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양자경이냐 케이트 블란쳇이냐
이주현 2023-03-03

2월24일, 한국영화감독조합(DGK)에서 주최하는 디렉터스컷 어워즈에 다녀왔다. 마침 안내받은 자리가 <영웅> 윤제균 감독과 <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의 뒤편이어서, ‘먹고 마시고 시상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어깨춤을 추는 두 흥행 감독의 흥 오른 뒷모습을 두 시간 동안 지켜볼 수 있었다. 알코올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알 수 없으나 이날 만난 거의 모든 감독과 배우들의 얼굴은 조금씩 상기되어 있었다. 창작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게 시상식의 목적이라면 시상자도 수상자도 후보자도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시상식이야말로 행복한 시상식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서 영화 촬영 중인 배우 구교환이 거칠게 녹화한 수상자 발표 영상을 보내오거나, 라트비아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조우진이 ‘DGK 라트비아 특파원’인 척 수상 소감을 찍어 보내오거나, 탕웨이와의 화상 연결이 베이징에서 밤길 운전 중인 김태용 감독과의 화상 통화로 이어지거나, 한번도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감독상을 받은 적 없는 윤제균 감독이 해외에 있어 불참한 박찬욱 감독 대신 DGK 공동대표 자격으로 대리 수상하며 한풀이 소감을 전하는 상황들이 이날도 유쾌하게 이어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제21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의 주인공은 5관왕을 차지한 <헤어질 결심>이지만 실제로는 시상식에 참석한 모두가 주인공인 느낌이었다. 결과에 집착하느라 즐기는 마음을 잊고 산 건 아닌지 새삼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

한편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올해의 국제영화감독상’도 뽑는데, 수상의 영광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에게 돌아갔다. 3월12일에 열리는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씨네21>의 신중한 예측으로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양자경), 남우조연상(조너선 케 콴)까지 4관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다른 상은 몰라도 여우주연상 트로피는 꼭 자경 언니의 손에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시아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수상을 할 경우 아시아인 최초의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다는 의미이므로 올해는 특히 여우주연상 부문을 눈여겨보게 된다. 여성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 흑인 여성 최초 등 아직도 더 깨져야 할 최초의 기록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때가 있다. <TAR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도 너무나 훌륭하지만, 어떤 경지를 넘어선 배우들 사이에선 대결의 구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올해도 <씨네21>의 예측이 높은 확률로 적중하길 바라며, 매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기다려본다. 자경 언니와 케이트 언니 둘 중 누구에게 트로피가 돌아갈지 그 향방을 궁금해하며.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