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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감독 이수연/ 출연 박신양, 전지현/15세이상관람가/2003년
공포 지수 ★★★
<4인용 식탁>을 지하철에서 보는 시도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늦은 밤 지하철에서 내린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은 텅 빈 줄 알았던 지하철에 어린이 둘이 잠들어 있는 걸 본다. 다음날 그 아이들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뒤부터 혼령을 본다. 집 천장에서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는 정원의 4인용 식탁은 정직한 공포의 공간이다. 행동이 느릿느릿한 주인공은 집 안에서 어떤 낌새를 느낄 때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곤 하는데 그 몇초가 엄청난 긴장감을 준다. 정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시작되는 후반부, 커다란 차가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대로 그 장면을 목격한다면 끔찍함에 날밤을 지새울 수 있다.
덜 무섭게 보고 싶다면
<4인용 식탁>의 정원과 <파리의 연인>의 한기주(박신양)를 겹쳐 보는 게 은근슬쩍
[기획] 손가락 사이로 보면 괜찮을 거야, 겁쟁이 기자들과 함께 보는 한국 납량영화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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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미스테리 극장>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등 브라운관의 호러 장르를 톡톡히 책임졌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있다. 숫자 444에 얽힌 기묘한 사연부터(유독 숫자 4를 많이 다뤘다) 귀신, 무속신앙 등 공포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까지 일종의 공포드라마가 매주 연출됐다. 예능도 다르지 않다. 방송국은 여름철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는 납량특집 토크쇼를 꾸렸고 <슈퍼선데이-서세원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 등 폐가, 흉가를 배경으로 한 깜짝 쇼도 준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양·예능 프로그램에서 호러 소재를 다루는 경우는 잦아들었고,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 취재·탐사 프로그램 속 실제적인 범죄만이 공포를 탐닉하고 싶은 욕망을 채워줄 뿐이다. 방송가에 나타난 변화는 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 ‘방송은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되며 사주, 점술, 관상,
[기획] 2024년형 미스터리는?!, <샤먼: 귀신전> <심야괴담회>를 중심으로 말하는 요즘의 호러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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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기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영화기자는 무서운 영화도 잘 보나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재미없게도 반반이다. 공포물은 물론이고 잔인한 고어영화까지 허허실실 여유롭게 즐기는 기자가 있는 반면 공포영화 시사 때마다 속으로 우는 자신을 기자 정신으로 극장에 앉히는 기자도 있다. 올해는 취재팀의 두 겁보 기자에게 한국 대표 납량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맡겼다. 스포일러 포함, 꼭 눈을 감아야 할 장면부터 덜 무섭게 보는 방법까지 담은 기사를 읽고 나면 올여름, 무서운 영화에 도전할 용기가 조금은 생길 것이다. 그에 앞서 여름마다 볼 수 있었던 TV 납량 특집 프로그램이 왜 지금은 사라졌는지, 현재 호러 콘텐츠는 어떻게 변화해나가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기사에 대한 주의 사항은 오직 한 가지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이어지는 기사에서 2000년대 납량영화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겁쟁이 영화기자가 말하는 2000년대 한국 공포영화 추천 9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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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배우 전도연을 안다. 헌신적이고 섬세한 캐릭터에 어울리는 그녀의 얼굴을, 그리고 어느새 강렬한 카리스마와 동격이 된 그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누구도 그녀가 스크린의 여왕이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않았다. 처음 배우가 된 계기가 그러했듯, 전도연은 브라운관에 제법 어울리는 스타였다. 하지만 장윤현의 영화 <접속>(1997)을 기점으로 그녀의 활동 반경은 변한다. 생각해보면 <접속>에서 보았던 수현이란 캐릭터는 단순한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따르지 않는다. 누구나 될 수 있을 법하지만 아무도 만난 적이 없는 미지의 인물, 세상을 지배하는 유령과도 같은 투명한 도시의 여자를 그녀는 연기했다.
신작 <리볼버>(2024)를 보러 가는 길에 전도연의 전작들을 떠올렸다. 총기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이번 영화에서도 그녀는 현실에 속한 캐릭터로 분한다. 폭력적인 남성들에게 쫓기면서도 약속한 돈과 아파트를 향해 다가가는 인물, 보이지 않는
설득에 실패하는 법이 없는, <리볼버> 전도연 배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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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표현과 문제 해결 과정 모두 색다른 방식을 모색했다고 말한 바 있다. 확실히 <무뢰한>에 익숙한 관객에게 <리볼버>는 전혀 다른 인상을 안긴다.
=<무뢰한>은 대사가 적고 해질녘과 새벽 시간대의 적요한 분위기가 중요하게 작용한 영화다. <리볼버>는 이런 요소들과는 관계가 없다. 특정 풍경 속의 분위기가 아니라 여러 인물들 각자가 가진 감정들을 극적으로 그리는 데에 더 포인트를 뒀다.
- 전도연 배우의 전화 한통이 작품의 발단이 됐다. 특정 배우를 중심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은 어땠나.
=상황을 설명하자면 당시에 준비하던 영화가 잘 안됐다. 집에 있는데 전도연 배우에게 전화가 왔다. 만나서 하는 말이 “그렇게 쉬지만 말고 뭔가를 얼른 준비해서 같이해보자”는 거였다.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전도연 배우가 출연한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전도연 배우가 가진 것들 중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부분은 공감 능력이다. 타
[인터뷰] 투명 인간이 자신의 승리를 향해 가는 영화, <리볼버> 오승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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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 감독의 신작이 공개됐다. 배우 전도연이 오승욱 감독의 세계에 다시 들어서며 <무뢰한>의 영광이 반복될 수 있을지에 관한 예측이 난무했다. 오버랩되는 지점은 있다. <무뢰한>의 혜경이 끝까지 사랑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리볼버>의 수영도 수년의 유예기간을 지나 자기 몫을 되찾겠다는 다짐을 실현하려 한다. 그러나 이번엔 주인공의 감정을 쌓는 대신 여러 인간 군상이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는 방식을 차용했다. 오승욱 감독이 “전도연 배우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고 공표한 것이 납득이 가는 시도다. 디테일을 짚지 않더라도 <킬리만자로> <무뢰한>과 <리볼버>가 다른 궤적을 그리는 작품인 것은 확실하다.
수영이 출소한 날의 풍경은 고적하기만 하다. 죗값을 대신 치르면 상응하는 대가를 주겠다는 자들은 자취를 감췄고, ‘정 마담’으로 통하는 윤선(임지연)만이 수영을 반긴다. 한때 경찰이었던 수영은 동료이자 옛 연인 석용(
[특집] 액션, 대사 그리고 욕망 - 오승욱 감독의 <리볼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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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 남자 코미디. 그 ‘낡은 이야기’가 조정석의 얼굴을 입고 돌아왔다. 경쾌하고, 웃긴다. 이 황당무계한 영화의 모든 개연성은 배우 조정석이다. 그는 뭘 해도 어쩐지 납득이 된다. <파일럿>의 주인공 한정우도 마찬가지다. 2024년에 여장 남자라니. 조정석이 아니었다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우리는 곧 이 질문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낡았다’고 말했지만 <파일럿>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영화는 여장 남자 코미디의 계보 안에서 장르 관습을 답습하고 또 비틀면서 성공적인 포스트 #미투 대중서사로 자신을 드러냈다.
(한국) 여장 남자 코미디의 계보
한국의 여장 남자 코미디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는 안 팔려>(1963)와 <여자가 더 좋아>(1965)는 취직에 실패한 남자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여장을 한다는 기본 설정을 안착시켰고, 이후 <남자 식모>(1968), <남자 미용사>(1
[비평] 해석의 묘를 마음껏 즐기자, 성공적인 포스트 #미투 대중 서사 <파일럿>을 향유하는 몇 가지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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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준희 감독이 스웨덴영화제에서 발견한 <콕피트>(2012)가 원작이다. 이후 쇼트케이크와 무비락이 함께 제작하게 된 배경은 뭔가. 김한결 감독이 이 프로젝트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이유는.
김명진 당시엔 본인이 영화제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한준희 감독의 기억 속에 있던 영화다. 직접 연출하는 것보다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주면 제작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재미있는 기획 중 하나였다. 원작자에게 접촉한 것은 2019년이다. 스웨덴쪽 제작사와 연결이 되면서 구매 의사를 밝히고 스크리너를 받았다. 사실 한준희 감독의 피칭만 봤지 영화는 이때 처음 봤는데 다행히도 재미있었다. (웃음)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재미 있어 한다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 논의를 시작했던 터라 실제 판권 구매 시기가 1년 넘게 지연됐는데도 원작 제작사에서 기다려줬다. 내가 원래 김재중 무비락 대표를 쫓아다녔다. 대표님이 만드는 작품 들의 색깔과 완성도,
[인터뷰] 코미디는 웃음이라는 공동관람의 시너지효과가 가장 큰 장르다, <파일럿> 김한결 감독 with 김명진 쇼트케이크 대표, 김재중 무비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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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대형 항공사 3사 동시 합격.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성으로 SNS 스타로 떠오르며 <유 퀴즈 온 더 블럭>까지 출연 했던 화제의 인물. <파일럿>의 한정우(조정석) 같은 유명인일수록 구설수는 크게 터지고 치명 적인 타격을 입는 법이다. 그는 한국항공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여직원들의 외모를 입에 올리는 노상욱 상무(현봉식)에게 “요즘 그런 말하면 큰일 난다”고 말리다가 그 또한 여성 동료들을 “꽃다발”이라 비하하는 과오를 저지른 다. 당시 자리에 있던 직원이 언론사에 녹음 파일을 제보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노상욱 상무는 여느 재벌 총수들처럼 휠체어를 타기 시작하고 정우는 회사에서 잘린다. 정우의 아내(김지현) 는 오래전부터 지속된 남편의 무관심을 지적 하며 이혼을 요구한다. 코너에 몰린 그에게 노상욱 상무의 누나 한에어 노문영 이사(서재희) 가 여성 파일럿을 우선 채용하는 성평등 정책을 펼친다는
때로는 사회풍자적으로, 때로는 원초적으로 -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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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배급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여름 성수기 극장가, 특히 7월 말 8월 초는 흥행 면에서 가장 자신 있는 영화를 내놓는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과 오승욱 감독의 <리볼버>가 관객을 만난다. 먼저 <파일럿>은 1980~90년대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여장 남자 코미디’의 문법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를 영리하게 돌파해간다. 미투 폭로로 한순간에 추락한 남성 파일럿이 여장을 한 뒤 재취업에 성공한다는 설정을 주연배우의 화려한 개인기로 뻔뻔하게 설득해나간다. ‘장르가 곧 조정석’이라는 표현은 상투적인 마케팅 표어가 아니다. 연출을 맡은 김한결 감독과의 인터뷰에 김명진 쇼트케이크 대표, 김재중 무비락 대표가 함께해 <파일럿>에 대한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손희정 영화평론가는 포스트 #미투 대중 서사로서 <파일럿>을 읽은 비평을 보내왔다. <무뢰한> 이후 오승욱 감독이 내놓은 9
[특집] 이 여름을 누아르처럼, 코미디처럼 -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 두편 <파일럿>과 <리볼버>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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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트홈> 시즌3에서도 은유(고민시)의 목표는 여전히 단일하고 뚜렷하다.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약속한 오빠 은혁(이도현)과 다시 만나는 것이다. 남매 상봉이 성사되기 위해선 자신도 살아 있어야 하기에 말 많던 철부지 은유는 고독한 전사가 되어 목숨을 지켜왔다. 그랬기에 은유가 지프차에 탄 은혁을 목격하면서 오빠의 생존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 장면은 은유 못지않게 고민시에게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결정적 신에 대한 걱정은 현장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 신을 찍던 날, 나도 이도현 배우를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현장에서 만나는 건 시즌1 촬영 이후 처음이었다. 상황이 비슷한 탓인지 눈앞을 지나가는 은혁을 바라보는 동안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본격적인 재회 장면에서 고민시는 단시간에 은유의 여러 얼굴을 꺼내 보인다. 기억만 있고 감정이 없는 신인류로 변해 멀뚱멀뚱한 은혁 앞에서 “무엇이든 짚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리고 절대 물러서지 않는 은유의 성격”을 한껏 살렸다.
[인터뷰] 성장의 문을 열어젖히다, <스위트홈> 시즌 3 배우 고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