봤을 때는 지금의 선택이 맞는 것 같다.

--대단한 시청률이다. 어느 정도까지 예상했나.

▲사실 30%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초반에 이미 달성해버리니까 약간 당황했다. 더 올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주변에서 50%를 기대하는데 내게는 이미 50%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감사하다.

--오래 기획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본격적으로는 1년 3-4개월 정도 걸렸다. 그러나 기본 구조를 구상한 것은 좀 오래됐다. 사실은 조선업계를 배경으로 준비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촬영에 제약이 많아 포기하던 차에 내가 워낙 빵을 좋아해 빵을 소재로 해보자고 결심했다.

--주인공 이름이 특이하다. 어떻게 지었나.

▲사실 내가 빅뱅의 대성을 좋아해서 '제빵왕 강대성'이라 지으려고 했다.(웃음) 그런데 좀 이상한거다. 그러던 중 이경희 작가가 '김탁구 어떠냐'고 했는데 들어보니 좋았다. 높을 탁(卓), 구할 구(求)라는 뜻은 내가 붙였다.

--무엇보다 캐스팅이 파격적이다. 젊은 주역 둘이 모두 신인이다. 반대가 심했을 텐데.

▲처음부터 주인공은 신인급으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대신 중견 연기자는 확실하게 캐스팅하고 싶었다. 전광렬, 전인화씨한테 정말 고마운 게 주인공이 신인이라고 하는데도 대본을 믿고 전혀 흔들림없이 출연해주겠다고 한 거다. 두 분께 정말 감사하고 그분들 덕분에 초심을 잃지 않고 신인을 자신있게 캐스팅할 수 있었다.

윤시윤에게는 내가 꽂혔다. 볼수록 매력적이었다. 첫 만남에서 눈 주위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꼈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얘한테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서투르지만 의지가 확고했다. 열망이 강했고 반면 두려움은 없었다. 김탁구에 이어 구마준(주원)도 신인으로 캐스팅하려고 하니까 KBS에서 난리가 났다.(웃음) 하지만 주원에게서도 자신감을 읽었다.

다행히 제작사에서 믿어줘서 둘을 캐스팅할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이 드라마의 모든 캐릭터가 서로서로 끌어당겼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환상적인 조합이 나오기 힘든데 다들 이렇게 모일 운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다들 즐겁게 일했다는 게 너무 기분 좋다. 이 드라마에 손을 얹은 모든 이에게 선물과 같은 드라마이길 바랐는데 그렇게 돼 기쁘다.

--'착한 사람이 이긴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심어줬다. 현대사회에서 그 말은 판타지 아닌가.

▲무슨 대의명분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고 작은 지점에서 출발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돈 앞에 너무 뻔뻔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그보다 중요한 게 많은데, 우리는 인간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돈 앞에서 그런 점을 포기하는 게 많아 씁쓸했다.

드라마도 과거에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지만 요즘에는 돈 안 되는 드라마는 안 만든다. 그래서 좀 촌스럽지만 우정, 의리, 사랑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구태의연한 이야기라고 해도 그런 것들이 사실 사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아닌가. 대놓고 촌스럽게 가자고 생각했고 지금 세상에 김탁구 같은 사람이 많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하지만 김탁구는 비현실적인 캐릭터 아닌가.

▲김탁구는 무한대의 긍정의 힘을 가진 캐릭터다. 어려운 역경에도 주변인들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인물이다. 그래서 현실에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돌아보면 김탁구처럼 사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고 생각한다.

김탁구와 같은 서러움, 열악한 배경과 싸우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래서 아직 따뜻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요즘 사람들에게 김탁구 같은 인물은 판타지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극 배경을 1980년대로 했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김탁구 같은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수긍하지 않나. 불과 10-20년 전인데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

--시대극이고 통속극인데 무척 스피디해 감각적으로 보였다.

▲원래 50부작 연속극으로 기획했다가 36부로 줄이고 다시 30부로 줄인 드라마다. 그러다 보니 할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부터 '미드' 스타일로 가보자고 계획했고 그래서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넣었다. 사실 새로운 드라마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냥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리자는 두 가지 생각뿐이었다. 다만 한가지 팔봉선생의 죽음은 좀 달랐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 죽음이 끝이 아니라 대를 이어 삶이 계속되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불륜, 납치, 폭력 등으로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도 받았다.

▲막장 드라마는 개연성이 없는 드라마 아닌가? 우리 드라마에서의 폭력은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였지 그게 목적은 아니었다. 드라마를 힘있게 끌고 가기 위해 필요한 장치였고 적절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대적 배경이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시대 아니었나.

--막판에 김탁구 모자의 상봉을 불필요하게 지연시켜 시청자의 항의가 이어졌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솔직히 말해서 그 둘이 만나면 드라마가 끝날 것 같아서 끌었다.(웃음) 또 그에 앞서 김탁구가 아버지 구일중(전광렬)과 재회하고 팔봉선생이 돌아가시는 큰 사건을 잇달아 겪었기 때문에 곧바로 엄마까지 다시 만나면 감정적으로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아 좀 틈을 두고 싶었다.

--빵은 얼마나 좋아하나.

▲밥 먹고 나면 케이크도 꼭 먹는 '빵순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쓰고 나서 빵을 입에 못 대고 있다. 극중 탁구와 마준의 1차 경합 때까지만 해도 빵맛을 봐가며 대본을 썼는데 그후부터는 빵 생각만 해도 목이 막히는 것 같다.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하더라.(이날 인터뷰는 그의 단골 파이가게에서 진행됐는데, 강 작가는 실제로 파이를 보자 '목이 막혀버리는 것 같다'며 입에도 대지 않았다)

드라마 쓰면서 정말 취재 많이 했다. 빵 만드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한 컷 한 컷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게 힘을 쏟았더니 어느 순간 빵을 못 먹겠더라.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그래서 다음 작품은 취재를 안 하고 쓸 수 있는 내용으로 하고 싶다.(웃음)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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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