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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 ‘코만단테’, 국가의 가치와 개인 희생의 의미를 묻다

<코만단테>

안토넬로 그리말디 감독이 연출하고 난니 모레티가 연기한 <조용한 혼돈>(Quiet Chaos)의 동명 소설이 10여년 전 한국에서 출간된 바 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흘러 <허밍버드>(Il colibrì)로 세계 최고 문학작품에 주는 스트레가상을 수상한 저자 산드로 베로네시가 새 영화 <코만단테>(Comandante)의 시나리오를 맡아 이탈리아 관객을 만난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화제가 된 <코만단테>는 에도아르도 데 안젤리스 감독과 산드로 베로네시 작가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영화는 이탈리아 역사 속의 실제 인물을 중심으로 현대사회의 가치에 대해 날렵한 질문을 던진다.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살바토레 토다로 사령관이 있다. 그는 파도를 피하는 법을 모른다. 10번째 임무로 잠수함을 이끌면서 거친 파도도 정면으로 마주한다. 갑작스레 벨기에 함선의 공격을 받은 그는 끝까지 응전을 벌이고 결국 벨기에 함선을 침몰시킨다. 전쟁으로 가득한 바다에는 오직 명령과 지휘만이 존재할 뿐이다. 침몰된 함선의 난파된 사람들, 이들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사령관은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숙명 앞에 놓이지만 맹목적으로 명령을 따르기보다는 긴급한 인명 구조를 선택한다. 구조를 더 위대한 가치로 삼은 그는 ‘오믈렛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란을 깨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다. <코만단테>는 결정의 순간과 선택에 따른 용기를 유려하게 드러내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을 희극적으로 묘사한다. 계란을 깨는 선택을 내린 토다로 사령관은 언제나 조국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 영화는 그의 결단을 통해 긴 여운을 남기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남긴다. 살아남은 그는 왜 다른 사람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운명을 내걸 수밖에 없었나.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나.

에도아르도 데 안젤리스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중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인류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어 ‘코만단테’는 한국어로 ‘사령관’, ‘지휘관’을 의미한다.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토다로 사령관의 결정은 희귀하게만 비친다. <코만단테>는 궁극적으로 모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지휘자가 우리에게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러한 지휘자가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조해야 하는지 두 번째 질문을 이어 건넨다. 산드로 베로네시는 <허밍버드>에서 “버틸 수 없지만 버티겠다”라고 말한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인용하며 <코만단테>를 시작한다. 우리는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까. 데칼코마니처럼 우리의 현실을 비춘 이 작품을 빌려 작금의 국가의 가치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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