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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다시 초심으로
이주현 2023-03-31

오늘도 블루베리가 들어간 견과류를 먹으며 눈 건강과 뇌 건강을 챙긴다. 홍삼도 한포 뜯는다. 이주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씨네21>은 올해도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평소보다 두툼하고 특별한 잡지를 선보인다. 20세기의 기운을 가득 담은 촌스럽기도 멋스럽기도 한 이번호의 제호는 <씨네21>의 시작을 알린 첫 번째 제호 디자인이다. ‘첫’ 제호 디자인을 특별히 꺼내본 이유는 역시나 초심 때문이다. <씨네21>의 초심을 알기 위해 1호를 찾아 읽어본다. 잡지의 마지막 쪽에 실린 ‘편집자에게 독자에게’ 지면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씨네21이라는 제호가 누구든 영화에 관한 정보나 비평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로부터 28년이 흐르는 사이 <씨네21>은 ‘영화에 관한 정보나 비평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었나? 그보다도 요즘 사람들은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영화 비평에는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씨네21>이 1400권의 잡지를 만드는 동안 한국영화계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영화로부터 뻗어나간 K콘텐츠는 어느덧 확신의 선택지가 되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우리가 극장에서 보는 그 영화의 위상 말이다.

창간호 특집 기사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간의 박스오피스를 분석하며 과거를 돌아보기로 한 것은 한국영화의 위기, 극장의 위기, 관객의 변화 등을 매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의 10년간 한국영화는 더없는 호황이었다. 한해에 천만 영화가 4, 5편씩 나왔고, 사람들은 극장에서 영화 보는 일을 친숙한 오락으로 여겼다. 영화는 늘 사람들 가까이 있었다. 그 시절 관객은 모두가 영화평론가를 자처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영화의 위상도 관객의 위상도 흥행 공식도 모든 게 달라졌다. 취향이 세분화되어가는 시대, 모두를 만족시킬 영화를 만들기는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그래서 영화는, 관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 그 답을 턱 하고 내놓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다면 영화 잡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계속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애정 아닐까. 이쯤에서, 창간 28주년 특별호의 얼굴로 초대한 배우 구교환의 인터뷰 일부를 인용해볼까 한다. “재밌어야 또 뛰니까. 그게 무엇이든 행동하는 재미를 찾아내려 한다.” 여기에 <리바운드>의 대사도 얹어보자. “우리가 잘하는 거, 신나는 거, 미치는 거 해보자고!” 영화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영화 저널리즘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지라도 다시 초심으로 재미를 찾아 뛰어다니고 싶다. 우리가 잘하는 거, 신나는 거, 궁금한 것들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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