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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범작이다. 사실 굳이 말을 보태고 싶을 않을 정도로 무난하다. 하지만 그 앞에 류승완 감독의 이름표가 붙었을 때 각자 다른 기대치를 기준으로 실망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베테랑2>를 재밌게 봤다. 그렇다고 상찬할 생각은 없지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중엔 과하거나 악의적인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 글은 <베테랑2>를 위한 변명에 가깝다. 아쉬움을 지적하더라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단 생각에 왜 재미가 덜했는지를 생각해봤다.
일단 뭘 하고 싶었는지는 알겠다. 사족 같은 엔딩을 보면서 더 확실해졌다. 간도 못 맞춘 라면을 먹으면서 아들에게 사과하려 쭈뼛거리는 서도철(황정민)의 마지막 모습에는 아빠 되기, 어른 되기, 사람 되기의 애환이 묻어난다. 처음부터 이 장면, 소시민 가장의 짠한 부피 확보가 영화의 목적지였다. 그럴 수 있다. 류승완 감독은 장르를 장르로, 오락을 오락으
[비평] 걱정이 많아 잔소리가 늘었다, 의미가 재미를 압도할 때, <베테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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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는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라는 영화계의 통념에 도전하는 대신 1편과는 다른 속편을 지향하면서 1편의 명랑함과 쾌활함을 골간만 남겨놓고 어둠의 심연을 겨누는 누아르 패턴을 공들여 꾸미는 가운데 1편에서처럼 절대악을 응징하는 쾌감보다는 모두 절대악을 상대한다는 기만적인 착각에 빠져 있는 우리 내부의 악은 없는 것인가라는 나름의 비판적 칼날을 벼른다. 영화 따위가 감히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거나 우리의 무결한 정의감을 시험한다고 여기는 이 영화의 비판자들은 불쾌감을 느낄 것이지만 액션영화 키드로 경력을 시작한 감독 류승완이 이제 어른의 근심으로 액션 코미디 장르에 멋진 주름을 새겨놓았다고 하는 나같은 평자도 있을 것이다.
활극 코미디를 가장한 고통과 피로
이 영화에는 숱한 군중 신이 나오는데 일체감의 착각 속에 상호 감시에 빠져드는 혼란과 몰입감을 동시에 준다. 일례로 연쇄살인범이 저지른 죄의 크기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마치고 귀가하는 상황을 경찰의 호위 속
[비평] 고통과 피로의 짠맛, 세상의 심연을 액션으로 승화시킬 때, <베테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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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이후 9년 만에 나온 <베테랑2>는 전편과 다른 목적성을 띤다. 접전 끝에 서도철 형사가 빌런 조태오를 응징하며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안겼던 <베테랑>과 달리, 속편에선 서도철 앞에 자경단을 위치시키며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개봉 2주차 6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베테랑2>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간다. 김영진 평론가는 류승완 감독이 “어른의 근심으로 액션 코미디 장르에 멋진 주름을 새겨놓았다”라는 상찬을 올린 반면, 송경원 <씨네21> 편집장은 “<베테랑>의 흥행에 대한 걱정과 반성, 반작용의 결과물”인 속편이 “지나치게 숙성된 탓에 본래의 맛마저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둘 중 누구의 의견에 동조할 것인가. 감상의 또 다른 길을 제시할 김영진 평론가, 송경원 편집장의 평론을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베테랑2> 찬반 비평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적당한가, 과도한가, <베테랑2> 찬반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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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소녀 Tiger Stripes
아만다 넬 유/말레이시아, 타이완,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카타르/2023년/96분/특별기획 프로그램 :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
성장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트라우마로 만드는 것은 환경이다. 반에서 처음으로 생리를 시작한 자판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생리대를 잘못 간수하면 정신이상자가 된다거나 귀신이 붙는다는 괴소문도 함께다. 스트레스 때문일까, 본성일까. 자판의 손에 호랑이의 발톱이 돋아난다. <호랑이 소녀>는 여성의 신체를 같은 여성마저 존중하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말레이시아의 전근대적 사회와 교육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에 더해 성장의 자리에 놓인 변태의 과정은 내적 고통의 표면화를 넘어 고양이와 호랑이, 유인원과 인간 사이 어디로든 뻗어갈 수 있는 무한한 자아의 긍정으로 확장된다. 아만다 넬 유 감독은 묵직한 주제의 보디 호러 위에 만화적 터치를 더하는 능란한
[기획]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씨네21>의 추천작 가이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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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Cloud
구로사와 기요시/일본/2024년/124분/길라 프레젠테이션
요시이(스다 마사키)는 온라인상에서 ‘라텔’이란 이름의 리셀러로 활동한다. 물품에 관계없이 매진 행렬을 기록하지만 특별한 전략은 없다. 대량 구매한 물건을 비싸게 되팔 뿐이다. 요시이가 질보다 양을 중요시한 결과로 일부 소비자들이 판매한 물건의 품질에 관해 불만을 표하기 시작한다. 인터넷에 집결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거세지며 요시이는 순식간에 불특정 다수의 표적이 된다. 외진 곳으로 사업지를 옮긴 요시이는 그의 일상을 위협하는 비가시적인 존재들을 서서히 감지한다. <클라우드>가 묘사하는 집단 광기는 가해자들이 요시이를 분노 발산의 수단으로, 그를 공격하는 과정을 일종의 게임으로 여긴다는 데에서 진정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요시이를 향한 분노는 주체와 시작점이 명확하지 않다. 가해자 중엔 요시이의 성공을 시기하거나 그와 마찰을 겪은 이들도 자리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신원을 서둘러 밝히지 않는다
[기획]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씨네21>의 추천작 가이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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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란
김상만/한국/2024년/127분/개막작
전쟁(戰爭)의 괴로움은 비단 싸우고(戰) 다투는(爭) 일에만 있진 않다. 적과 싸우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누가 적인지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격변의 혼란(亂)이 시작된다. <전,란>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조선을 배경으로 서로 어지럽게 엮인 채 다투는 두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다. 아비의 빚 때문에 억울하게 노비로 전락한 천영(강동원)은 이름난 무가(武家)에 노비로 팔린다. 무가의 외아들 종려(박정민)는 그런 천영에게 마음이 간다. 마음씨 고운 종려가 천영을 챙기는 사이 무예에 빼어난 재능을 지닌 천영은 종려의 수련을 돕고, 둘은 어느새 몸종과 양반이란 신분을 넘어 친구가 된다. 하지만 임진왜란이 터지자 모든 게 뒤집힌다. 종려는 선조(차승원)의 호위무사가 되어 한양을 떠나고 남겨진 천영은 의병이 된다. 이윽고 전란의 세월을 지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칼끝을 겨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의 칼끝은 재미를 향한다
[기획]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씨네21>의 추천작 가이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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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지난해보다 8% 늘어난, 63개국 총 279편(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 포함)의 영화가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을 상영관으로 추가 확보하며 양적·질적 확장을 꾀했다. 특히 엄격한 시네필과 대중적인 취향의 영화 애호가들을 아우르는 라인업이 눈에 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며, 감독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그랜드 투어>로 제77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미겔 고메스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하며 영화제의 저변을 넓히는 시도도 꾀했다. 지금도 취소표를 구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는 독자들을 위해 <씨네21>이 엄선한 추천작들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올가을 부산에 가야 하는 이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10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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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삼부작 중에서 어떤 편을 가장 좋아하나요? 간혹 그런 질문을 받곤 했다. 대답하기 전에 늘 조금 망설여졌다. 셋 중 어느 하나를 고르는 순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간파당할 것 같아서였다. <비포 선라이즈>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면 ‘철이 덜 들었군’ 하는 시선과 함께 아직도 희미한 청춘의 한때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안쓰러운 중년으로 보일지도 몰랐다.
사실 그동안 이 시리즈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나의 선호도는 <비포 선라이즈>-<비포 선셋>-<비포 미드나잇>순이‘었’다. 연대기 순서이기도 하다. 세 작품은 각각 제시와 셀린의 20대-30대-40대의 점 위에서 만들어졌다. 그들과 동년배인 나의 생애주기도 함께 지나갔다. 그러니 나의 순위는 미학적 완성도에 근거했을 리 없다. 후속작으로 갈수록 나에게는 제시와 셀린의 인생이 복잡하고 피로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만약 그들의 인연이 <비포 선라이즈>를 마지막으로,
‘그 시절의 나(들)에게’, 소설가 정이현의 <비포> 시리즈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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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외자들>(1964)이 촬영될 즈음의 상황을 되짚는다. 당시 혁명적이었던 누벨바그의 열기가 시들면서 극장가에는 다시 전통적인 방식의 프랑스영화가 대두되고 있었다. 당시 누벨바그 작가들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400번의 구타>(1959) 후 프랑수아 트뤼포는 대중과 점차 멀어졌고, 알랭 레네의 신작 <뮤리엘>은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자크 리베트의 경우에는 <파리는 우리의 것>(1961)이 실패한 이후로 완전히 창작을 멈춘 상태였다. 그나마 에릭 로메르가 텔레비전용 저예산영화를 지속적으로 선보였지만, 그의 방식은 지극히 장인적인 모델에 가까웠다. 장뤼크 고다르는 자신의 동료들과 비슷한 처지에 속해 있었다. <네 멋대로 해라>(1960) 이후에 그는 <작은 병정>(1963)을 작업했지만, 이 작품은 알제리전쟁에 대한 언급 탓에 3년간 검열 중이었다. 그사이에 <여자는 여자다>(1961)와 &
[비평] 누벨바그의 유령과 멜랑콜리, 이지현 평론가가 바라본 <국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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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30년 만인 2024년에 에드워드 양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 <독립시대>가 한국에서 첫 개봉한다. 에드워드 양의 첫 영화인 옴니버스 <광음적고사>부터 장편 데뷔작 <해탄적일천> <타이페이 스토리> <공포분자>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유작인 <하나 그리고 둘>까지 지나간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를 동시대의 작가로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회사는 어딜까. 수입을 담당한 에이썸 픽쳐스의 이창준 대표는 1997년 월트 디즈니사에서 직배 업무로 영화계에 입문, SK텔레콤과 리틀빅픽처스를 거쳐 에드워드 양 영화 전편을 국내에 모두 수입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로 거듭났다. <독립시대>에 이어 국내 개봉 순서로는 마지막인 <마작>까지 준비 중인 이창준 대표로부터 낭만과 인고가 합쳐진 ‘수입기’를 물었다.
- 에드워드 양 영화를 수입하게 된 최초의 계기는.
1992년 여름, <FM 영화음
[인터뷰] 에드워드 양이 남긴 7개의 여의주를 모으듯이, <독립시대> 수입한 이창준 에이썸 픽쳐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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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수입사들이 오래된 명작들을 적극적으로 수입해 개봉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애프터썬>과 <로봇 드림>, 그리고 11월 재개봉을 앞둔 <톰보이> 등 과거 한 차례 재개봉 열풍을 일으킨 <이터널 선샤인>의 모델을 이어가는 흐름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보다 진입장벽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고전, 예술영화의 과감한 등장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신작 대신 구작을, 그것도 국내에 첫 소개되거나 한정적인 관객층을 타깃으로 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관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관객은 자신의 시간을 특별하게 소비하길 원한다
클래식 명작들이 시네마테크를 벗어나 보다 접근성 있는 다수의 극장들로 확대 개봉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1차적으로 최근 수입사들이 관찰한 데이터베이스의 변화가 있다. <동경 이야기>와 <동경의 황혼> 개봉을 앞둔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는 “매년 일본국제교류기금과 협업해 여는 기획전에서 올해는
(재)발견의 영화관으로 오세요 - 미개봉 구작 예술영화부터 재개봉 영화까지, 해외영화 개봉의 어떤 흐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