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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드림팰리스’, ‘갑’ 없는 ‘을’들의 전쟁
조현나 2023-05-31

혜정(김선영)과 수인(이윤지)의 남편은 업무 중 사고로 둘 다 목숨을 잃었다. 진상 규명을 목표로 농성을 벌였지만 해결되는 것 없이 지지부진하자 혜정은 합의금을 받고 한 걸음 물러난다. 반면 수인은 여전히 천막 안에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시위를 이어간다. 합의금으로 ‘드림팰리스’ 아파트를 분양받은 혜정은 새 공간에서 새롭게 삶을 시작할 꿈에 부푼다. 하지만 녹물로 인해 제대로 씻을 수도, 요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과 마주한다. 담당자에게 항변해보지만 이는 시공 문제이며 해결을 위해선 아파트 전체 분양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한편 혜정은 수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그에게 드림팰리스 입주를 권한다. 그러나 아파트 미분양으로 인해 할인 분양 사태가 벌어지면서 기존 입주민과 신규 입주민간에 분란이 생긴다.

가성문 감독은 첫 장편 연출작 <드림팰리스>에서 부동산, 산업재해, 산재보상 등 동시대의 사회 이슈를 엮는다. 주목할 것은 원인 제공자, 즉 갑은 등장하지 않으며 오직 을들의 갈등만 다룬다는 점이다. 이득에 따라 배반과 갈등을 번복하는 인물들의 변화가 반복해 등장한다. 가장 여러 차례 변화를 겪는 인물은 바로 혜정이다. 자기 이익만 고려하다가도 동료의 사정을 살뜰히 봐주는 등 혜정의 면면은 매우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여기엔 혜정 역의 배우 김선영의 몫이 크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한 최민영이 혜정의 아들 동욱을 연기하는데, 이따금씩 충돌하는 혜정과 동욱의 에너지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전에 없이 건조한 얼굴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이윤지의 연기 또한 눈에 띈다.

혜정은 우리끼리 다툴 일이 아니라며 진짜 대적할 곳은 부동산 공급 업자와 회사라고 반복해 주장하지만 이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히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유가족, 그리고 드림팰리스의 이웃과 반목을 거듭할 뿐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후반부로 갈수록 혜정에게 갈등이 몰리는데, 그로 인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지면서 몰입도가 낮아진다는 인상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문,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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