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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드림 시나리오’, 기반 없이 온 요행으로 팔자를 바꾸는 동시대 생존전략
오진우(평론가) 2024-05-29

마른하늘에서 사람이 추락한다. 마당에서 청소하던 폴(니컬러스 케이지)은 괜찮다며 딸 소피(릴리 버드)를 달래고 태연하게 청소를 이어간다. 갑자기 소피가 하늘로 붕 뜨기 시작한다. 이 황당한 이야기는 소피가 꾼 꿈이다. 폴은 아내 제넷(줄리앤 니컬슨)과 들른 극장에서 우연히 전 애인을 만난다. 그녀도 꿈에서 폴을 봤다고 말한다. 꿈속에서 폴은 난데없이 등장하고 위기상황에 처한 이들을 도와주기는커녕 그저 지켜본다. 그런 폴을 꿈에서 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드림 시나리오>는 어느 날 한 남자가 많은 사람들의 꿈에 등장하며 벌어지는 섬뜩한 코미디영화다. 영화는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전작 <해시태그 시그네>와 비슷하지만 다른 설정으로 비교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시그네는 약물을 남용하며 스스로 가공한 이미지, 즉 기믹에 스스로가 잡아먹힌 꼴이라면 폴은 자신과 무관하게 형성된 이미지와 실제 자신 사이에서 당황해하고 때론 즐기고 이용하며 타협의 순간으로 나아간다. 영화는 폴이 꿈에 등장한 원인을 탐색하기보다는 별안간 벌어진 이 현상에 집중한다. 꿈에서 폴을 본 사람들의 리액션과 그것에 대한 폴의 리액션이 출동하며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를 추동하는 에너지는 동시대의 욕망들이다. 시기와 질투는 기본이고 출세욕, 나락 혹은 죽음을 바라는 캔슬 컬처, 여기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자본주의까지. 이 거대한 풍랑 속에서 폴이 이것을 천운으로 삼을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는 밈, 바이럴, 캔슬 컬처 등 현 세태를 파악할 수 있는 도발적인 텍스트지만 그간 많이 다룬 익숙한 소재이기에 진부한 면도 동시에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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