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페의 여인들>은 칠레 산악지대에서 원시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974년 피노체트 집권기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영화는 독재의 손길이 어떻게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의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가를 아주 실감나게 보여준다. 알티플라노 고원에서 양과 염소 등을 치며 사는 세 자매는 얼마 전에 세상 물정에 밝은 맏언니를 막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가축 몰살계획이 발표되고 세 자매는 가축을 팔고 도시로 갈 생각까지 하지만 유목민의 삶 외에 아무 것도 모르는 그녀들에게 도시로의 이주는 그 자체로 공포이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립되고 생존은 위협받게 되며, 경찰이 들이닥쳐 가축을 도살하리라는 공포는 비극의 기운을 확대시킨다. 세 자매의 좁은 삶의 반경과 그들을 둘러싼 거대하고 험준한 풍경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세바스티앙 세풀베다 감독은 모든 것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시네마베리테 스타일의 풍경 쇼트로 묘사하면서 피노체트 시대의 사회 드라마를 완성했다. (장병원)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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