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반복되는 악몽의 원인을 찾아 서울 청계천 금속공방 뒷골목을 헤맨다. 일제 강점기에 고철공장을 운영하던,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쓰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악몽과 청계천의 역사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혀가려는 주관적인 나레이션이 우리를 고민하고 성찰하게 한다. 사운드와 이미지의 조화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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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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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화는 주체적인 기술발전의 과정이 아니라, 식민지를 통해 타의에 의해 겪으면서, 기계미학을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 또한, 산업화, 기계화, 자동화 기술이 우리의 전통과 조상들에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심지어, 그러한 변화를 지각하는 신체적인 감각조차 마비되었다. 이는 아직 우리가 (한국인) 근대화를 극복하지 못하는 결과이자 원인이기도 하다.more
청계천이라는 한국의 산업화를 대변하는 공간에서 만난 ‘쇠’는 ‘근대적’ 삶의 필수적인 물질이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살기에, 우리의 ‘무의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영화에서 무의식의 세계인 꿈과 청계천 금속공방들과의 필연적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자아의 경험이라기 보다는, 한국이라는 공동체에서 물려받은 또 다른 정신체계에 기반을 둬, 세대를 통해 내려운 무의식을 나타낸다.
기술자들의 작업풍경이 만들어낸 복잡한 리듬과 장단은 우리의 응어리진 무의식을 살풀이하고,내 몸을 통해 전해진 억압된 경험은, 의식적인 예술로, 다큐멘터리로 승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