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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이드 온’, 성긴 드라마를 유쾌한 액션으로, 성룡이 아니었다면
정예인 2023-05-31

왕년에 홍콩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스턴트맨 루오(성룡)의 곁에는 레드 헤어만이 남아 있다. 친구에게 받은 말 레드 헤어와 루오는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가족이다. 8년 전 큰 규모로 스턴트 회사를 운영했지만, 부상을 입으며 파산한 루오. 이후 그는 레드 헤어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해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나 루오와 레드 헤어의 소소한 일상은 금세 위기를 맞는다. 레드 헤어를 증여한 친구의 회사가 부도나면서 회사의 소유로 여겨진 레드 헤어가 경매에 부쳐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루오는 법을 공부하는 딸 바오(류하오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하고, 6년간 떨어져 지낸 부녀는 점차 관계를 회복해간다. 한편 루오가 레드 헤어를 빼앗아가려는 일당과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이 SNS에 퍼져나가며 다시 한번 스턴트 배우로 활약할 기회를 얻는다.

<라이드 온>은 부녀의 화해, 루오와 레드 헤어의 우정, 영화계의 세대교체라는 세 층위의 서사를 동시에 풀어낸다. 코미디와 드라마의 외피에 액션을 덧대 재미를 배가했다. 다만 6년 만에 재회한 아버지와 딸의 거리감이 좁혀지는 방식은 다소 상투적이다. 말 없는 아버지의 진심을 속 깊은 딸이 먼저 알아채고 손을 뻗는다는 설정이 몇 차례에 걸쳐 반복되는 탓에 가족 드라마로서의 감동이 반감된다.

그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루오와 성룡의 모습이 겹치는 장면이다. 다시 촬영장으로 향한 루오가 변화한 영화 현장을 보며 현실을 인정하게 되었을 때 다음의 대사가 환기된다. “뛰어내리긴 쉽고 걸어 내려오긴 어렵다.” 목숨이 위태로운 액션의 시대가 지나고, CGI 기술이 영화의 스펙터클을 보장하게 된 지금 루오는 과거의 영화(榮華)를 내려놓기로 결정한다. 그런 루오의 얼굴 위로 성룡의 필모그래피가 스쳐 지나갈 때 관객은 쓸쓸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물론 성룡은 그 잠깐의 멜랑콜리를 금세 탈환한다. <폴리스 스토리>나 <취권>만큼 거칠지는 않지만 칠순이 가까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액션 신을 유쾌하게 선사하는 것이다. 성룡과 함께 드라마부터 액션까지 유려하게 소화한 레드 헤어의 연기도 놓치지 않아야 할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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