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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일상의 반복속 차이 보여주고 싶었다
2010-09-16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홍상수 감독은 일상을 포착하는 데 뛰어난 재주를 보인다. 그 과정에서 지식인의 위선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잔인한 남녀관계를 조명하기도 한다.

'하하하'로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이 불과 수개월 만에 신작을 들고 나왔다. 추석을 앞두고 오는 16일 개봉하는 '옥희의 영화'다.

홍 감독은 11번째 장편영화 '옥희의 영화'도 전작들처럼 담담히 일상을 그려나간다. 영화는 '주문을 외울 날' '키스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라는 4편의 에피소드로 이뤄진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독립영화처럼 보이지만 잇대어 붙여보면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기도 한다. 요컨대 각 이야기는 서로 스미는 듯하면서도 밀쳐내기도 한다.

영화에서 문성근은 영화과 학과장(주문을 외울 날), 감독이자 시간 강사(폭설 후), 나이 든 남자(옥희의 영화)로 나온다. 엄연히 사회적 신분이 다르지만 왠지 같은 인물 같다. 1인 3역을 한 탓도 있지만 세 인물에게서 흐르는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따질수록 인물의 역할이 왔다갔다해요. 문성근씨는 '주문을 외울 날'에서 교수였다가 '폭설 후'에는 시간강사니까요. 하지만, 이 인물들이 뿜어내는 정서적인 일관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 인물인 것처럼 보이죠."

홍 감독은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반복되는 일들, 그리고 반복 속에서 벌어지는 차이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도 그런 측면을 드러내는 대사가 있다.

"많은 일이 반복되면서 또 어떤 차이를 가지는 이 인생이란 게 뭔지 끝내 알 수는 없겠지만, 제 손으로 두 그림을 붙여놓고 보고 싶었다"는 옥희(정유미)의 대사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왜 1인 다역일까. 홍 감독은 "문성근씨가 연기한 송 교수가 단순히 1인 3역은 아니다"라고 했다.

"1인3역의 느낌을 전하려는 건 아니었어요. 단지 한 인물이 가진 정체성을 흔들어보고 싶었어요. 한 인물이 다른 인물로 변화하는데 정서는 일관되게 흐르는 상황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테면 정체성 자체가 진동하는 상황을 그려보고 싶었죠."

불가의 선문답 같은 답변이 이어졌다.

"삶은 반복되면서 차이를 만들어내죠. 그러면서 인생은 서서히 움직입니다. 거의 못 느낄 정도로요.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공유하는 그 무언가가 있어요. 그런데 그 공유되는 게 다 똑같지는 않아요. 작은 차이점이 있죠."

이번 영화는 악조건 속에서 촬영됐다. 우선 제작비가 '하하하'에 비해 절반(5천만원)으로 줄었다. 스태프도 감독, PD, 촬영감독, 조명감독, 녹음기사 등 5명에 불과했다. 주연배우도 3명에 지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준비 안 된 상황에서 갑자기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했다.

"객관적으로 영화를 찍을 상황은 아니었어요. 건강도 좋지 않았고, 준비도 전혀 안 됐죠. 정말 백지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상황이 다르면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그런 다른 선택 속에서 무언가 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홍 감독은 일단 새로운 영화가 나온 것 같다며 만족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를 물으니 "조금 새롭다고 느낀 4번째 에피소드 '옥희의 영화'였다"고 했다.

'옥희의 영화'는 옥희가 1년의 차이를 두고 나이가 든 남자와 젊은 남자와 각각 산행을 다녀온 상황을 교차해 보여준다.

"제가 찍어서 붙여놓고 보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강했어요. 하루는 문성근-정유미씨가 아차산에 올라가는 장면을 찍고, 그 다음 날에는 이선균-정유미가 등산하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홍 감독은 올해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두 곳인 칸 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이 가운데 칸 영화제에서는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거기 사람들 마음대로 선정하는 것 아니냐.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상 받으면 다 비슷한 느낌일 테고 나도 그렇다"며 웃었다.

홍 감독은 11월께 차기작을 찍을 예정이라고 했다. 아직 영화의 얼개는 전혀 정해지지 않았고, 지방에 내려가 촬영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현재에 감사해요. 옆에서 격려해주는 분도 많고 내가 하고 싶은 영화도 만들 수 있고요. 그럼 됐죠 뭐."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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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