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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베르트뮬러 (Lina Wertmuller)

1926-08-14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

/

네티즌7

기본정보

  • 원어명Lina Wertmüller
  • 다른 이름리나 베르트뮐러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26-08-14
  • 사망2021-12-09
  • 성별

소개

대표작 <미미의 유혹> <사랑과 무정부주의>
비디오 출시작 <귀부인과 승무원> <문 나이트>
리나 베르트뮬러는 이탈리아가 낳은 70년대 최고의 스타급 여성감독이었다. 공산주의 진영에서 비난을 받는 무정부주의자였으며 페미니스트들의 오해를 살 만큼 남성적인 성향의 작품을 만들었고, ‘여자 펠리니’라는 칭찬 같기도 하고 비난 같기도 한 별명을 얻었다. 일부 평단에서 ‘악취미’라고 평했던 리나 베르트뮬러의 영화 성향은 무질서 그 자체였다. 베르트뮬러의 영화는 사회에서의 남녀 역할, 계급 차이, 명예롭게 사는 규칙 따위를 초월하는 이상한 개성이 있었다. 천박한 무정부주의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비상한 통찰을 드러낼 때도 있다. 독특하면서도 이단적인 영화였던 것이다.
28년 스위스계의 귀족가문에서 태어난 베르트뮬러는 잘 나가는 변호사이자 독재자였던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학교에서도 타고난 투쟁정신을 어쩌지 못하는 망나니로 찍혀 학교를 열다섯군데나 옮겨다녔다. 로마의 스타니슬랍스키 연극학교를 졸업한 베르트뮬러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구성작가로 일한 후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8과 1/2>에서 조감독을 맡았다. 펠레니와의 작업에서 자극을 받은 베르트뮬러는 펠리니의 기술 스탭을 시실리로 데리고 가서 장편 데뷔작 <도마뱀 The Lizards>(1963)을 연출했다. <도마뱀>과 <남자를 얘기해보자 Let’s Talk about Men> (1965)를 발표하고 제작비 문제 때문에 텔레비전으로 돌아간 베르트뮬러는 텔레비전 영화 <리타 모기>를 만들 때 주연으로 쓴 배우 지안카를로 지아니니를 알게 되면서 그가 주연한 세번째 극영화 <미미의 유혹 The Seduction of Mimi>(1972)으로 이탈리아의 중요한 감독으로 떠올랐다. 베르트뮬러는 72년 칸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감독상을 받았고 다음해에 발표한 <사랑과 무정부주의 Love and Anachy> (1973)는 지아니니에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사랑과 무정부주의>는 제목 그대로 ‘사랑 또는 성과 정치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이다. 파시즘 치하의 3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골뜨기인 무정부주의자 튜닌은 무솔리니를 암살하려고 로마에 오지만 창녀 트리폴리나와의 사랑에 빠져 매춘굴에 파묻혀 지내느라 애초에 계획한 무솔리니 암살의 시기를 놓쳐버리고 우연히 매음굴에 들른 다른 정치가를 저격하다가 그만 상대편의 총에 맞아 죽는다. 튜닌이 왜 엉뚱하게 다른 정치가를 저격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겁쟁이로 보이지 않으려는 자리를 잘못 찾은 욕망이 튜닌에게 있었음을 보여주면서 베르트뮬러는 사랑과 정치가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이상하게 뒤얽히는 광경을 보여준다. 어떤 장면에선 대사없는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고(이런 시각 묘사가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점이다), 어떤 때는 싸구려 통속극을 보는 것 같으며 가끔은 장중한 오페라를 보는 것 같는 착각을 주는 <사랑과 무정부주
의>는 천박함 속에 장중함을 싣고 사적인 욕망과 공적인 대의를 포개는 인간사의 아이러니를 통찰했다. <사랑과 무정부주의>가 사랑을 위해 죽는 어리석은 투사의 얘기라면 <일곱명의 미녀들 Seven Beauties>(1976)은 그와 정반대로 사랑없는 섹스를 통해 살아남는 남자의 얘기다. 멜로드라마 수사학과 페미니즘 정치학을 결합한 <귀부인과 승무원 Swept Away> (1975)도 서구 평단에서 꽤 큰 호응을 얻었다.
할리우드 자본으로 찍은 <비내리는 밤 A Night Full of Rain>(1978)이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한 후로, <여인에 관한 복잡한 플롯 A Complex Plot about Women>(1985) <그리스 흉상을 놓고 지낸 여름밤 Summer Night with Greek Profile>(1987) <수정 또는 석탄, 불 혹은 바람에 대하여, 사랑하는 한 Of Cry-stal or Cinders, Fire or Wind, As Long As It’s Love>(1989) <문 나이트 On a Moonlit Night>(1989) <토요일, 일요일과 월요일 Saturday, Sunday and Monday>(1990) 등의 영화에서 베르트뮬러는 더이상 예전만큼 관객과 평단의 눈을 끄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칭찬과 비난을 번갈아 듣는 사이에 베르트뮬러는 어느 정도 신화가 됐다. 베르트뮬러는 페데리코 펠리니처럼 몽상을 담아내는 데 탁월했지만 거기에 정치적인 상상력까지 얹어놓았다는 점에서 스승 펠리니와 달랐다. 재미있는 얘기를 전해준 이탈리아의 이 괴짜 여자감독의 존재감은 영화사에서 독특한 것이다.
<b>[씨네21 영화감독사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