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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성숙, 아무것도 잊지 않는 - <밀정> <무뢰한> 오하늬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7-01-16

순하고 어려 보이는 외모는 페이크였다. 오하늬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여리지도 어리지도 않았다. 연기에 관심 갖게 된 건,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어머니를 따라 공연을 자주 접하며 “나도 저런 무대에 서서 관심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면서부터. 20살엔 영화 연출을 준비하던 오빠의 단편영화에 출연해 처음으로 연기를 맛봤고, 한때는 아이돌 제안을 받아 연습생 생활도 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만 키운 채 연습생 생활을 청산했다. 그 뒤론 소속사 없이 활동하며 자신이 직접 만든 명함을 들고 무작정 영화사의 문을 두드리고 다녔다. “처음엔 영화사에 프로필만 두고 왔는데 나중엔 좀 뻔뻔해져서, ‘혹시 들어가는 영화 있나요?’ ‘캐스팅은 언제 시작하죠?’ 하고 막무가내로 물어보곤 했다. (웃음)” 그렇게 “프로필 투어”를 한 끝에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기라도 하면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은 것도 아닌데 감격해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에서 미래가 기대되는 신인으로 주목받기까지 하나씩 하나씩 손수 계단을 놓으며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른 것이다.

오하늬는 지금껏 <순수의 시대> <스물> <쎄시봉> <해어화> 등 다수의 상업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무뢰한>과 <밀정>에선 짧게 등장했지만 이름을 가진 배역을 맡아 그 기억이 남다르다. “생애 처음으로 대본 리딩에 참여한 작품” <무뢰한>에선 영화 후반부 피범벅이 된 부러진 치아를 손에 쥐고 정재곤 형사(김남길)와 독대했던 손민지를 연기했고, <밀정>에선 수녀원에서 연계순(한지민)과 함께 짐을 싸 기차역으로 도망치는 황서임을 연기했다. “김지운 감독님이 한지민 선배님한테 처음 나를 소개할 때 ‘얘는 오하늬이고 황서임이란 역할을 맡았는데 네 팬이라고 해서 캐스팅했어’라고 무심히 말씀하셨다. 그때 진짜 설레고 떨렸다.” 감격의 순간들을 세세히 기억하며 들려주는 모습에서, 이 배우가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쉬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는 촬영을 마친 세편의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소중한 여인> <마리오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대 이름은 장미>에선 장미(하연수)의 젊은 시절 친구 미란을 연기하고, <소중한 여인>에선 조직의 이인자 나현정(김혜수)의 오른팔 웨이로 출연하며, <마리오네트>에선 청소년 성범죄의 피해자 여고생 양세정을 연기한다. <소중한 여인>과 <마리오네트>에선 밝으면서도 어두운, 가녀리면서도 독한 복합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특히 <소중한 여인>에선 김혜수, 이선균, 이희준 등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그 에너지에 움츠러들지 않으려고” 온힘을 다 쏟았다고 한다. “내가 그 에너지를 다 받아내지 못한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지만 지금까지의 각오와 태도로 짐작건대 작은 체구에서 뿜어낸 에너지는 분명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녀의 바람이자 목표는 “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연기에 대해 고민하는 배우가 되는 것”, 그리고 “고통스럽더라도 많이 느끼며 사는 것”이다. 성숙하고 다부진 생각들이 배우 오하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공통질문

01. 나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남들보다 더 풍부하게 세상을 느끼는 사람, 마음에 수많은 감정이 있는 배우.

02.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 & 배우.

이윤기 감독님과 김종관 감독님. 이윤기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까’ 싶다. 김종관 감독님의 <최악의 하루>도 너무 좋았다. 덤덤하게 감정을 보여주는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배우는 이병헌 선배님! 연기할 때의 그 눈빛과 목소리를 실제로 보고 듣는다면 내 연기가 어떻게 나올지 그 반응이 궁금하다.

03. (오디션, 리딩현장, 촬영장 등에서의)아찔했던 순간.

<소중한 여인>에서 최 검사 역의 이희준 선배에게 맞는 장면 찍을 때. 생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맞아본 경험이었다. 정말 아팠다. (웃음) 따귀를 한대 맞는 순간 내가 준비하고 계산한 연기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머릿속이 백지 상태가 되더라. 속으로 ‘하늬야,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하고 되뇌었지만 소용없었다. 물론 희준 선배님에겐 너무 고맙다. 그런 에너지와 집중력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나도 더 큰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필모그래피

영화 2017 <마리오네트> 2016 <그대 이름은 장미> 2016 <소중한 여인> 2016 <밀정> 2015 <해어화> 2015 <쎄시봉> 2014 <무뢰한> 2014 <스물> 2014 <순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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