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난 하나도 가질 수 없는 거야?”
일한만큼 돈을 받고 받은 만큼 먹고 산다. 강원도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청년 ‘정철’의 인생은 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간단한 명제가 정철에겐 언제나 문젯거리다. 임금을 떼먹고 도망간 팀장 대신에 정철에게 임금 독촉을 해대는 현장 동료들과의 충돌 속에서 부모님을 잃은 후유증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누나, 그녀 대신 돌봐야 하는 어린 조카와 함께 이 추운 겨울을 하루하루 버텨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틈만 나면 지난 여름 홍수에 반파된 집을 고치는데……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고 발버둥치는 현실에서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는 한 남자의 끈질긴 살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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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만큼 돈을 받고 받은 만큼 먹고 산다. 강원도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청년 ‘정철’의 인생은 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 간단한 명제가 정철에겐 언제나 문젯거리다. 임금을 떼먹고 도망간 팀장 대신에 정철에게 임금 독촉을 해대는 현장 동료들과의 충돌 속에서 부모님을 잃은 후유증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누나, 그녀 대신 돌봐야 하는 어린 조카와 함께 이 추운 겨울을 하루하루 버텨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틈만 나면 지난 여름 홍수에 반파된 집을 고치는데……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고 발버둥치는 현실에서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는 한 남자의 끈질긴 살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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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으로 인물의 내면을 형상화한다!more
무너진 집, 벌목장, 된장공장 등 사실감 넘치는 로케이션!
영화 <산다>에서 주인공 ‘정철’은 먹고 살기 위해 강원도 전 지역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마냥 많은 공간을 이동한다. 그는 공사장 일을 하고, 나무를 베고, 돌을 굴리고, 닭을 잡고, 된장을 만들고, 사람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거치는 공간 역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박정범 감독은 매 장면, 인물의 정서를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가장 사실적인 장소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프리 프로덕션 기간 동안 촬영감독과 함께 강원도를 직접 돌아다니며 장소 헌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영화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바로 산사태로 인해 반파한 집. 영화 <산다>는 무너진 집을 재건함으로써 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집의 의미가 크다. 이야기 설정상 집이 산사태에 의해 무너진 것처럼 표현하기 위해서는 집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개울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집을 파손하고 재건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어야 했다. 많은 발품팔이 끝에 기적같이 강원도 평창의 한 구석에서 그런 집을 찾을 수 있었다고.
영화 초반 ‘정철’이 열심히 나무를 베는 벌목장은 애초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었지만, 강원도 장소 헌팅 도중 우연히 발견한 벌목장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느낌에 즉흥적으로 장면을 추가한 것이다. 박정범 감독은 “우후죽순으로 나무가 베어지고 쓰러지고 마치 포탄 맞은 것 같은 벌목터 공간을 보면서 한 차례 피 튀기는 싸움이 끝난 전쟁터를 연상하게 되었다. 그것이 마치 주인공의 내면처럼 느껴졌다”고 로케이션의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영화의 주된 배경이자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 갑을간의 갈등,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이기적인 욕망들이 충돌하는 무대인 된장공장은 실제 박정범 감독의 부모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어렸을 적부터 지켜보았던 된장 만드는 과정이 시나리오를 집필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콩물을 내리고 메주를 띄우고 항아리에서 숙성을 시키는 독특한 된장 제조 과정 또한 이색적인 볼거리가 될 것이다.
실력파 조연부터 신예 아역배우까지,
리얼리티를 중시한 캐스팅!
영화 <산다>에서는 일반적인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주인공 ‘정철’의 누나 ‘수연’(이승연 분)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친구 ‘명훈’(박명훈 분)은 얼핏 지능이 모자라 보인다. 하나뿐인 조카 ‘하나’(신햇빛 분)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몰라 애달파하고, 된장공장의 후계자 ‘현경’(박희본 분)은 야무지고 똑똑해 보이지만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일순간 악역으로 돌변한다. 정철의 애인 ‘진영’(이은우 분)은 낮에는 포크레인을 몰지만, 밤에는 관광버스에서 술 취한 남자들을 상대하며 돈을 벌기에 바쁘다. 이들은 모두 정철의 삶에 있어 걸림돌이자 짐이다. 그러나 정철은 이들을 떠나지 않는다. 다만, 부서진 집을 고치고, 가로등을 설치하며 그들이 돌아오는 길을 밝힐 뿐이다.
이러한 영화 속 인물들의 내면의 상처와 복잡한 감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하여 박정범 감독은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관건은 ‘어느 정도로 영화 속 캐릭터에 이입하여 진심을 담아낼 수 있느냐’였다. 유일하게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어린 조카 ‘하나’역의 신햇빛 배우는 ‘실제로 아버지가 병환을 앓았을 때 자신은 어떻게 했냐’는 감독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하염없이 울기만 해 박정범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런 소녀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
누나 ‘수연’ 역의 이승연 배우는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숏!숏!숏’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제작됐던 박정범 감독의 <일주일>이라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력과 진정성을 확인한 바 있어 의심치 않고 캐스팅을 결정했다. 황소 같은 눈과 어눌한 말투가 인상적인 ‘명훈’ 역의 박명훈 배우는 이번 영화가 첫 스크린 데뷔작이지만 이미 연극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 평소 남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밴 그에게서 순수하고 마음 여린 ‘명훈’ 캐릭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평소 시트콤 등에서 밝고 명랑한 역할을 선보였던 박희본 배우의 이번 작품 캐스팅은 가장 의외의 결과였다. 박희본 배우의 또렷한 발음과 자연스럽고 깨끗한 마스크가 교묘한 자본가 계급의 인물로 표현되면 아이러니한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 판단했던 것. 마지막으로 애인 ‘진영’역의 이은우 배우는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서의 강렬한 연기를 잊지 못한 박정범 감독이 먼저 프러포즈한 경우. 실제 사석의 술자리에서 남동생의 따귀를 때리던 한 여성이 기억에 남아있던 감독은 그 여성을 모델로 영화 속 ‘진영’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 캐릭터에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이미지를 소유한 이은우 배우를 캐스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