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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게 좀도둑질밖에 없던 일용직 노동자 오사무(릴리 프랭키), 일하던 세탁소에서 ‘워크셰어’를 구실로 쫓겨나게 된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 연금과 죽은 남편의 위로금을 받아 고택에서 연명하는 할머니(기키 기린),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매직미러 너머의 고독한 손님을 상대하는 애정결핍의 처제 사야카(마쓰오카 마유). 여기에 육아 방치로 이 가족들에게 ‘주워진’ 소년 쇼타와 부모에게 학대당하던 꼬마 주리가 합류한다. 따뜻한 가족의 결연으로 보이지만, 실상 이들은 과거 이력이 모호한 채 혈연관계 없이 모인 이상한 동거인들이다.

감독은 부모의 연금을 부정하게 수급받던 가족의 체포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 육아 및 부양의 방치, 호혜를 가장한 워크셰어, 사회를 유비한 가족 문제 등 기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의 주제들이 원숙하고도 섬세하게, 그러나 인간적 존엄을 잃지 않은 채 전개된다. ‘좀도둑(万引き) 가족’이라는 원제를 ‘어느 가족’으로 번역하면서 영화가 품은 본질이 희석된 점은 내내 아쉽다. 가족영화의 외피를 보여주는 영화의 3분의 2를 지나 차차 인물의 사연들이 차갑게 해부되면서 영화의 질감은 전혀 달라진다. 온화하게 시작한 영화는 점차 <아무도 모른다>(2004), <디스턴스>(2001)의 진지한 세계를 경유해 끝내 초창기 다큐멘터리인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1991)에서 품었던 문제의식에 대해 과감히 반문화적 상상력을 제시하는 데로 나간다. 그렇게 <어느 가족>은 가족영화 마스터피스를 넘어선다. 삶의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고레에다의 영화는 허위의 세계를 불가피하게 관통해간다. 지난 고레에다 세계의 지평을 확장하고 종합해낸 결과로서 2018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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