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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터플라이
2001-03-15

미국 대통령 쿨리지가 부인과 함께 시골 농가를 찾아갔을 때의 일이다. 암탉과 수탉이 교미하는 장면을 보던 쿨리지 부인은 남편이 들으라는 듯 “저 수탉은 하루에 몇번이나 하죠?”라고 농장주에게 물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이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번엔 쿨리지가 물었다. “항상 똑같은 암탉은 아니겠죠?” 쿨리지 효과(Coolidge effect), 즉 심리적 피로에 의해 대상에 흥미를 잃었을 경우 성행위의 대상을 달리함으로써 새로운 성욕이 생성된다는 이 이론은 이미 사랑의 불씨가 사그라든 권태로운 부부들에게는 다소 솔깃할 이야기다. <클럽버터플라이>가 말하는 스와핑도 처음에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하는 듯 보인다. 혁의 대사처럼 “간통이 범죄”인 우리나라에서 “죄도 아니고. 딱히 집어넣을 법도 없는 스와핑”을 통해 무너져가는 관계와 가정을 다시 추스르자는 것이다. 그러나 초반에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들이밀며 부부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척하던 영화는 갈수록 섹스와 스와핑, 그 자체에 대해서만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지루할 틈 없이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벗은 몸에 비오는 무대 위에서나, 회사 창고 안에서, 쏟아진 노란페인트로 등에 손도장까지 찍어가며 시도때도 없이 벌이는 정사신은 어느덧 눈을 마비시키고, 감정의 완급이 조절되지 않는 연기자들의 고함소리나 과도하게 흐르는 찢기는 듯한 음악은 귀를 마비킬 뿐이다.

한껏 멋을 낸 이메일이며 뭔가 비밀스러운 클럽 같아보이던 ‘버터플라이 클럽’의 실체는 외국의 영화에서 본뜬 듯 뭔가 어울리지 않게 어색한 교외 통나무집 파티장. 혁과 경을 제외하고 하나같이 뇌쇄적인 눈을 치켜뜨고 유혹하는 부인들이나 삼류 에로배우 같은 몸짓을 취하는 남편들의 등장은 이 영화가 ‘스와핑’ 그 자체에 대한 진지한 접근보다 그저 자극적인 ‘소재’로서만 취하려 했다는 것을 종국에 벗어보이는 꼴이다. 하여 <클럽버터플라이>가 던지는 “의무방어전보다는 대리전”, “맞바람보다야 스와핑”이라는 충고는, 진맥 잘못하고 받은 처방전처럼 약발없이 속만 쓰릴 뿐이다.

백은하 기자 luc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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