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바치는 ‘머구리’ 아버지의 단짠 로맨스 “나는 오늘도 사선을 넘는다. 내가 아버지고, 남편이니까!”
10명 중 5명은 포기하고, 3명은 죽고, 1명은 아프고, 단 1명만이 살아남는다는 극한 직업 머구리 ‘명호씨’.사선을 넘어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에 자리잡은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바다도, 잠수병도 아닌, 당장 내일 가족들이 먹을 쌀이 없어지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은 몸 하나뿐이기에 몸에 좋다는 것은 모조리 섭취하고
매일매일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며 오늘도 그는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진다.
두 아들의 든든한 아버지이자 아내 ‘순희씨’의 다정한 남편인 ‘명호씨’,
가족을 위해서라면 60KG의 잠수복을 입고 수심 30M의 바다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아버지의 단짠 로맨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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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에서 머구리(잠수부)로 일하는 탈북 남성을 담은 <올드마린보이>는 남한 사회의 이방인인 탈북 잠수부가 한 가장으로서 가족들과 남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잠수를 하며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군 저도어장에서 조업을 하는 박명호 씨는 2006년 가족과 함께 국경을 넘어 북한을 탈출한 북한 이탈주민이다. 남한과 북한의 경계이자, 북에서 가장 가까운 저도어장에서 매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는 그의 삶은 영화 속 그의 내레이션처럼 10여 년 전 북한을 넘어오던 그 날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게가 60kg이 넘는 장비를 착용하고 바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잠수 일은 여전히 두렵고 무서운 일이지만, 아내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인 그가 남한 사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동정의 시선으로 북한 이탈주민을 바라보던 남한 사회의 시선은 어느새 경계의 눈빛으로 바뀌고, 아내가 운영하는 횟집을 열어 가계를 안정화하고 싶지만, 친척이나 인맥이라곤 없는 남한 사회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 저 깊은 바닷속에서 커다란 문어와 사투를 벌이는 이 남자의 삶은 북에서 남으로 넘어올 때의 그 순간처럼 여전히 생과 사를 오가는 중이다. <올드마린보이>는 고향을 두고 떠나온 이방인이자,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한 가장의 고독하고도 외로운 사투를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다. 남한과 북한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목숨을 걸고 넘어섰지만, 결코 건널 수 없는 남북한의 간극과, 가깝지만 닿을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영화는 잠수부인 주인공을 통해 시각화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의 단합을 위해 마련된 송년회에서 이들이 부르는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는 그래서 더욱 애잔하게 들린다. [박혜미]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