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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인터뷰] “아름다운 것만 보이려는 데 대한 문제의식, 데뷔작부터의 고민이다” - <고백> <리버스> 작가 미나토 가나에

“보통 사람 선수권이 있다면 내가 우승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과거 사건으로 곤란을 겪는 미스터리를 즐겨 쓰는 미나토 가나에는 검도와 자전거가 학창 시절의 전부였다며 웃었다. 그 시작은 2008년작 <고백>이었다.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고 중학생들에게 말하는 선생님의 복수극 <고백>은 2009년 서점대상을 비롯해 2008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에 오르며 신인 미나토 가나에를 세상에 알렸다. 이 작품은 2011년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일본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백설공주 살인사건>(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2014)이 영화로, <속죄>(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2012)와 <꽃사슬>(감독 나카에 이사무, 2013), <N을 위하여>(감독 쓰키하라 아유코·야마모토 다케요시, 2014)는 드라마로 잇달아 만들어졌다. 미나토 가나에가 신작 <리버스>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리버스>는 어느 날 자신을 살인범이라고 고발하는 편지를 받게 된 남자의 이야기.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주로 썼던 그녀가 남성을 주인공으로 쓴 소설이다.

-여러 등장인물의 시점을 바꿔가면서 진실을 알아내는 구성의 이야기를 많이 썼다. 초기 구상은 어떤 단계를 거치나.

=테마를 정해 이번에는 무엇이 알고 싶은가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백>이라면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고 생각한 뒤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를 적는다. 그런 다음 어디에 가장 관심이 가는지를 살폈더니 복수라는 말에 가장 눈길이 가 멈추더라. 누가, 왜, 어떻게 복수를 하는가 등 하나씩 넓혀가며 구상했다. 돌을 던진 뒤 파문이 퍼지는 것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반전이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반전을 먼저 생각하나, 아니면 이야기를 먼저 생각하고 쓰면서 어울리는 반전을 떠올리나.

=신작 <리버스>는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담당 편집자의 제안을 받아, 마지막 부분을 먼저 결정하고 거기에 다다르는 과정을 책으로 썼다. 대체로 반전이 큰 작품의 경우에는 도입과 결말은 대충 정하고 쓰기 시작한다. <야행관람차>처럼 반전보다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는 결말을 정하지 않고 써나간다.

-<고백>의 “이중에 내 딸을 죽인 범인이 있다”처럼, 한 문장에서 시작되는 사건을 자주 그린다. 그런 방식을 선호하는이유가 있나.

=나는 읽는 사람이 가능하면 책을 중간에 덮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한숨에 읽으면 좋겠다는 쪽이다. 그래서 일단 쓴 뒤 소리를 내서 읽는데 내가 지루하다, 쉬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 독자는 10페이지 전에 덮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편지를 넣어보자, 새로운 수수께끼를 넣어보자, 이 사람을 수상한 사람으로 보이게 해보자는 식으로, 양념, 양념, 양념을 넣는 식으로 SNS 대화를 집어넣거나 협박을 넣는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에게 이런 편지가 온다면 어떨까, 친구와 이런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할까, 처럼 누구나 상상하기 쉬운 요소를 넣는다.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사건의 여러 면을 중첩해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도 자주 쓴다. 여러 사람의 편지가 오가는 <왕복서간>의 서간체가 대표적일 텐데.

=시점을 바꾸면 보이는 것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가족은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하는 착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물병 하나를 보고도 누구는 맛을, 누구는 형태를, 누구는 색깔을 생각한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처음 생각하는 것, 인상에 남는 것이 다 다르다. 단순한 진실이지만 다들 잊고 산다. 사건을 보는 각도를 달리하다보면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인생을 생각하는 폭도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의 글을 많이 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연속극 보는 기분도 든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계속 보게 되는, 호기심에 호기심이 이어지게 만든다. 퇴고를 많이 하면서 구성을 많이 바꾸는 편인가.

=어렸을 때부터 TV드라마를 좋아해서 머릿속에서 영상을 떠올리고 글로 옮긴다. 소설을 쓰기 전에 시나리오 쓰는 법을 배웠고 각본 공모에서 상을 탄 적도 있다. 시나리오는 1시간에 장면을 40~60번 정도 전환 해주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게 가장 흐름이 좋다고. 소설을 쓰면서 그 정도의 장면전환을 주려고 한다. 클라이맥스라면 한 장면으로 가도 되지만 아닌 경우는 한 사람이 계속 말하거나 장면이 늘어지면 장면을 쪼개거나 대화를 넣거나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일본에서도 시골에 속하는 아와지시마라는 섬이다. 그런데 도쿄에 거주하지 않으면 각본가로 일하기 어렵다고 방 송국 사람에게 들었다. 속상하고 억울해서 TV에 져서는 안 되겠다 각오하고 절대 드라마화할 수 없는 글을 쓰고자 <고백>을 썼다. 사람들이 돌아가며 자기 얘기를 하는 식이라 절대 영상화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로 멋지게 만들어졌다. (웃음)

-여러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쓰면서 영상으로 떠올린 장면이 얼마나 일치하던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 드라마쪽이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더라. <고백>의 주인공이 마쓰 다카코로 정해졌을 때, 밝고 건강한 이미지만 있다고 생각한 배우여서 복수심에 불타는 선생님 역에 잘 어울릴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니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리구치 선생 역에 잘 어울리더라. 그게 영상의 힘이 아닌가 생각했다. <N을 위하여>나 <야행관람차>도, 내가 쓴 대사를 이런 표정으로 읽는구나 하는 발견에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내 작품이라기보다는 드라마 팬으로 보게 된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 보면 여성은 피해자거나 구해줘야 하는 역할로 등장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당신의 소설에는 복수하거나 사건을 파헤치는 여성들이 많다. 여자가 쓰는, 여자가 주인공인 책의 강점이라는 인상이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남자주인공이 영웅적인 일을 하고 여성은 구출된다든지 그에게 기대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여성으로서 이런 사건이 생겼을 때 내가 제대로 해결하고 싶고 제대로 생각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쓴다. 역으로 남자가 좋은 역할인 경우를 거의 쓰지 않은 셈이 되었다. (웃음) 흔히 여자가 질투가 많고 남자는 이성적이라 질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고방식을 반영한 작품도 많고. 하지만 내 생각엔 남자쪽이 질투가 많다. 여성들끼리는 대화를 하고 다른 사람들 흉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남자는 남자들끼리도 자존심이 강해 발산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인터넷에 이상한 글을 쓰는 경우도 남자가 많다. 친구들끼리 말을 많이 하면 좋을 텐데. 일본에서는 최근 인터넷에 이상한 글을 올리는 사람을 보면 젊은남자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무직인 사람이겠지, 사회적인 낙오자겠지 생각할지 몰라도 실제로 그들은 가정도 있고, 회사도 다니는, 일견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여성이 주인공인 내 소설을 남성 독자분이 읽을 때는 무리해서 여성의 기분을 이해하려 하지 말고 여성주인공의 옆을 같이 걷는다는 기분으로 읽어주면 좋겠다.

-<리버스>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일부러 그런 설정으로 바꾼 것인가. 쓰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나.

=남성 팬들로부터 쭉 남성을 주인공으로 써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내가 그간 남자가 쓴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읽을 때, ‘여자는 이렇게는 생각 안 해, 역시 남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네’ 싶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남성 독자가 ‘이런 남자는 없어’ 하고 생각하지 않도록, 내가 생각하는 남성상이 아니라 제대로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는, 남녀 구분을 떠나 인간을 제대로 쓰고 싶었다. 남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니까 남자들이 기뻐하는 이야기를 써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인간으로서의 남성, 친구들 사이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말해지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면을 갖고 있는 사람을 쓰고 싶었다. 참고로 남편은 내 작품에 제대로 된 남자가 안 나오니까 혹시 책 읽은 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남편은 잘생겼다. 굉장히 긍정적인 성격이다. (웃음) 피부가 희고 햇볕에 타는 걸 싫어해서 언제나 양산을 쓰고 다닌다. 아들 운동회에도 나무 아래서 양산을 쓰고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했다. 그 앞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에 아들은 전혀 찍히지 않은 적도 있었다. 내 책이 나오면 내용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지만, 교정자들도 못 잡아낸 한자 오류 같은 것을 찾아 알려준다.

-학교가 무대인 이야기, 동창들 이야기가 많다. 그런 설정에 관심이 깊은 이유가 있나.

=내 책을 읽는 독자층을 보면 10대가 많아서 독자들이 이제부터 자신에게도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겠다. 10대들이 학교에서 실패하면 끝이라든가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비관이 아니라, 학교 같은 곳은 세상의 일부일 뿐이고 그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공감이 있으면 좋겠고. 그래서 모두가 알 만한 장소로서의 학교를 무대로 하고 있다.

-중학생인 아들이 있다. 아들은 <고백>을 읽었나.

=<고백>은 나이가 어리면 이해하지 못할 듯해서 초등학생 때는 못 읽게 했고, 중학생이 되었을 때 전해주었다. <고백> <야행관람차> <백설공주 살인사건> 순서로 읽혔는데 다음 책을 주려고 하자, 엄마 말고 다른 사람이 쓴 책을 읽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기분이 좀 쓸쓸했다. (웃음) 본인은 운동만 하느라 읽지 않으면서도 내 새 책이 나오면 친구들에게 보라고 권하더라.

-작업하는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 같은데.

=보통 밤에 글을 쓴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한다. A4용지 3.5장으로 할당량을 정해놓았다. 힘들다고 쉬면 그다음 날도 힘들기 때문에, 이 양은 반드시 할당량을 채울 수 있는 리듬을 만들고 있다.

-실제 사건에서 영향이나 영감을 받는 경우도 있나.

=나는 신문이나 TV 뉴스를 파헤치는 미스터리는 쓰지 않는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에는 피해자와 가족이 있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예를 들어 미해결 사건의 경우, 소설이 어떻게든 결말을 내면 현실 속 사건도 그렇다는 오해를 할 수 있잖나. 이야기의 입구가 실제 사건을 연상시킨다 해도 진행될수록 오해의 여지가 없게, 결말은 완전히 다른 식으로 되도록 한다.

-그러면 당신만의 방식으로 논픽션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나.

=나는 거짓말쟁이라. (웃음) 거짓말을 쓰는 쪽을 좋아해서, 픽션을 쓰는 게 좋다. 소설가는 굉장한 거짓말쟁이다.

-차기작은.

=일본에서는 지금 아동빈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들어, 부모가 생활보호대상자로 아이들 몫까지 지원을 받지만, 그 돈이 아이를 위해 제대로 쓰이는지, 부모가 도박은 하지 않는지를 알 수 없다. 아동빈곤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지 않아서 그런 아이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가난하면 옷차림에서 알 수 있었지만 이젠 패스트패션이 있잖나. 가난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전화요금을 낼 수 있을 정도면 가난하지 않다고 생각해버린다든가. 아동빈곤을 다룬 논픽션도 많이 읽었는데, 정말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터뷰에 응할 수 없는 정도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픽션으로 써보고 싶다. 하지만 쓰고 있자니 너무 괴롭다. (쓴웃음) 더러운 것은 숨기고 아름다운 것만 드러내려고 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데뷔작부터의 고민이다. 보고싶지 않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지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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