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순간>은 독일 출신 스타일리스트 감독인 막스 오퓔스가 연출한 필름누아르풍의 범죄드라마. 독일을 떠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영화와 연극 작업을 했던 막스 오퓔스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심리적 요소가 강한 멜로드라마와 필름누아르를 제작했다. 그의 대표작인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는 오퓔스 감독 특유의 낭만적인 주제의식과 역동적인 화면이 등장하는 작품. 막스 오퓔스의 영화들은 60년대에 앤드루 새리스 같은 영화비평가에 의해 작가주의영화의 계보 속에서 재평가받기도 했다. <무모한 순간>은 암흑가의 거래에 걸려든 여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낸 오퓔스 감독의 수작으로 박진감 넘치는 카메라의 움직임과 명암 대비가 명확한 화면구성이 특징적인 작품이다. 또한 어두운 시각적 양식 속에서 공간이 갖는 편집증적인 불안과 강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의 다른 작품들과 구별된다. <무모한 순간>의 이러한 특징은 이 작품 바로 이전에 자신의 유일한 필름 누아르 영화인 <포획>을 연출했다는 사실에서 이해될 수 있다. <무모한 순간>의 폐쇄적 공간미는 딸의 죄를 자신에게 전가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속하는 하퍼 부인의 심리 세계를 외재화한 것으로, 필림 누아르의 악몽 같은 세계를 질식 직전의 여성 심리로 시각화한 결과이다. 전통적 삶에 억눌려 있는 여성의 뒤틀린 심리를 해부학적 시선으로 담아낸 보기 드문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