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대표작 <국경통신> <쉐드와 트루디>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마치 영화 같은 자신의 어두운 개인사를 용감하게 드러내며 영화계에 뛰어든 앨리슨 앤더슨은 인디 작가들의 발굴장인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유명해졌고,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 등의 뒤를 이어 90년대 초반 비평가들이 가장 좋아하게 된 독립영화 감독이다. 도피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는 그녀의 영화 속 캐릭터들은 강인하기는 하지만 가부장적 사회와 주변의 억압에 매여 있는 여성들로 묘사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녀들을 위한 동정심을 내면에 품게 된다.

시골의 켄터키 지방에서 자란 앤더슨은 늘 가족으로 인한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운 초년 시절을 보내야 했다. 12살의 나이에 어머니와 여동생이 여행을 간 사이 총으로 위협해대는 계부에게 강간당했고 이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괴로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17살에 그 암흑의 켄터키를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향했지만, 그곳에서 그녀의 첫번째 아이의 아버지가 될 남자를 만나게 된다. 미혼모 생활을 하던 앤더슨은 자신의 삶을 구제할 생각으로 공부와 영화를 발견한다. 주니어대학에 등록하고 이후에 UCLA영화학교를 다녔다. 이 시기에 그녀 곁에는 두딸이 있었다.

영화를 공부하던 시기 앤더슨은 빔 벤더스의 영화에 매혹되었고 벤더스는 <파리, 텍사스 Paris, Texas>(1984)에서 제작부 조수일을 그녀에게 주었다. 대학 졸업 후 앤더슨은 자신의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데뷔작 <국경통신 Border Radio>(1987)을 감독한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영화는 <쉐드와 트루디 Gas, Food Lodging>(1992)이다. 뉴멕시코주의 작은 마을을 무대로, 홀어머니 노라가 두명의 틴에이저 딸 쉐드와 트루디와 함께 엮어나가는 세 여자의 인생유전이다. 리처드 펙의 소설을 각색한 것이지만 앤더슨의 자전적 요소가 다분히 담겨 있는 영화이다. 뒤이은 작품 <나의 굉장한 인생 My Crazy Life> (1994)은 LA 소녀 갱들의 이야기이다.

앤더슨은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경험들을 통해 용감하게 영화 속 실체를 만들어갔고, 페미니스트의 주장보다는 개인적인 방식으로 여성들에 대한 자신만의 연구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