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호수>는 홀로 남겨진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의 아버지는 자살을 하고, 여자 친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며 홀연히 떠나버린다. 그의 일상은 흡연과 맥주, 그리고 이따금 보는 포르노 화면으로 채워져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호숫가에서 옛 급우를 만나게 되고, 그들 사이에 놓인 아팡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데뷔작 <빈랑>으로 한국에 소개된 바 있는 양헝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롱테이크의 화면과 특별한 사건이 없는 이야기의 전개는 주인공 아리의 삶을 응시하게 만든다. 주인공 아리는 도시의 삶 속에 버려진 낙오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지닌 속도와 태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도시화의 이면처럼 읽히기도 한다. 차이밍량의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던 것처럼 양헝 감독은 다른 속도로 현재를 탐구하는 화면의 넓이를 만들어 낸다. 특별한 목적이 없는 삶의 태도를 통해 흘러가는 인생의 단면은 무위(無爲)와 소요(逍遙)의 경지를 건드린다. (이상용)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