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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남녀의 음주가무,<낭만자객> 촬영현장
박혜명 2003-09-30

여기가 어디인가. 나이트클럽 ‘주리아나’(酒利亞羅)다. 조선시대에 존재했으리라 ‘추측되는’ 유흥업소이자 조선을 비롯해 청나라, 일본, 서역 등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술과 춤을 즐기는 곳이다. 윤제균 감독의 신작 <낭만자객> 팀은 지난 9월22일 양수리 종합촬영소 스튜디오 내에 꾸며놓은 이 화려한 세트를 자랑스레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동원된 엑스트라만 100명이 넘는 분주한 현장이라 취재진들과 서로 구별이 안 될 수 있다며, 제작사쪽은 프레스 명찰을 미리 나눠주고 꼭 착용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세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이 명찰은 무용지물이었다. 한복과 기모노, 치파우(중국전통의상)의 오색찬란함으로 장식된 연기자들이 칙칙한 기자들과 구별 불가능하다는 게 불가능하다. 헷갈릴 소지가 있다면, 커다란 나비 장식을 머리에 달고 춤추는 무희들의 현대식 샌들 정도.

신기한 것은 현장이 꽤 차분하다는 점이다. 100명이 넘는 출연진이 ‘주리아나’의 무대를 채우고 스탭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일사불란하다는 느낌이다. 누군가 “슛!”을 외치면 나머지 스탭들이 일동 합창으로 “슛!” 한다. 촬영 중 작은 실수라도 생기면 조금 부산스러워질 법도 한데, 그런 순간에조차 별 소음없이 깜짝 마무리된다.

‘대형 군무’ 장면이 끝나자 낭만자객단과 청나라 무사들의 대면장면이 공개됐다. 주연을 맡은 김민종이 촬영 카메라와 취재 카메라 앞에서 비장의 ‘고수권법’을 선보인다. 제법 폼나고 진지한 역할만 해왔던 김민종은 말 그대로 ‘얼빵한’ 표정과 행동을 갖가지로 취했다. 리허설이지만 촬영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 현장은 조용했다. 감독의 컷 사인이 난 뒤에도 여전히 조용했다. 그 고요함이 무안한지 김민종이 웃으면서 한마디 던진다. “꼭 이런 것만 시키더라.”사진 정진환·글 박혜명

♣ 왼쪽부터 김흥수, 주명철, 이매리, 김민종, 진재영, 최성국. 김흥수와 주명철도 자객단 일원으로 등장한다. 예랑이 이끄는 자객단에서 요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의 이름은 각각 용(주명철), 각(진구), 산(김흥수)이다. 주명철은 윤제균 감독의 전작 <색즉시공>에도 출연했었다. 그때도 역시 최성국 휘하, 그러나 자객단이 아닌 차력단의 일원이었다.(왼쪽사진)♣ 자객단 두목 예랑(최성국)에게 ‘고수권법’을 전수받아 적들 앞에서 실시 중인 요이(김민종). 이 권법의 핵심은 상대방의 정신집중을 흩뜨려뜨린다는 것. 감독은 김민종에게 좀더 웃긴 포즈를 주문하고 카메라 앞에서 ‘망가져가는’ 자신의 배우를 흐뭇하게 지켜보았다.(오른쪽사진)

♣ 이날의 하이라이트. 기녀 차림을 한 이매리가 무대 앞 단상 위에서 곱게 부채춤을 춘다. 잠시 뒤 양 옆의 두 남정네가 이매리의 한복을 잡아 뜯는다. 알몸인가? 아니다. 조선 기녀 이매리는 속옷 대신 서양의 쇼걸 의상을 입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