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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떻게 채식을 시작하게 된 걸까. 식탁 위의 소신을 지키는 젊은 채식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채식의 정답>은 2023년 에코크리에이터 청소년부문 대상작이다. 올해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를 졸업한 양찬솔 감독은 친구 이래호의 자전적 이야기에서부터 영화를 이끌어간다. 우울증으로 한해 동안 휴학을 선택한 래호는 집 밖으로 나가라거나 운동을 하라는 어른들의 조언에도 위안을 얻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평범한 날, 샐러드를 먹다 래호는 생각에 잠긴다. ‘나도 그냥 한번 채식을 시작해볼까?’ <채식의 정답>은 육식 생활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지적하거나 기성 생활양식에 저항하기보다 채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작품 성향은 환경문제와 채식을 관조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던 양찬솔 감독의 선택이 반영된 것이다.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싶었다. 먹는 것은 일상에서 매일 이뤄지는 일이다. 모든 이의 결정이 똑같은 이유에서 시작
[인터뷰] 요즘 채식, 편견은 빼고, <채식의 정답> 양찬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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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수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문명의 끝에서>는 사람들이 더 일찍이 궁금해했어야 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코로나19 이후 실내 생활 증가와 배달 서비스 소비 급증으로 매일 수만톤의 쓰레기가 생산되지만 이들의 목적지와 처리 과정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명의 끝에서>는 단순히 쓰레기가 지나가는 경로를 안내하기보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적 위계, 정치적 갈등, 부동산과 계급 불균형 문제 등을 묵직하게 따라간다. 한마디로 ‘쓰레기 사회학’에 가깝다. 감독 임기웅은 “쓰레기 문제는 지구적인 문제이지만 동시에 지역적 문제”라고 중심 화두를 짚었다. 전체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폐기물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은 사막 같은 황무지를 활용하여 쓰레기를 매립하지만 그에 비해 여분 토지가 많지 않은 한국은 매립지를 둘러싸고 지역간의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재활용 선별장을 방문하면 잘 관리
[인터뷰] 쓰레기 사회학, <문명의 끝에서> 임기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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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는 고래의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좇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시시각각 다른 표정을 짓는 드넓은 바다와 비밀처럼 은신한 고래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 그것이면 거대 규모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기 충분했다. 사실 환경문제나 자연의 질서를 짚어내는 건 첫 기획 의도에는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이끈 이큰별 감독은 고래의 나날을 들여다볼수록 해양 생명과 기후 위기, 환경문제를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눈부신 풍경을 영영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이면 대양에 몸을 맡긴 플라스틱이 떠밀려와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하는 걸 목격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계층인 고래는 이제 위험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 화살표는 정확하게 인간까지 겨냥하고 있다. 총 4부작으로 나뉜 다큐멘터리는 110분의 영화로 재구성되어 커다란 스크린으로 재현된다. 8K 고화질 영상에 담긴 역동적인 생명력에는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비애와 환희가 동시에 담겨 있다.
[인터뷰] 아름다운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고래와 나> 이큰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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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생태계 복원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식물학자 동호(박정학)는 야생벌을 돌보거나 씨앗폭탄을 만들며 자기만의 온실을 지킨다. 평화로워 보이기만 한 푸른 삶에는 사실 그도 모르는 외로움이 녹아 있다. 자신을 떠난 가족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타인과 단절된 삶은 아무 말 없이 마음의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동호는 누에에게 먹일 뽕잎을 찾고 있다는 12살 봄이(최나린)를 우연히 마주친다.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날갯짓을 시작한 봄이는 동호의 어두운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빛을 충분히 받고 자란 담쟁이넝쿨처럼 두 주인공의 우정은 푸르고 단단하다. 이 비밀의 화원에는 자연의 순환을 닮은 인간의 모습이 소생하고 있다.
- 두 번째 장편 극영화다. <비밀의 화원>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 <비밀의 화원>은 박준호 PD가 개발한 시나리오에서 출발했다. 기본 뼈대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제작 상황에 맞게 바꾸고자 했다. 이를테면 배역 수를 다듬었다. 많은 인
[인터뷰] 인간과 자연은 공생관계고, 하나다, <비밀의 화원> 김성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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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된 다큐 <플래닛 킬러: 탄소의 왕자>와 <그린 워리어: 포에버 케미컬>은 마치 한편의 범죄소설 같다. <플래닛 킬러: 탄소의 왕자>는 15년 가까이 환경문제에 대한 탐사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마르탱 부도가 총괄한 <플래닛 킬러>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다. 이 영화는 ‘탄소 왕자’라고 불리는 시릴 아스트뤽의 범죄를 추적한다. 그는 유럽연합에서 탄소 배출을 막기 위해 만든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허점을 이용한 사기로 50억유로를 빼돌리는 데 성공했으며 10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해 도주 중이다. 감독은 환경 범죄자라는 소재를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 소비하지 않는 대신 과학적인 엄밀함과 탄탄한 구성, 절제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환경 범죄의 잔혹한 현장으로 초대한다. 한편 <그린 워리어: 포에버 케미컬>은 개인이 아니라 공장제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겨냥한 작품이다. 카메라는 자연분해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는 발
[인터뷰] 환경 관련 범죄를 고발하는 흥미로운 방법, <플래닛 킬러: 탄소의 왕자> <그린 워리어: 포에버 케미컬> 마르탱 부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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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 참여한 195개국은 파리협약을 체결한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로 제한하며 이를 위해 협약 당사국 모두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을 국가별 목표에 따라 실현할 것을 타결한 조약이다. 이후 수많은 국가에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로 발생한 손실과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인 ‘기후 소송’이 벌어졌다. 수많은 소송의 중심엔 변호사 로저 콕스가 있다. 그는 실제로 네덜란드의 일곱 환경단체와 함께 에너지 기업 셸을 고소한 이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45% 줄일 것”을 법으로 주문한 우르헨다 소송을 승리로 이끌어낸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지금 로저 콕스는 “그간 기후 소송이 정부, 기업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젠 기업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기후재판 3.0’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
[인터뷰] 젊은 법학도들이 영화에서 희망과 영감을 얻기를, <기후재판 3.0> 닉 발타자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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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딩>은 환경운동가 이저벨라 트리의 수기를 담은 교양서 <야생 쪽으로>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저벨라 트리는 남편 찰리와 함께 영국의 넵 황무지를 개간해 재야생화를 시행한 다. 데뷔한 이래 평생 “자연사와 인간 드라마를 결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영화 만들기”를 꿈꾼 데이비드 앨런 감독이 “두 남녀가 여러 고초에 맞서며 손상된 자연을 복원”하는 과정을 담은 책 <야생 쪽으로>를 발견한 순간 느꼈을 환희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데이비드 앨런은 이저벨라와 찰리 부부가 지닌 특권에 집중하며 영화화에 돌입했다고 말한다. “젊은 환경운동가 부부가 자신들 앞에 놓인 대자연이란 특권을 바탕으로 기성 체제에 맞서 대규모 실험을 구상한 일,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에 새로운 의제를 던지려 한 일 자체가 영화적이었다.” 물론 텍스트에 감명 받았다고 해서 이를 제대로 시각화 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관객들이 작품에 등
[인터뷰] “나의 행위가 지속 가능성을 포함할까?”, <와일딩> 데이비드 앨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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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화제의 얼굴로 이만한 적임자가 또 있을까.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에코프렌즈는 배우 김석훈이다. 구독자 19만명 이상을 보유한 개인 유튜브 채널 <나의 쓰레기 아저씨>를 통해 쓰레기를 줍는 일상을 공개한 그는 일명 ‘쓰저씨’로 대중의 호응을 받으며 생활 속에서 지구를 구할 방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 청명한 오전 인터뷰 당일, 어깨에 쓰레기를 담는 망태기 대신 에코백을 메고 가뿐히 스튜디오를 찾은 김석훈은 대화 내내 ‘하핫!’ 하는 통쾌한 시그니처 웃음소리로 현장의 고요를 기분 좋게 깨우며 테이블 위의 일회용 컵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에코프렌즈로 선정됐다. 이번 위촉 소식이 기쁘면서도 어깨가 무거웠을 것 같은데 소감이 궁금하다.
= 오늘 미용실에 가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왔으니 탄소 중립에 반대되는 일을 했다. 우리 아이가 올해 5살인데, 기저귀를 천기저귀로 바꿔 쓰는 건 꿈도 안 꿔봤다. 하핫! 환경을 살리자는 말을 나서서 할
[인터뷰] “난 덜 사고 제대로 버리고 많이 걸을 때 행복한 사람”,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 배우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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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함께 임기를 시작해 올해 공동집행위원장 2년차를 맞이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만났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한 뇌과학자와 환경재단의 20년 역사를 몸소 살펴온 임원이 힘을 합쳐 영화제 안팎의 살림살이를 든든히 책임지는 중이다. 환경영화가 지닌 힘을 말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굳건했다. “세상에 환경문제가 아닌 문제는 없음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증가” (이미경)하고, 영화적으로는 “더욱 다양해진 장르와 스펙트럼” (정재승)이 돋보이는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이제 관객을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 정재승 교수는 2022년 에코프렌즈에 이어 지난 해부터 공동집행위원장이 됐다.
정재승 이명세 집행위원장님 시절에 처음 에코프렌즈로 초대받았을 땐 그저 즐거운 마음이었고, 집행위원장직 제안을 받고는 과학자들이 환경 이슈에서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역할을 도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조직위에는
[인터뷰] ‘유연하게, 재미있게!’, 정재승, 이미경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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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에겐 지난밤의 성공적인 중고 거래가 남긴 만족감이 아직 생생한 듯했다. “바로 어젯밤 10시30분에 정가의 30%도 안되는 가격으로 모자 하나를 넘겼다. 직접 뵙고 1만원을 깎아드리려 했는데 구매자 분은 쿨하게 거래 후 유유히 사라졌다!” 육아용품 무료 나눔을 하다보니 입지 않는 옷을 중고 거래에 내놓는 일에도 금세 익숙해진 그다. 텀블러, 샴푸바, 옥수수 칫솔 등 쓰레기를 줄이는 일상적 실천을 말하기 시작한 배우의 목소리는 흥미진진한 풍경을 전하는 내레이터처럼 공명했다.
드라마 <동이>(2010)의 인현왕후에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12)의 푼수 선생님으로 돌연 건너간 대담함. 인생의 대소사를 치르며 생긴 공백기를 일련의 복귀작(드라마 <며느라기> <산후조리원> <검은 태양>, 영화 <고백> <첫번째 아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들로 깨부수는 기세. 이 천생 배우
[인터뷰] 실감과 실천 사이에서,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 배우 박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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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명의 소년.’ 모순 같은 수식이지만 유준상의 이름에 붙는다면 크게 이상하지 않다. 에코프렌즈란 칭호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지속 가능한 활력’이 항상 그의 주변을 맴돌기 때문이다.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특별상영: 에코프렌즈 유준상’에서는 그의 두 연출작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 <스프링 송>을 만날 수 있다. 유준상은 자연을 주제로 한 동화책의 출간을 앞둔 작가로서 자연과 환경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고도 있다. 이번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창작자 유준상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혼과 여행기를 살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최근 자신을 ‘트래블아티스트 테니스맨 유준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들일까.
= 가족여행 중에 나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혼자 동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편한 여행보단 힘든 여행, 무한정 계속 걷는 여행을 더 좋아한다. 가족들이 안 따라올 땐 혼자 미술관이나 가고 싶은 곳으로 무작정 돌아다닌다. 어느 날
[인터뷰] 지속 가능한 활력,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에코프렌즈 배우 유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