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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동감', 두꺼운 소설책에 보관해둔 꽃갈피를 다시 발견한 듯한
이자연 2022-11-16

1999년 3월, 새로운 시작의 설렘으로 가득한 한국대학교 캠퍼스.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용(여진구)은 친구의 부탁으로 공대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소문의 새내기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서한솔(김혜윤). 여학생의 비율이 높지 않은 공대에서 모태 솔로로 지낸 용은 금세 한솔에게 반하고, 그의 관심을 사기 위해 친구로부터 햄(HAM) 무전기를 빌린다. 한편 2022년의 한국대학교. 사회학과 21학번인 김무늬(조이현)는 주변 인물을 인터뷰해오라는 과제를 받지만 어디서, 어떻게, 누구의 이야기를 담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햄 무전기를 꺼내들고 말한다. “시큐 시큐,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동감>은 2000년에 개봉했던 김정권 감독, 유지태·김하늘 주연의 <동감>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여년의 시차를 둔 두 남녀가 낡은 아마추어 무선기 햄을 통해 서로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는 기본적인 스토리 구성을 그대로 차용했다. 새로운 변화도 있다. 1979년과 2000년의 만남이라는 원작과 달리 이번 <동감>에서는 1999년과 2022년을 연결했다. X세대와 Z세대의 조우를 재치 있고 통통 튀는 방식으로 보여주면서 세대교체를 인지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무전기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온라인 화상 회의 형태로 나타내 현재 관객이 체감하는 2022년의 풍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20여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두 청춘을 하나의 교집합으로 묶어낼 수 있는 이유는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가 보편적으로 가지는 고민과 두려움이 이야기의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첫사랑을 향한 설렘과 두려움, 꿈을 이루고 싶은 열망, 안개를 걸어나가는 듯한 막막함. 김용과 김무늬, 둘 중 아무나 자신의 고민을 쏟아내면 남은 한 사람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양 이해하고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회배경 속에서 비슷한 성장통을 겪는다. 1999년의 용이 IMF 이후 지리멸렬한 취업난에 허덕인다면 2022년의 한솔은 비싼 대학 등록금을 이기지 못하고 휴학할 수밖에 없는 친한 친구의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어느 시대에도 20대는 여전히 불안하고 조급하고 혼란스럽다는 것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그늘에 쉽게 주눅 들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현실이 지옥이 되지 않는다는 명료하고 다정다감한 메시지를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직거리는 주파수 사이로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가 어떻게 두 인물의 희망이 될 수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늬씨. 저는 이제 아무렇지 않을 수 없게 됐어요. 저의 마음은 의심으로 가득해요. 제 사랑이 여기까지인가봐요"무전 통화를 통해 미래를 먼저 알아버려 고통스러워하는 용의 대사

CHECK POINT

<동감>(2000)

<동감>의 원작 영화. 유지태, 김하늘 배우의 데뷔 초반의 발랄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원작과 리메이크 사이에서 어디가 같고 다른지 확인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영화 O.S.T에 수록되며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임재범의 <너를 위해>까지 곁들이면 2000년대를 향한 향수를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리메이크 버전이 상대적으로 청년 문제를 더 조명했다면 원작은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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