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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이주노동자의 현실..'방가? 방가!'
2010-09-16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 사회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일거리를 찾아 한국을 찾는 노동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 인근 공단지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외국인 100만명 시대, 다문화 사회 등 이주 노동 현상을 표현하는 담론까지 등장했다.

외국인 노동자들 덕택에 경제의 한 축이 굴러가는 게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이지만 그들을 대하는 한국민의 태도는 냉랭하기 일쑤다. 욕하는 것은 고사하고 심지어 임금을 주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방가?방가!'는 한국 사회가 당면한 이주노동자 문제를 정조준한 영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살풍경을 보여주면서도 코믹한 상황들을 곁들이며 극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착한' 영화다.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경한 방태식(김인권).

동남아인을 닮은 독특한 외모 탓에 취업 시험만 보면 낙방하기 일쑤다. 설사 취업에 성공해도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성격 탓에 오래 버티지 못한다.

보다 못한 고향 친구 용철(김정태)이 아이디어를 낸다. 동남아인 같은 외모를 적극 활용해 이주노동자로 취업하라는 것.

부탄인 '방가'로 변신한 태식은 마침내 취업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베트남 출신 노동자 장미(신현빈)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영화는 초반부터 이주 노동자가 당면한 현실을 보여주는데 치중한다. 공장 임원은 마치 숨을 쉬듯 외국인에게 욕을 내뱉는다. 버젓이 성추행도 일삼는다. 말단직 내국인도 외국인 노동자를 꺼리긴 마찬가지다. 식탁에서조차 한국인은 한국인들끼리만 밥을 먹는다.

영화의 강점은 이런 디테일들을 묘사하는데 있다. 기자 출신으로 '달마야 서울가자'의 육상효 감독은 꼼꼼한 취재로 공장에서 벌어지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 사례를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노동자의 꿈도 살핀다. "한국에 오면 저런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하는 장미의 꿈, 돈을 벌어 고향으로 가려는 어느 파키스탄 노동자의 꿈, 불법노동자 딱지를 떼고 한국인으로 살려는 이주 노동자의 꿈 등이 이어진다.

"한국에서 일하고, 한국에서 밥 먹으면 다 한국사람입니다"라는 이주 노동자의 말도 곱씹어볼 만하다.

배우들의 연기가 수준급이다. 첫 주연을 맡은 김인권의 연기는 능수능란하다. 사투리와 외래어를 뒤섞는 애드리브는 웃음을 주고, 몸 연기도 감탄을 자아낸다. 김정태의 코믹 연기는 압권이다. 특히 외국인 노래자랑에 나가기 위해 노래방에서 '찬찬찬'을 강의하는 장면은 포복절도감이다. 이 영화로 데뷔한 신현빈은 첫 연기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표정연기와 대사능력을 보여준다.

물론 어디에 숨고 싶을 정도로 손발이 간지러운 장면들도 더러 있지만 전반적으로 극의 흐름을 헤칠 정도는 아니다. 다만, 극의 밸런스는 약점이다. 대중성을 겨냥한 듯 코믹한 상황을 여러 겹으로 포개놓다 보니 이주 노동자들이 느끼는 참담한 상황은 이런 코믹한 상황에 묻히는 경향이 있다.

작년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제작지원작'으로 선정돼 6억원(현금4억+현물2억)의 제작비를 지원받았다. 순제작비는 8억원이다. 9월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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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