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사람이 있다. 큰 키와 푸른 눈의 남자. 지금은 비록 세상에 없지만, 사람들은 그를 신부님이라 불렀고 혹은 ‘밥’이라고도 했다. 미국인이자 신의 사제이기 전에, 그저 한 인간이고자 했던 서 로베르토신부. 그는 한국의 역사 안에서 해방신학의 근거를 보았고, 약자들의 편에 서는 것만이 진정한 복음의 선택이라 여겼다. 198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그는, 어디든 있었다. 소록도의 나환자들, 가난한 농민들의 곁은 물론 상계동의 철거현장에도 매향리에도 민가협의 집회에도, 늘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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