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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BIAF Daily > 제25회(2023) > 2023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3호 [프리뷰] 세피데 파시 감독, ‘사이렌’
정재현 2023-10-22

사이렌 The Siren

세피데 파시/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벨기에/2023년/100분/국제경쟁

10월 21일, 20:00, CGV 부천 7관 / 10월 22일, 15:00, CGV 부천 5관

역사적 참변을 청소년 캐릭터의 시점으로 응시하려는 영화가 이따금 마주하는 비판 두 가지는, 이미 성인인 감독이 만든 영화가 절대 ‘어린이의 시점’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실제 역사가 품은 사회·정치적 맥락이 어린이의 순수함을 핑계로 표백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세피데 파시 감독의 <사이렌>은 이런 비판을 절묘히 피해가는 애니메이션이다. 1980년, 이란의 아바단은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 군대의 공습을 받는다. 이제 막 거뭇한 수염이 올라오는 14살 소년 오미드는 전시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형은 전선으로 차출됐고, 어머니는 동생들과 피난을 간 상황에서 오미드는 할아버지와 아바단에 남는다. 아바단에 남아 저항하길 택한 수많은 남성 어른들은 저마다 오미드에게 아버지 대리자의 역할을 겸한다. 어른들의 호의 속에서 오미드는 아버지가 남긴 렌즈 선박을 수리한 후 마을 사람들을 모두 태워 피난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마냥 형을 따라 전장에 나가고픈 철부지 소년의 주변엔 희망이 부재해 보인다. 개인 용무로 길을 걷다가도 낯선 이의 시신 운구를 도와야 하고, 휘황한 아라베스크 패턴의 건물 사이엔 언제나 핏물과 포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없는 비극 속에서 오미드는 좌절하기는커녕 노아 혹은 모세가 되길 주저하지 않는다. 숨이 가쁘도록 아바단 거리를 뛰어다니는 오미드와 100분간 동행하는 과정은 종종 흐뭇하고 내내 울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