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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실버맨’, 삶을 넓히는 새로운 동행으로
이자연 2023-06-14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두운 집에서 홀로 지내는 순철(김정팔)은 조용히 집에서 고독사하기만 기다린다. 어느 날 밤 죽을 위기를 겪은 그는 다시금 삶의 의욕을 느끼고 ‘실버맨 심부름 센터’에 취업하기로 마음먹지만 면접 단계부터 어려움을 느낀다. 다시 예전 같은 음습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철은 선배 실버맨 탁배(박상욱)를 따라나선다. 심부름 내용은 강아지 산책부터 비밀스러운 물건 배달까지 대중이 없고, 둘은 급박하거나 무료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야기를 쌓아간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거래자에게 인간적인 조언과 메시지를 전하는 순철의 모습을 통해 탁배는 조금씩 경계심을 풀기 시작한다. 어느새 가까워진 두 인물이 빠르게 주고받는 대사를 통해 웃음의 밀도를 높이고, 죽은 아내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순철의 모놀로그도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실버맨>은 노인이 바라보는 사회의 단면이나 삶이 선물하는 오늘의 의미, 슬픔을 이겨내는 웃음의 힘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맥락이 여러 갈래로 퍼져나가면서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가을 풍경과 어우러지는 현실적인 사연들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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