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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체이탈자', 12시간마다 타인의 신체에 빙의되는 한 남자 이야기
배동미 2021-11-24

<인셉션>이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라면, <유체이탈자>는 12시간마다 타인의 신체에 빙의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서울 서대문 부근에서 총을 맞고 쓰러진 이안(윤계상)은 노숙자인 행려(박지환)에 의해 발견되는데, 그는 자신이 누군지 왜 피를 흘리고 쓰러졌는지 알지 못한다. <인셉션>에서 스스로를 인지하는 데 있어 토템, 즉 돌아 가는 팽이가 주효했다면, <유체이탈자>에서는 핫도그가 큰 역할을 한다. 이안이 혼란스러워하자 행려는 호떡과 크로켓, 핫도그를 내밀며 세 가지 중 가장 선호하는 것, 즉 핫도그를 좋아하는 자신을 잊지 말라고 충고하고, 이는 두 사람만의 신호가 된다. 시간이 흘러 이안의 얼굴이 바뀌더라도 “아저씨, 저 핫도그예요”라는 말 한마디면, 행려는 그를 알아차리고 협력한다. 이안은 자신이 두 번째로 빙의한 국가 정보원 박 실장(박용우)과 관련된 비리에 휩싸였다는 걸 서서히 깨달으면서, 자신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유체이탈자>는 12시간 간격으로 다른 사람의 신체로 깨어난다는 설정만으로 질주하는 영화다. 스스로 정체를 파헤치는 정보요원 이안은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을 떠올리게 하는데, 대사보다 빠른 호흡의 총기 액션, 카 체이싱 신으로 정보요원 에이스 이안의 실력을 관객에게 납득시킨다. 이안에게 빙의된 박 실장, 박용우의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도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이며, 거울을 사이에 두고 한숏 내에서 윤계상과 박용우가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은 초기 무성 영화의 실험을 보는 것처럼 기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설정의 힘만으로 시간과 공간의 축을 자유자재로 비트는 <유체이탈자>는 개봉 전 이미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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