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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시대와 캐릭터를 어투에 담았다 - <아가씨> 일본어 번역 및 지도 맡은 이즈미 지하루
이예지 사진 최성열 2016-06-09

2016 <아가씨> 시나리오 번역 및 감수, 배우 일본어 지도 2011 <마이웨이> 시나리오 번역 및 감수, 배우 일본어 지도 2010 <사요나라 이츠카> 시나리오 번역 및 감수 2010 <서서 자는 나무> 시나리오 번역 2005 <그때 그사람들> 시나리오 번역 2003 <클래식> 자막 번역 2002 <후아유> 자막 번역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아가씨>에서 일본어는 인물들이 본심을 가장할 때 구사하는 중요한 언어다. 일본어 번역과 지도를 맡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학교 일어학과 교수다. 박찬욱 감독은 1930년대라는 시대상에 맞고 격조 있는 언어를 요청했다. “예스러운 고어(古語), 문학적인 단어들을 사용하되 요즘 일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번역을 하기 위해 많은 이들과 의견을 나눴다. 대사 중 ‘매혹적이십니다’는 1930년대 문학을 전공한 서경대학교 오쿠무라 유지 교수의 추천으로 ‘고와쿠데키’(蠱惑的: 고혹적)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탁월하게 아름다우십니다’라는 대사에선, 감독님이 ‘탁월하게’를 히데코와 비슷한 어감으로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단순히 ‘다이헨’(大変: 굉장히)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히이데타’(秀でた: 뛰어나게)라는 ‘히데코’와 같은 한자(秀)를 사용한 단어를 사용했다.” 히데코(秀子)라는 이름은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일본 배우 다카미네 히데코에서 따왔고, 이즈미(和泉)라는 성은 지방의 이름 모를 귀족 같은 느낌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내 성과 발음은 같지만 한자는 다르다. (웃음)”

그녀는 번역 후엔,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를 지도했다. “보통 한국 배우가 일본어 연기를 할 때는 한국어로 발음을 써서 외우곤 한다. 하지만 그러면 발음상의 한계가 있기에 주연배우 네명 모두 5개월간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배워 일본어로 표기된 대사를 익혔다.” 그녀는 극중 히데코 엄마의 사진으로 출연한 배우 다카기 리나와 함께 캐릭터에 맞는 어투를 지도했다. 김민희가 맡은 히데코는 여성스럽고 나긋한 ‘~네’(ね), ‘~노’(の) 어미로 끝나는 말투를 사용했고, 김태리가 맡은 숙희는 윗사람 앞에서 ‘~데스’(です) 어미로 끝나는 정중한 말투를 사용했다. 조진웅이 맡은 코우즈키는 권위적인 중년 남자들이 쓰는 ‘와시’(わし)라는 일인칭을 사용해 노련해 보이려 하는 말투를 썼다. 하정우가 맡은 백작은 히데코 앞에서는 ‘와타쿠시’(わたくし)라는 일인칭을 사용하며 과장되게 격식을 갖추고, 숙희 앞에선 ‘오레’(おれ)라는 편한 일인칭을 사용하며 거친 남성의 말투를 썼다.

1985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후, 한국 문화에 관심이 깊어진 그녀는 일본한류잡지에 한국영화와 드라마 칼럼을 연재하는 기자이자 문화평론가로 활동했다. <후아유> 자막 번역작업을 시작으로 시나리오 번역을 한 그녀는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에게 일본어를 지도하기도 했으며 <경주>에 단역 출연도 했다. 그만큼 한국영화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깊다. “교수라는 직책에 연연하지 않는다. 번역, 대사 지도부터 단역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려 한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책과 <아가씨> 단어장

배우들이 공부한 텍스트들. 책으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익혔고, <아가씨>에 나오는 단어들로 단어장을 만들었다. “가장 모범생은 조진웅이었다. 매일 혼자 집에서 복습노트를 만들어 공부하더라. 김태리는 일본어를 조금 알고 있어 바로바로 익혔고, 김민희와 하정우는 워낙 일본어 대사가 많아 고생했다. 하정우는 학습하는 데 있어서도 백작 캐릭터 같은 면이 있더라. (웃음). 모두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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