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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상견니’, 감격하거나 어리둥절하거나
이유채 2023-02-03

대만의 20대 직장인 황위쉬안(가가연)은 2014년 7월10일을 잊을 수 없다. 애인인 리쯔웨이(허광한)가 그날 추락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상하이로 전근한 2017년에도 그가 없는 삶에 진입하길 거부한 채 황폐하게 살아가던 황위쉬안에게 어느 날 카세트 플레이어가 든 익명의 소포가 배달된다. 기기에 담긴 노래를 재생한 그는 놀라운 일을 겪는다. 그의 영혼이 도플갱어인 리쯔웨이의 동창 천윈루의 몸속으로 들어가 사고 발생 이틀 전인 2014년 7월8일로 돌아간 것. 애인의 죽음을 막을 기회를 얻은 황위쉬안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기로 한다.

영화 <상견니>는 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2019)를 장편영화 분량에 맞춰 재편집한 극장판이 아니다. 드라마를 원작으로 2021년에 새로 촬영했다. 원작의 주연배우들이 영화에 그대로 출연하고 원작의 대사와 에피소드를 곳곳에 심어 팬들에게 추억할 시간을 준다. 영화만의 차별점을 위해 황위쉬안의 상사 양하오(김세가)란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고 원작의 인물이 기존과 다른 삶을 살게 하기도 했으며 평행 우주를 도입해 타임라인을 한층 복잡하게 짰다. 드라마에 안일하게 기대서 가기 때문에 독립적인 매력은 떨어진다. 관객이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 인물, 상황, 사건 묘사가 빈약하다. 영화가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인물의 심리와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힘들어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관객에게 소외감을 준다. 우바이의 <Last Dance>를 비롯한 팬들의 귀에 익은 노래로 그들을 감상적으로 만든 뒤 장면 장면을 어물쩍 넘어가려는 점 역시 아쉽다. 하지만 타임슬립을 집중적으로 반복해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이의 집념을 증폭하는 결말부의 감정적 여운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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