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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살인’ 또 다른 피해자 유족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정현서 jung@cine21.com | 2018-09-28



영화 ‘암수살인’의 실화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유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영화개봉을 응원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27일 영화 ‘암수살’에서 단초로 삼은 사건의 실제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에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우선 밝혀진 다른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라며 말문을 연 누리꾼은 “2012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피해 사실에 대해 거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촬영을 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서입니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현재 3살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저희 딸이 앞으로 사랑갈 세상은 제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아지고 개선되었으면 합니다”며 “남아있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에 복귀할 수 있게끔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줄이는 방법은 사회적인 관심입니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저도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허나, 제가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슬픔은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가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더 풀어졌으면 합니다”며 “7년 만에 어머니를 찾게 해주신 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힘겨운 일이지만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영화다.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감옥에서 온 퍼즐’ 편으로 다룬 암수범죄를 모티브로 영화화했다.

10월3일 개봉될 예정이었으나, 영화 속 등장하는 한 피해자의 유족이 “인물의 나이, 범행수법 등을 실제 사건과 똑같이 묘사하면서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영화에 대해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논란이 되자 제작사 측은 뒤늦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하 '암수살인' 피해자 유가족 주장 네티즌 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암수살인'에서 단초로 삼은 사건의 실제 피해자의 아들입니다. 영화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씁니다. 우선 밝혀진 다른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제가 이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이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2012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할 때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어머니의 피해사실에 대해서 거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촬영을 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누구도 눈길 주지 않은 사건에 주목해 결국 밝혀 내셨던 형사님과 같은 분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라서입니다. 그래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에 경찰이나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편모가정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2003년 6월 어머님의 실종 이후 2010년이 되어서야 저는 어머님을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어머님을 잃은 뒤 제가 바라본 대한민국은 너무 살기 힘든 나라였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데 가장 큰 용기를 내게 된 점이 이 부분입니다.

저는 현재 3살 딸을 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저희 딸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았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아지고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남아있는 범죄 피해자 유가족들이 다시 슬픔을 이겨내고 세상에 복귀할 수 있게끔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저와 같은 피해자들을 줄이는 방법은 사회적인 관심입니다.

저도 이 영화가 개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놀랍습니다. 허나 제가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느낀 슬픔은 가슴에 묻고, 또 다른 피해자의 이야기가 좀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아직도 연유를 몰라 답답한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라도 더 풀어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되기 전 조금 두려웠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난 뒤 주위의 반응에 대해 겁이 났습니다. 허나 방송 이후 저희 어머님을 알고 계시던 분들과 저를 아는 지인들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걱정해주시고 함께 울어 주시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사실 이번 영화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다시 한 번 그때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머님의 제삿날이나 어머니의 생신, 일상생활을 하면서 문득 어머니의 피해 사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면 너무 슬프고 힘이 듭니다. 하지만 저처럼 힘든 시간을 아직도 이겨내고 계시는 미제사건의 가족분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7년만에 어머니를 찾게 해 주신 형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이 영화를 응원하는 것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힘겨운 일이지만 저 역시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잡고 이 영화를 볼 것입니다.

한편 '암수살인'은 수감된 살인범이 한 형사에게 추가 살인을 자백하고, 형사가 살인범이 적어준 7개의 살인 리스트를 믿고 수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범죄 영화다.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의 소재가 된 '암수범죄'는 범죄가 실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인지돼도 용의자 신원파악 등이 해결되지 않아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를 말한다.

앞서 영화 속 등장하는 한 피해자의 유족은 영화에 대해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유족의 변호인은 뉴스1에 "실화 바탕으로 한 영화는 일부 각색이 돼서 나오는데 이건 똑같이 나왔고 피해자 살인방법 피해자 신분이 그대로 나와서 도저히 유족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상처를 줬다"고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내게 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김윤석 주지훈 주연의 '암수살인'은 오는 10월 3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