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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진단할 때 지난 20여년 동안 빼먹지 않고 나오는 말이 있다. ‘포스트 봉준호, 박찬욱은 어딨는가?’ 혹은 ‘한국영화 세대교체는 이루어지는가?’이다. 지난해 <씨네21> 역시 여름, 추석 극장가를 결산하며 ‘새바람은 부는가, 여름, 추석 극장가 포스트 르네상스 세대의 약진’(<씨네21> 1428호)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엄태화, 유재선 감독 등 신진 세대에 속할 만한 감독들의 활약을 조명했다.
올해 여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여름 시장에서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이 가장 성공했고 앞서서는 이종필 감독의 <탈주>가 선전했다. 특히 3월경엔 <파묘>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 안팎의 광풍을 이끌면서 영화감독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반대로는 충무로 베테랑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시리즈나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 등 대작 SF가 흥행에서 주춤한 것을 두고 중견
“한국영화 세대교체? 섣부르다”, ‘세대교체’의 진정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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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나열하자면 이렇다. 2부작으로 제작된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다 합쳐서 약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올해 드디어 개봉한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는 62만 관객에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검증된 중견감독들의 SF 장르 도전은 결과적으로 아쉬운 성적표로 마감됐다. 시야를 지난해까지로 넓히면 김용화 감독의 <더 문>도 눈에 들어온다. 28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는 51만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제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중견감독들은 (굳이) 왜 (대작) SF에 도전하고, 어떤 이유로 실패하는 거냐고.
중견감독들이 SF에 매혹되었던 이유
질문의 순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해석은 다채로워진다. ‘대작 SF에 도전했지만 실패’하는 것과 ‘대작 SF를 만들었기에 실패’하는 건 완전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중견감독들이 SF 제작에 매혹되는 것과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분리해서 다뤄야 할 문
‘왜?’라는 질문은 응답받았는가, 중견감독들의 성적표 - 몇몇 대작 SF영화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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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7~8월마다 여름 극장가를 노리는 3, 4편의 대작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특집을 꾸려온 <씨네21>이 2024년에는 그런 기사를 낼 수 없었다. 올여름 극장가에는 이른바 빅3, 빅4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자리를 채우는 건 신예 김한결 감독이 연출하고 조정석이 주연을 맡은 중급 코미디영화 <파일럿>과 어느새 80만명을 돌파한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이다. 상반기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신기하고 복잡한 현상은 더 많다.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개념이 사라졌고, 거의 매주 다른 공연 실황 영화와 재개봉 영화가 극장에 걸리며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관객 20만명을 기록하는 등 아트하우스 영화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이전이라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어떤 법칙이나 대응책도 보이지 않는 미래 사이에 한국영화는 어떻게 방향을 정해야 할까. 우선 여름 시장을 중심으로 2024년 상반기 극장가를 정리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고자 <씨
[인터뷰] 웹툰 세대의 영화 <파묘>, 기대 밖의 <원더랜드>, 영리한 <파일럿>... 올해 개봉작을 돌아보자, 김철홍, 유선아, 이보라 영화평론가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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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서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혀왔던 여름 시장이 마무리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다지만 각사가 미는 ‘텐트폴’ 영화들이 출사표를 던지지 않고 지나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대신 상반기에는 <파묘>와 <범죄도시4> 두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고 이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24년의 3분의 2가 지나가는 시점, 올해 영화계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총평을 들었다.
영화시장은 정말 망했을까?
“혼자 망해가는 것 같아 더 심각한 영화시장.”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온 어느 네티즌의 글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 미술 및 공연계의 호황과 비교했을 때 유독 영화시장의 위기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티켓값 상승으로 극장산업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거나 OTT 플랫폼에 고가로 부가 판권을 넘길 경우 제작비를 보전할 수 있다는 반박이 제기되기
재개봉은 더 많아지고, 신작은 더 적어진다고? ‘텐트폴’ 영화 없이 2024년 여름이 지나간 자리… 우리가 말하는 것들,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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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 양쪽 진영에서 모두 특기할 만한 사건이 있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상반기에만 <파묘>와 <범죄도시4> 두편의 천만 영화가 나왔고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중성과 거리가 먼 화법을 가진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장기 흥행에 성공하며 관객수 2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극장산업의 회복이나 아트하우스 영화의 부흥으로 해석하기에는 수치 이면에 있는 다층적인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1년 중 가장 주목도가 높은 여름 시장 성적표가 나온 지금, 업계 관계자들에게 올해 영화계를 돌아보는 질문을 던졌다. 김철홍, 유선아, 이보라 영화평론가는 다양한 토픽을 주제로 산업과 영화 내적 텍스트를 갈무리하는 대담을 나눴다. 중견감독들의 대작 SF영화(<원더랜드> <외계+인> <더 문>)의 연이은 실패와 충무로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짚어본 리포트를 더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여름
[특집] 여름에 여름영화가 없다? - 업계 관계자들의 한국영화 위기론 진단, 김철홍, 유선아, 이보라 영화평론가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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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하여>는 희망퇴직 압박에 놓인 장년 노동자를 다룬 <9번의 일>, 도시 중앙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노숙인이 주인공인 <중앙역> 등 시민과 창작자의 시선이 쉽사리 가닿지 않는 이들의 정체성을 그려온 김혜진 소설가의 2017년 작품이다. 이 소설은 몇년 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춘정> 등의 단편으로 이름을 알리고 이창동, 장률 감독의 스크립터로 일한 경력이 있는 이미랑 감독에 의해 각색되고 영화화됐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내다 영화를 매개로 20여년 만에 재회한 두 창작자는 서로의 <딸의 대하여>를 진심으로 애호한다. 각자 입고 온 셔츠의 색깔을 두고 “그린과 레인처럼 입고 왔다”며 미소를 짓는 이미랑 감독, 김혜진 소설가의 사려 깊은 시선을 전한다.
*작품 속 딸과 딸의 연인이 서로를 부르는 애칭인 그린과 레인으로 이름을 표기합니다.
- 두분이 서울예대 재학 당시부터 인연이 있
[인터뷰] 소설의 언어, 영화적 장면,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소설가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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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영화산업의 위기를 목놓아 개탄한 지 오래다. 극장, 창작자, 제작자 등 각 분야의 플레이어들이 너나없이 고비를 타개할 묘안을 위해 고투하던 열기도 한풀 꺾였다. 불경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젠 위기를 당장 극복하기보다는 누적된 난관들을 완화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암중모색 중이다.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회복을 낙관할 수 있는 이유는 ‘좋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기 때문이다. 필름마켓, 출판 시장, 무대 위, 작가가 사는 현실 세계엔 여전히 좋은 영화로 자랄 묘목이 꾸준히 발견된다. 영화제와 극장에는 관객과 평단의 마음에 단단히 뿌리내릴 작품이 걸린다. 결국 좋은 작품이 산업을 영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게 하고, 영화가 극장에서 계속되어야 할 당연한 이유와 명분을 제공한다.
<씨네21>은 앞으로 3주에 걸쳐 개봉을 앞둔 한국 독립영화 세편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세 차례의 연속기획 기사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딸에 대하여> (9월4일
한국 독립영화 연속기획❶ 논쟁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 소설가 김혜진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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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여성영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새로물 물결’ 섹션을 통해 세계 각국 여성감독들의 신작, 여성 주제의 화제작을 소개한다. <강변의 무코리타>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카모메 식당> <안경> 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신작 <파문>으로 한국을 찾았다. 쓰쓰이 마리코 배우가 연기한 요리코는 방사능 유출 사고로 인해 남편이 도망간 후, 녹색의 생명수를 숭배하는 사이비종교에 빠져 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찾아온 남편은 자신이 암이라며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요리코와 가족들의 행동을 통해 영화는 일본 사회가 마주한 문제를 다각도로 지적한다. 개막식에도 참석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한국 여성들의 에너지가 정말 강하다고 느꼈다”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 <파문>은 전작들과 분위기나 주제 면에서 많이 다르다. 작품
[인터뷰] 여성들이 서로 도와가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파문>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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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피치&캐치를 통해 옥랑문화상을 지원받아 생애 두 번째 영화(<간지들의 하루>)를 만들었고 덕분에 영화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작품 피칭을 앞두고 축사를 위해 연단에 선 이숙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객석에서 다가올 순서를 기다리는 신인감독들과 눈을 맞췄다. 운영을 담당한 김영 프로듀서는 2022년 수상작 <콘크리트 녹색섬>이 올해 영화제에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사실을 짚으며 “피칭작이 제작되어 연어처럼 영화제로 되돌아오는” 보람을 전했다. 8월27일 피칭 본심 현장에 낭보도 날아왔다. 지난해 피치&캐치상 수상 후 제작에 박차를 가했던 백승빈 감독의 <아이 엠 러브>가 2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경쟁작으로 발표된 것이다. 영화제 예산 축소, 후원사 재편 등의 변화 속에서 예년과 달리 극영화, 다큐멘터리 부문을 합해 시상하게 됐지만, 어려워진 영화제 살림살이에 대한 아쉬움을 덮을 만큼 기운찬 감독들의 음
투쟁과 연대의 영화 만들기, 15주년 맞이한 2024 피치&캐치 본심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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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장편영화 기획·개발 피칭 프로그램인 ‘피치&캐치’가 2010년 포문을 열어 올해 15주년을 맞이했다. 여성 영화인이 주도하는 극장 영화의 제작 활성화를 위한 피치&캐치는 서울에서 공개·지속된 최대 규모의 영화 피칭 사업이다. 올해는 극영화·다큐멘터리를 합한 총 88편 지원작 중 7편의 감독이 무대에 올라 성공적인 피칭을 마쳤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운영 사정은 녹록지 않았지만, 제작사·배급사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품의 진심을 전하는 창작자들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굳건했다. 이숙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며 초기 여성영화제가 가지고 있던 마음가짐, 서로 협업하는 결속력을 확인했다”고 15년 사이 여성영화제의 역점 사업으로 자리잡은 피치&캐치 행사에도 격려를 보냈다. 8월27일 열린 피치&캐치 참가작들의 소개와 함께 현장 풍경에 깃든 단단
[기획] 여자들의 물결을 더 멀리, 더 거세게, 제2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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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시간대에 사는 두 남자 전영하(김윤석), 구상준(윤계상)의 삶에 살인사건이 무심코 내던져진다. 사건의 주변부에 있던 두 남자는 살인사건이 남긴 파장에 우연히 빨려 들어가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무참한 비극을 마주한다. <미스티> <부부의 세계> 등을 흥행시킨 모완일 드라마 PD는 2021년 ‘JTBC X SLL 신인작가 극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대본을 읽고 “재밌으나 시리즈로 만들기엔 위험한 작품”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이 작품에 매료된 자신을 발견했다. 작품을 쓴 신인 손호영 작가 또한 모완일 PD와의 첫 미팅 자리에서 “영상화가 용이하지 않은 대본이라 제작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영상매체로 구현하기 까다로운 작품이라 단정했던 두 창작자는, 어느새 의기투합해 올해 가장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함께 지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인터뷰] 감정이 옮아가는 서스펜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모완일 연출, 손호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