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다시 그 사람이 온다면… 호우시절(好雨時節)건설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처럼 재회한다.
낯설음도 잠시, 둘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는 동하와 키스는커녕,
자전거는 탈 줄도 모른다는 메이.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 올리는 사이 둘은 점점 가까워 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늦춘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첫 데이트, 첫 키스,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은, 첫사랑의 느낌.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 이번엔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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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의 다섯 번째 로맨스- 내릴 때를 알고 오는 좋은 비처럼, 사랑에도 때가 있다!more
‘좋은 비의 시절’로 직역될 수 있는 제목 <호우시절>의 출발지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성 두보의 시 ‘춘야희우’ (春夜喜雨)의 첫 구절 ‘호우지시절’ (好雨知時節). ‘좋은 비는 내릴 때를 알고 있어 봄에 만물을 소생케 한다’에서 제목을 따 왔다. ‘유학 시절 서로 설레었으나 사랑인지 아닌지 미처 확인할 기회도 없었던 두 사람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만나 진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따라 가는 영화는 그 제목처럼, 모든 사랑이 때로는 방해꾼으로 또는 조력자로 만나게 되는 타이밍에 관해 이야기 한다. 비라고 다 같은 비가 아니고 봄에 내리는 비는 새싹을 돋게 하는 좋은 비인 것처럼, 학창시절엔 그저 친구인 채로 재회의 기약도 없이 헤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긴 세월이 흘러 각자의 삶 속에서 어른이 된 채 만난 두 사람은 놓치고 싶지 않은 연인의 감정을 품는다. 누군가 필요하다 느낀 그 순간, 거짓말처럼 내 앞에 다시 온 그 사람. 이번엔 사랑이다.
모든 사랑이 한 번쯤 궁금해 하는 ‘내가 만약 그 때’로 시작되는 가정법
There is no historical if. 지나가 버린 시간. 과거는 되 돌릴 수 없다는 금언이다. 하지만 사랑은 그 불가항력에조차 가정법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만든다. 만약 그 때 말을 했다면? 혹은 그 때 그러지 않았다면? 누구나 가져 보았을 법한 궁금증, 혹은 ‘만약 그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이라는 가정법에서 <호우시절>은 시작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행복>까지 허진호 감독의 영화 속 연인들은 한번도 맺어진 적이 없다. 그들이 겪은 다양한 이별의 형태와 그 과정의 감정을 들여다 봄으로써 오히려 깊은 공감을 자극했다. 하지만 <호우시절>은 그의 필모그라피 중 처음으로 사랑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보여준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이 단지 서로를 사랑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서로의 모습을 통해, 한때 지녔으되 잊어버리고 있던 꿈을 다시 한 번 떠 올리게 되는 <호우시절>의 연인들. 상처를 통한 깨달음이 아니라, 다시 사랑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두 사람. 긴 시간 뒤, 변화한 서로를 긍정하며 감싸 안는 두 사람은 사랑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그리고 또 그 사랑이 삶에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따뜻하게 돌아보게 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이자 관계인 ‘사랑’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
유학 시절 친구였던 동하와 메이.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둘 다에게 외국어인 영어로 대화한다. 가장 밀접한 관계인 사랑에 외국어는 엄청난 장애일 것 같다. 사랑이란, 같은 언어로도 정확하게 감정을 전달하거나 상대에게 자기를 솔직하게 보여주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호우시절>은 모든 연인들이 가진 소통의 문제에 언어의 벽을 덧씌움으로써 역으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반드시 좋은 연인이 아니듯, 좋아한다는 감정은 눈빛, 사소한 배려의 몸짓을 통해서 더 솔직하게 전해질 수 있다. 상대방이 정말 좋고 늘 함께 있고 싶은, 그 혹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자기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 오직 사랑만이 사람에게 가져다 줄 수 있는 그 독특한 감정을 때로는 서툴게, 하지만 확실하게 전하는 <호우시절>의 연인들은 사랑이란 결국 언어 그 이전의 것임을 깨닫게 한다. 사랑도 통역이 되냐는 질문에 그러므로 <호우시절>은 Yes라는 긍정의 대답을 내어놓는다.
허진호 감독의 5번째 커플- 정우성, 그리고 고원원.
한석규-심은하, 이영애-유지태, 배용준-손예진, 임수정-황정민. 관객이 그 당시 가장 사랑하고 싶은 남, 녀 배우를 캐스팅. 영화 속 연인들의 열애와 이별, 배신과 상처까지도 더 실감나는 돋을새김으로 남겨 온 허진호 감독. 그의 5번째 로맨스 <호우시절>의 연인들은 정우성과 고원원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염두에 두었으나 스케쥴이 번번이 맞지 않았었던 정우성과는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마침내 <호우시절>을 통해 인연이 닿았다. ‘메이’는 순수하고 맑은 첫 사랑의 이미지였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제안으로 모든 남자들이 생애 처음으로 설렐 법한 첫 사랑의 느낌을 잊지 않고 있는, 맑고 청순한 이미지의 고원원으로 결정되었다. 한국 관객에게는 낯설지만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난징!난징!>의 히로인으로 14억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현재형의 여배우. 선입견 없이 순백의 첫 사랑 그 느낌 그대로 ‘정우성의 연인’으로 첫 인사를 건넨다. 미국 유학 시절 친구라는 설정 상, 두 사람 다에게 외국어인 영어로, 가장 친밀한 감정인 사랑을 연기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난생 처음 하는 외국어 연기였지만 두 배우는 오히려 몇 년 만에 다시 만나 약간은 어색한 친구에서 서서히 진짜 연인으로 변해가는 동하와 메이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더 좋았다고 말한다. 촬영 시작 1주일 전에야 비로소 처음 만난 두 배우. 하지만 진짜 친구와 연인을 오가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때로는 장난기 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커플을 선 보였다.
정우성 인터뷰
Q. ‘동하’는 어떤 캐릭터인가?
동하는 실제로 제 나이와 비슷하다. 30대의 나이, 적당한 어떤 성공, 적당한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그런 인물인 것 같다. 현실에서 적응해 나가면서 현실과 타협을 해 나가면서 살아 나가는 그러면서 누구나 그렇듯이 예전 꿈을 마음속에 묻어둔 그런 인물이다. 우연히 중국 청두에 출장을 왔다가 옛날 대학시절에 좋아했던 여자를 만나면서 옛날 감정이 되살아나고, 자기 꿈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그러면서 사랑에 대해서, 옛날에 갖지 못했던 사랑을 다시 가질 수 있을까?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그런 인물이다.
Q. <호우시절> 촬영 소감에 대해서
끝나서 아쉽다. 짧지만 그리고 낯선, 영화 안에서는 4박 5일의 옛 여자친구와의 교감을 얘기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동하가 느끼는 ‘ 내가 이제 가야 하는구나. 이 친구와 헤어져야 하는 구나. 아쉽네, 섭섭하네. ’ 하는 기분. 낯선 사랑을 표현했던 상대에 대한 잔잔한 여운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촬영 날 비가 내리는 장면을 찍었어야 되었는데 마침 비가 왔다. 흡사 우리 영화 제목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릴 때를 알고 오는 비가 좋은 비이듯, 우리 스탭들에게도 관객에게도 이 영화가 좋은 비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예감을 가져 본다. 액션 연기에 비해 이 영화의 연기는 인물의 감정이나 그런 게 파장이 되게 길고 여운이 있는 것 같다. 사랑이란 게 누구한테나 소중한 경험이고 그 만큼 또 보편적이어서, 무척 일상적인 연기에 그칠 것 같지만 파장이 긴 연기를 하면서 잔잔함 속에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게 좋은 경험이고, 또 배우로서도 전에 보여주지 못 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작업이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Q. 허진호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과 <호우시절> 속 사랑의 감정은 어떻게 다른 것 같은가?
전작들에 비해서 이 영화는 밝고 희망적이다. 그 전 작품들은 굉장히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였다. 혹은 한 발 더 나아가 사랑에 대해 쓴 웃음을 짓는 뉘앙스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쓴 사랑에 대한 감정들, 약간 가슴 시린 그런 것들에 포커스가 주어졌다면 이 영화는 그래도 사랑은 내일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뉘앙스가 있다. 사랑을 통해 삶이 위로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잃어버린 사랑에 연연하기 보다는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 영화인 것 같다. 감독님이 결혼을 해서 그런가?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랑을 믿고 긍정하는 영화다.
Q. 고원원 씨와 같이 연기한 소감은?
촬영 시작 1주일 전에 처음 만났다. 맑고 선이 굵고 뚜렷하게 잘 생긴 여배우라고 생각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로맨스를 같이 만들어 가는 입장이었지만, 다시 만난 친구고 처음에는 당연히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다가 다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영화 속 설정에는 맞았다고 느껴진다. 게다가 고원원 씨는 촬영장에서 장비를 직접 스탭과 함께 나를 정도로 성격이 소탈하다. 솔직하고 밝고 씩씩하고, 그러면서 맑고 착하다. 극중 메이와 많이 닮았다. 중국에서는 최고 스타라는 데 전혀 거만함 없이 잘 어울리고 열심히 연기한다. 다시 만난 친구와 사랑하게 되는 설정에는 딱 맞는 여배우라고 생각된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 관객들이 그녀의 그런 매력을 충분히 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Q. 영어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지?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행히도 언어가 달라도 다 비슷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비슷한 감정, 쓰여지는 언어의 느낌들이 늘 우리가 가지는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은 표현이었다. 어떻게 보면 첫 영어 연기의 시도로서 사랑 연기를 선택한 것은 다행이고 용이한 접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게 만약에 액션이나 전문 용어가 필요한 장르였다면 아마 갑갑했을 것 같다. 사랑할 때 똑같은 한국어를 쓸 때도 상대가 하는 얘기를 잘 듣지 않을 때도 있고 못 알아 들을 때도 있고 상대가 내 얘기를 잘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그런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재미있다고 생각한 게 그런 거였다. 말이 안 통하는 중국 여자와 자기 모국어가 아닌 제 3의 언어인 공통어를 가지고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사랑이란 건 과연 뭘까. 사랑이란 건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서 다 알아들을 수 있고 다 받아 들일 수 있는 건가? 그건 아니다. 우리 영화가 갖는 사랑에 대한 어떤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고 제시하는 얘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원원 인터뷰
Q. 허진호 감독님과의 작업 소감
꿈을 이루는 것 같다. 전에도 허진호 감독님의 영화, 특히 <8월의 크리스마스>와 <행복>을 진짜 좋아했었고, 허진호 감독님을 좋아했었다. 감독님의 네 작품의 포스터가 다 걸려 있는 현장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드디어 다섯 번째 작품의 포스터에 내가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소박하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 같고 담담한 느낌도 있는데 비유를 하자면 차(tea) 같이 진한 것 같으면서도 향기롭고, 담담한 맛이 있으면서도 처음에 마실 땐 쓴 것 같은데 나중에 입맛에 도는 달콤한 맛 같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Q. 정우성 씨와 같이 연기한 소감
<무사> <데이지>등 작품을 통해서는 많이 봐 왔던 배우다. 특히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정우성 씨 작품 중에서는 제일 좋아한다. 직접 만난 건 촬영 1주일 전이 처음이었는데, 처음 하는 영어 연기가 너무 큰 부담이었는데 친절하게 마치 영화 속 ‘동하’처럼 리드를 잘해 주었다. 장난도 잘 치고, 배려도 많이 해 주어서 오랜 만에 만난 친구처럼 연기 감정을 잡아갈 수 있었다. 참 매력적인 배우다. 실제 연인이면 어떨 것 같냐고? 재미있을 것 같다.
Q. 동하는 동료 직원 대신 중국 출장을 왔다가 메이를 다시 만난다. 이런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운명을 믿는 편이다. 숙명이나 사랑을 하게 되는 것 모든 것은 다 정해진 것 같다. 이 사람과 이루어지거나, 이루어 지지 않는 다는 것은 운명, 숙명에 맡기는 부분인 것 같다. 생활하다 보면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컨트롤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되게 많은데 그것이 기쁨이 될 수도 있고 슬픔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언제 어디서 만날지는 운명에 의해 결정되어 있는 일인 것 같고 누구를 만나든 서로간의 그런 감정이 생기는 것은 축복이 되는 일인 것 같다.
Q. 허진호 감독님의 이전작들에서 보여지는 사랑과 호우시절에서 보여지는 사랑이 어떻게 다른 것 같은지?
전 작품들에도 보면 숙명적인 부분들은 많이 담겨 있다. 슬픈 내용들도 많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참 동안 가슴이 먹먹한 슬픔에 잠겨 있었던 기억들이 많은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참 따뜻하게, 밝게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