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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베트남도 국제영화제 팡파르

10월 중순 하노이에서 제1회 열려, 예술영화 중심의 프로그램과 한국영화 배제는 아쉬워

개막작 <떠도는 삶>

첫 번째 베트남국제영화제가 하노이의 천년 역사를 기념하며 10월 중순 하노이에서 열린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열리게 될 베트남영화제는 내년에는 11월로 시기를 옮길 예정이다. 11월은 동남아시아 영화계가 각종 영화제로 바쁠 때고, 캄보디아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영화제와도 시기가 겹친다.

나는 베트남이라는 나라, 베트남의 영화 역사, 스타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영화제가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1996년 부산영화제에 맞추어 처음 한국에 갔을 때, 나는 영화제 기간을 미리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아예 4주를 계획하고 갔다. 내 여행 일정과 영화제 기간이 겹치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한국에서 나는 영화제에 자원 봉사로 참여한 가족과 함께 머물렀고, 그 가족은 내게 영화제 패스를 위조해줬다.

베트남영화제 개막작은 부산 뉴커런츠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먼저 하는 응유엔 판쿠앙 빈의 멜로영화 <떠도는 삶>이다. 한국 배우 강수연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아시아 경쟁부문의 베트남영화 두편은 별다른 기대작이 못 된다. 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되는 열다섯편의 최근 베트남영화는 최신작 단 한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난 6년간 상영된 영화들이다.

파노라마 부문은 외국 게스트들이 지난 베트남영화의 최고작들을 발견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베트남영화들은 국제영화제에서 이미 보여질 만큼 보여진 영화들이 아닌가 싶다. 베트남영화가 지금까지 서구(그리고 동양)에서 제대로 소개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데, 이번 영화제에서도 제대로 새로운 베트남영화에 대해 발견할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되는 거의 모든 영화가 국내 관객에게 인기가 없는 예술영화라는 점이다. 이런 경우, 외국 게스트들은 베트남 감독들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주된 관객인 외국 관객을 위해 베트남의 아름다운 이미지(물소, 논, 하얀 아오이 드레스)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든다고 오해하기 쉽다. 지난 2, 3년간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있었던 영화들은 상영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식민 역사와의 (아마도 경제적인?) 관련 때문인지, 베트남과 캄보디아영화제 모두 첫해에 프랑스영화에 초점을 맞춘 특별 섹션이 있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하노이영화제는 프랑스가 제작, 투자한 베트남영화는 모두 배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올해 칸에서 상영된 유일한 베트남어 영화인 <비, 두려워마>가 배제되었고, 트란 안 훙의 영화는 어떤 섹션에서건 상영되지 않는다.

이건 정말 다행이다. 부산영화제가 15년 전 한·미영화에 초점을 맞추며 시작되었다면 어떠했겠는가? 그러나 아시아 영화 경쟁부문은 실망스럽게도 프랑스 감독이 만든 ‘가짜’ 중국영화를 포함하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가 특히 잘 만들어진 영화여서 경쟁부문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었겠지만, 올해 만들어진 500편의 중국영화 중 단 한편의 ‘진짜’ 중국영화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심사위원 중에 강수연이 포함되어 있으나 부산영화제와의 파트너십과 한국 스타들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53편의 장편영화 중 단 한편의 한국영화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