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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그들이 나타난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김현수 2018-06-27

어릴 때 의문의 사고를 당해 숲에서 기억을 잃고 쓰러진 자윤(김다미)은 외딴 농가의 한 부부의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집안의 농장 일을 도맡으며 씩씩하고 털털한 여고생으로 성장한 자윤은 기울어지는 가세에 도움이 되고자 큰 상금을 준다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결심을 한다. 오랫동안 자윤의 뒤를 캐오던 비밀 조직의 일원 미스터 최(박희순)와 모든 일을 꿰뚫고 있는 듯한 닥터 백(조민수)은 그런 자윤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녀를 붙잡기 위해 의문의 능력자(최우식)를 자윤의 소재지로 급파한다. 평범해 보이는 소녀가 실은 비밀스러운 힘을 숨기고 사는 존재이며, 그녀를 견제하는 의문의 조직과 맞선다는 이야기는 SF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마녀>가 흥미로운 지점은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던 박훈정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라는 점이다. 박훈정 감독은 애초 이번 영화를 슈퍼히어로영화 시리즈가 펼치는 전략처럼 캐릭터의 탄생기를 다루는 1편으로 구상한 듯하다.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자윤의 평범한 일상, 즉 인간적인 면모를 묘사하는 데 영화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상 영화가 진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한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와 화려한 액션은 후반부에 잠깐 쏟아진다. 캐릭터의 특별한 진화 혹은 발현 과정을 무드 있게 보여주고자 하는 연출 전략은 그동안의 한국 상업영화에서 쉽게 만들지 못하는 개성 강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쉽지 않은 감정과 액션을 도맡아 해낸 신예 김다미는 비상한 능력자 자윤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낯선 장르의 문턱을 낮춰보고자 영화의 모든 상황을 풀이하듯 이야기하는 닥터 백과 미스터 최의 캐릭터 쓰임이 영화 전체를 지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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