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젊은 여자, 그 사이에 놓인 한 남자 이야기
4년의 투병 끝에 아내가 죽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딸의 오열에 오상무는 암이 재발했다는 말을 듣고 터트린 아내의 울음소리를 떠올렸다. 화장품 대기업 중역인 오상무는 헌신적이고 충실한 간병인이자 남편이었다. 장례식장은 어느 새 손님들로 가득하고, 부하직원들은 오상무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서류들을 가지고 온다.
신규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광고 카피와 부분 모델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도 오상무의 신경은 다른 쪽에 집중된다.
까만 바지 정장을 입고 문상을 온 부하직원 추은주는 오랜 기간 오상무의 연모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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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의 투병 끝에 아내가 죽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딸의 오열에 오상무는 암이 재발했다는 말을 듣고 터트린 아내의 울음소리를 떠올렸다. 화장품 대기업 중역인 오상무는 헌신적이고 충실한 간병인이자 남편이었다. 장례식장은 어느 새 손님들로 가득하고, 부하직원들은 오상무의 결재를 필요로 하는 서류들을 가지고 온다.
신규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광고 카피와 부분 모델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도 오상무의 신경은 다른 쪽에 집중된다.
까만 바지 정장을 입고 문상을 온 부하직원 추은주는 오랜 기간 오상무의 연모의 대상이었다…
동영상 (11)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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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ION NOTE_1]more
거장 아래 한국영화계 장인들과 신예가 함께 했다
<화장>에는 임권택 감독과 계속 함께 해 온 '임권택 사단' 주병도 미술감독, 김수철 음악감독, 이병하 동시녹음기사가 나섰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살인의 추억>, <괴물>, <봄날은 간다>의 김형구 촬영감독, <괴물>, <반칙왕>, <부러진 화살>의 정영민 조명감독 등 대한민국 대표 제작진이 참여했다. 검증된 원작과 감독, 배우, 제작진의 조합,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제작사 명필름,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대안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배급을 맡았다. 한국영화계 대표들이 합심해 “모던함으로 무장한 한국영화의 클래식”을 목표로 믿고 보는 품격 있는 명작을 탄생시켜 한국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한다.
특히 <화장>은 <공동경비구역 JSA>, <건축학개론> 등 한국영화사에 특별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을 만들어온 명필름의 20주년 기념작이다. 2012년 상반기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를 함께 만들기로 약속한 명필름은 거장의 예술세계와 관록에 걸맞은 영화 아이템을 찾던 중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훈 작가의 [화장]을 떠올리고 2012년 8월 영화화를 제안했다.
평소 김훈 작가의 작품들을 높이 평가해왔던 임권택 감독은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고 2012년 11월 원작의 영화화 계약이 체결되었다. 2013년 2월 의사 출신이자 의료계 관련 다큐멘터리 <하얀정글>을 연출한 송윤희 작가에 의해 <화장>의 시나리오 초고가 나왔고 2013년 6월 배우 안성기가 <화장>에 참여의사를 밝히며 캐스팅이 확정되었고 이후 출연진이 속속 결정되면서 2014년 1월 1일 크랭크인해 3월 8일까지 두 달여간 총 43회차의 촬영으로 크랭크업했다. 이후 오랜 편집과정 및 후반작업을 거쳐 완성도를 높였고 베니스, 토론토, 벤쿠버 국제영화제를 비롯 16개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이어오고 있다.
[PRODUCTION NOTE_2]
인생, 죽음, 사랑에 대한 성숙하고 강렬한 시선
두 여자 사이에 놓인 한 남자의 욕망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임권택 감독은 <화장>을 마음에 있는 빛깔이나 생각, 욕심, 꿈 등 ‘마음 밖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것들’을 그린 영화라고 전한다.
사건이 아닌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의 특성에 맞춰 배우들 각자의 개성들을 그려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추은주에 대한 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본성에 끌려 도덕적인 관점에서 고뇌를 하는 인물인 오상무를 연기한 안성기는 ‘오상무 같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인물에 동화된 섬세한 감정을 그렸다. 임권택 감독은 “배우 안성기이기 때문에 중년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고, 이것은 관객들이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하며 “안성기의 근래 출연작 중 가장 혼신을 다한 연기를 해냈다”고 평했다.
김규리는 오상무가 연정을 품는 존재인 만큼 신비스러운 존재로 보이게끔 했다. 임권택 감독은 “‘김규리라는 배우가 이토록 예뻤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제껏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조명감독의 세밀한 조명으로 김규리 얼굴이 가진 조건들을 아름답게 살려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인공 오상무의 죽어가는 아내 역할을 맡은 김호정은 유독 육체적, 심리적 고생을 해야 했다. 병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혹독하게 체중을 감량하고 삭발까지 감행했다. 또한 남편 오상무의 도움을 받아 몸에 묻은 오물을 씻는 장면의 경우 온몸을 드러냈다. 원 신 원 컷으로 진행된 이 장면을 찍고 난 후 체중이 2kg이나 빠질 정도였다고 한다.
[PRODUCTION NOTE_3]
인물들의 심리를 따라간 촬영, 미술, 조명, 의상
현실적인 공감 전하는, 사실성을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움
<화장>의 전체적인 프로덕션의 기본은 ‘사실적인 자연스러움’이었다. 극적인 장치와 인위적임보다는 진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촬영에 있어 김형구 촬영감독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무게감에 중점을 두고 장면마다 무게의 강약을 조절했다. 이중 영화 속에 등장하는 환상 신의 경우, 현실과의 확실한 대비를 위해 낯선 느낌을 강조했다.
일상을 그리기 때문에 영화 속에는 장례식장, 병원, 병실, 별장 등 현실적인 공간이 대거 등장한다. 미술적으로 과한 장식보다는 사실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시각화했다. 일상이라는 공간이 주는 일반적인 따뜻함 대신 심리에 따른 적막함을 부각하여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의 내면, 남자의 욕망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영화에서 전반적인 조명 컨셉 역시 인위적이지 않은 사실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자연스러움을 최우선으로 했다. 그러나 추은주만은 주변보다 밝은 조명을 설정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다.
오상무와 추은주, 아내라는 주요 인물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의상이 큰 역할을 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오상무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히 오상무에 많은 중점을 두었다. 오상무의 심리적인 고독이나 사회적인 죽음을 두려워하는 남성의 쓸쓸함을 표현하는데 기본적인 중점을 두고 의상의 채도를 최대한 낮췄고 하이넥 차이나 칼라를 써서 고립이나 쓸쓸함을 표현했다.
추은주는 몸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는 선을 중요하게 살려서 표현했고, 타이트한 옷들을 사용하여 몸의 윤곽을 드러냈다. 아내의 경우는 생동감 넘치는 추은주랑 다르게 죽음으로 향하고 있기에 전체적으로 무채색이나 낮은 채도의 색깔 톤과 거친 질감의 옷으로 캐릭터의 심리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