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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더 원더’ ‘아웃 오브 싱크’ ‘걸스 걸스 걸스’ ‘90년대쇼’
정예인 2023-03-03

<더 원더>

넷플릭스

1862년 간호사 라이트는 대기근이 닥친 아일랜드로 향한다. 4개월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에도 살아 있는 소녀 애나를 조사해달라는 지역 위원회의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희망이 종식된 아일랜드에서 애나는 경이로운 성녀로 추앙된다. 마을 사람들은 시시각각 애나를 찾아 기도를 올리며 기적을 내리길 바라지만 라이트는 애나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는다. 과학적인 시선으로 애나와 그 가족을 집요하게 관찰하던 라이트는 이내 진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야기를 믿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한다. 영화 세트장 바깥에서 서사를 시작하고 끝맺음으로써, 애나의 거짓 기적으로부터 희망을 엿보려 한 어리석은 이들과 영화의 서사를 진실로 받아들이며 몰입하는 관객의 자리를 겹쳐놓는다. 에마 도너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아웃 오브 싱크>

티빙

박수를 치자 손뼉 소리가 몇초 늦게 들려온다. 영상을 편집할 때 흔히 벌어지는 싱크가 어긋난 현상이 아니다. 사운드 디자이너 C에게 닥친 현실이다. 파트너와 헤어진 후 일에 몰두하던 C는 갑작스레 모든 소리가 밀려서 들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청력에는 이상이 없지만, 스트레스와 신경증으로 인해 뇌에 이상이 생긴 결과다. 의사는 C의 병증 원인을 유전적 계보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이에 C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나선다. 영화는 시청각의 균열로 시공간이 뒤틀리는 순간을 묘사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한다. 심적 고통과 감각의 혼란이 세계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택한 방식이다. 소리와 화면을 일치시킴으로써 의미를 생성하는 영상 매체의 메커니즘을 개인의 심성 구조로 풀어냈다.

<걸스 걸스 걸스>

왓챠

반항적인 성격의 밈미는 학교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다. 뒤틀린 밈미의 태도를 이해하는 건 오로지 룅쾨뿐이다. 밈미가 룅쾨를 믿으며 가감 없이 불만을 토로하듯 룅쾨도 밈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룅쾨는 헤테로 섹슈얼이면서도 남성과의 섹스가 재미없어 견딜 수 없다. 느슨하게 결박된 밈미와 룅쾨의 사이는 엠마가 끼어들며 변화한다. 밈미는 엠마와 사랑에 빠지며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그런 밈미와 엠마를 보며 룅쾨는 자기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차츰 깨닫는다. 영화는 밈미, 룅쾨, 엠마가 맞닥뜨린 전환의 시점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마음을 언어로 전달하는 게 미숙하여 경솔한 행동으로 표현하고 마는 10대의 면면을 장면화하는 방식도 성실하다. 2022년 제38회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90년대쇼>

넷플릭스

8년간 8개의 시즌을 내놓으며 인기를 구가한 시트콤 <70년대쇼>의 후속작이다. 1970년대 미국 위스콘신의 작은 마을에 사는 10대 청소년들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은 원작의 재미를 십분 살렸다. 매회 카메오로 등장하는 <70년대쇼> 출연진의 면면도 반갑다. 전작이 반전 평화 운동을 지지한 히피문화, 페미니즘 운동의 물결을 다루며 70년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묘사했다면, <90년대쇼>는 인종과 성정체성 측면에서 한층 다채로워진 캐릭터를 등장시켜 새로운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90년대의 10대들은 70년대의 그들과 달리 레코드 음반을 듣기보다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라디오보다 컴퓨터를 가까이하지만, 모든 세대의 10대가 그러하듯 처음이라 고통스럽고도 설레는 경험을 거듭하며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