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으로 생긴 마음의 구멍에...
외로움으로 생긴 마음의 구멍, 우리집 고양이를 빌려드려요~!!어려서부터 뒤만 돌아보면 졸졸 따라오는 남자…
는 없어도 고양이는 있었다!
남자들은 모르는 마성의 모태묘녀(猫女) 사요코.
“올해야 말로 결혼! 얼굴은 보지 말자!”라는 목표를 세워두고
씩씩하게 생활하지만 햇볕 드는 툇마루 너머로 보이는 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같이 살아준 고양이들의 다재다능한 특기 덕분에 생계를 유지하며
고양이 렌트와 돌아가신 할머니 불상 앞에서 대화하는 것이
그녀에겐 일상의 전부이다.
감히 모태묘녀에게 전생이 매미였다느니,
여자가 키가 커서 남자에게 인기가 없다느니
느닷없이 나타나 상처만 주고 사라지는
이상한 이웃집 아줌마 때문에 사요코는
인간 남자에 대한 욕구가 불쑥!
하지만 혼자여도 외로움에 사무치지 않을 수 있는 건,
바로 마음의 ‘구멍’을 쏙 메워주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늘 옆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요코는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리어카에 고양이들을 싣고 돌아다니며 외친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 빌려드립니다~’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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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미 나오코는 주로 자기 세계에 갇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역시 그러한 그녀의 작품세계의 연장선 상에 있는 작품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혼자 살고 있는 사요코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를 외로운 사람들에게 대여하는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고양이를 대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그들의 외로움을 알게 된다. 말년을 혼자 보내는 외로운 노인,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가장, 직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노처녀 등 그들의 사연은 사요코에게 묘한 유대감을 안겨준다. 결국, 고양이는 사요코가 외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매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요코가 고양이 대여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녀 자신 또한 외롭기 때문이다. 좋은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녀가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길도 거의 단절되어 있다. 어릴 적 친구였던 요시자와의 짧은 만남과 추억도 사요코가 얼마나 외톨이였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줄 뿐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외롭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얻는 사요코의 모습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김지석)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