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페드로 알모도바르만 있는 게 아니다. <떼시스> <오픈 유어 아이즈>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처럼 <당신의 다리 사이>의 마누엘 고메즈 페레이라도 스페인의 새로운 물결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 알모도바르 영화를 통해 낯익은 빅토리아 아브릴, 하비에르 바르뎀 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당신의 다리 사이>는 성적 표현이 노골적인 멜로드라마와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가 기묘하게 얽힌 영화다. 섹스중독자를 치료하는 모임에서 만난 영화제작자 하비에르와 심야라디오 아나운서 미란다. 하비에르와 미란다는 서로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 성관계를 맺는다. 형사인 미란다의 남편은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며 뒤를 쫓다가 하비에르가 최근 벌어진 어떤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단정짓게 된다. 감독은 불륜과 살인이 등장하는 이 영화를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처럼 풀어간다.
마누엘 고메즈 페레이라의 말. "내가 조아퀸 오리스트렐 원작소설을 각색해서 영화를 만든 이유는 새로운 이미지와 형식을 통해 우리 무의식에 잠재한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성적 행동들을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