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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하게 묶고 꼼꼼하게 짜여진 <혜화,동>
이영진 2011-02-16

여느 때처럼 철거촌에서 유기견들의 먹이를 놓던 어느 날, 혜화(유다인)는 5년 전 사라진 한수(유연석)와 마주친다. 혜화는 연인이었던 한수를 밀쳐내지만, 그럴수록 한수는 더욱 다가선다. “우리 아이가 살아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가 입양됐다는 한수의 말에 혜화는 조금씩 흔들린다.

제작진의 의도를 빌려와 <혜화,동>을 간추리면 이렇다. 혜화의 마음은 겨울(冬)이다. 얼어붙은 혜화의 마음을 녹이는 건 한수가 말한 아이(童)다. 움직이는(動) 혜화의 마음에 한수는 가닿을 수 있을까. 두 사람은 같은(同)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까.

중의적인 제목을 지닌 <혜화,동>은 인물들의 감정을 쉽게 재단하거나 진행시키지 않는다.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었던 두 사람의 과거는 분명하게 보여지지만 매우 느리게 환기된다. 버려졌고, 그래서 서둘러 잊혀져야 했던 존재의 출현(?)은 혜화와 한수에겐 일종의 형벌이다. 종료된 줄 알았으나 유예됐을 뿐이다. 죄책감을 씻기 위해 한수는 집착하고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 혜화는 망설인다.

<혜화,동>은 잘 짜여진 영화다. 먼저 미혼모와 유기견의 이야기를 끌어와 한데 묶는 솜씨가 매끈하다. 모든 것이 뒤바뀐 그날 이전과 이후로 인물들의 감정을 나눈 다음 직조하는 꼼꼼함도 돋보인다.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비추는 단조로운 구성의 영화지만, <혜화,동>이 생기를 잃지 않는 건 선머슴 같던 혜화가 웃음을 잃고, 우유부단하던 한수가 고집을 부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혜화가 서서히 과거로 후진하는 영화의 마무리가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무엇보다 배우들 덕분이다. 유다인과 유연석은 능수능란하다고 말할 수 없으나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청춘들의 표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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