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다. 이 남자다. 이 남자다..
그녀가 그를 부르고 있다, 애타게....김봉수. 아파트 단지 내의 조그만 은행에서 일하는 입사 3년차 대리.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3년 간, 아니 학교 다닐 때까지 합하면
23년동안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그가 어느날 무단 결근을 감행한다.
이유는 단 하나, 갑자기 멈춰 버린 출근길 지하철 안,
모두들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데
자신에겐 이럴 때 전화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걸 발견해서다.
그러나 봉수는 아직 모른다.
자신이 근무하는 은행과 마주보는 보습학원에,
봉수를 바라보며 조그만 사랑을 키워가는
스물 일곱의 여자, 원주가 있다는 사실을...
봉수와 원주는 매일 마주친다.
라면집에서, 은행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어느 날 밤, 원주가 혼자 남아 아이들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을 때
형광등이 팍! 하고 나가 버리고,
원주는 노티근하는 봉수에게 SOS를 친다.
그래도, 봉수는 원주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원주의 저녁식사 제의를 썰렁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여전히 두 사람은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마주치고, 소소한 여러가지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봉수는 아직 원주의 존재를 진지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어느 날, 은행 CCTV 녹화 화면을 되돌려 보던 봉수는
목소리도 녹음되지 않은 작은 폐쇄회로로
카메라에 대고 자신의 이름을 안타깝게 부르는
누군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