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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교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진은 아름답고 이 청년도 아름답다. 그것이 스투디움이다. 그러나 푼크툼은 그가 곧 죽으리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 사진에서 그의 죽음이 실현될 것이고, 또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읽는다.”(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 중)
영화가 둘로 나뉜다. 느슨한 단서만을 남겨두고 하나의 세계에서 이질적인 다른 세계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형식은 동시대 영화에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영화는 처음과 끝이 결정된 정합적 세계를 구성하는 대신 이유 없는 소멸과 중단으로 구멍난 세계의 흔적을 비춘다. 그러므로 고전적 질서에서 이탈한 영화의 아름다움은 파열된 세계를 하나의 평면에 배열하는 모순을 파고드는 데서 나온다. 상반기에 개봉한 세편의 한국영화를 나란히 보면서 동시대 영화의 곤경과 돌파구를 증언하는 이 형식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영화가 둘로 나뉜다. 그러나 인물과 이야기의 시간을 자르는 실험적 유희가 아니라, 불가피하고 고통스러운 신체
[기획] 얼굴 없는 눈, 몸 없는 영화 2024 - 상반기에 주목했어야 할 독립영화들, <이어지는 땅> <벗어날 탈 脫> <서바이벌 택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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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9일 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의 신임 이사장으로 백재호 이사장이 선임됐다. 백재호 이사장은 <그들이 죽었다>(2014), <시민 노무현>(2019), <붉은 장미의 추억>(2022) 등을 연출한 감독이자 배우와 프로듀서 활동을 겸해온 전방위적 영화인이다. 2022년엔 <최선의 삶>의 프로듀서로서 부산국제영화제 이춘연 영화인상을 받았고, 1996년 이래 독립영화계의 주축이었던 인디포럼영화제에 몸담기도 했다. 독립영화계 곳곳에서 펼쳐온 그의 다양한 경력은 최근 독립영화계가 겪는 여러 부침에 유연하게 대응할 역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독립영화에 대한 정책적 외면, 세대교체의 난점, 영화계의 연대 등 그의 앞에 놓인 숙제는 꽤 두텁다. 이사장 부임 후 한두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에 참여하는 등 끊이지 않는 일복에 파묻혀있다. 그럼에도 신인 영화인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며 “독립
[인터뷰] “신인 창작자들의 창작 기반을 마련해주며 저변 넓혀가겠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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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는 보통 30개 내외의 상영관도 잡기가 어렵다.”(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독립영화의 상영관 확보 문제는 상업영화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뚜렷한 한국영화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논제다. 실제로 최근 개봉한 독립영화들의 개봉 첫주 스크린 수를 살펴보면 <벗어날 탈 脫><서바이벌 택틱스> 같은 작은 독립영화들은 15개 아래의 스크린 수를 확보했다. <세기말의 사랑>이 123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73개의 상영관을 채우긴 했지만 “어차피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포함한 숫자이고, 첫주가 지나면 반토막나기 때문에 70~80개란 숫자도 큰 의미는 없다.”(주희 엣나인필름 기획마케팅총괄이사) 업계인들도 “독립·예술영화를 트는 상영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저하게 축소”(조계영 필앤플랜 대표)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더하여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은 “5~6개 극장에서만 상영하는 마이너한 독립영화의 상영을 담보”하기 위해 논의되던 “
[기획] 독립영화를 만들어도 틀 곳이 없는 것인가?, 독립영화의 상영관 확보 문제와 극장 다양성을 막는 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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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보기에 ‘독립영화 마케팅이 왜 다 비슷하지?’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조계영 필앤플랜 대표)라는 말처럼 최근 독립영화계의 홍보·마케팅 수단은 다소 한정적이다. 시사회, 관객과의 대화, 굿즈 프로모션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상업영화처럼 지상파와 유튜브의 홍보 프로그램을 순회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왜 언뜻 비슷해 보이는 홍보·마케팅만 눈에 띄고 있는 것일까. 홍보·마케팅 실무자들은 이러한 상황의 구조적인 허점을 짚어줬다.
첫 번째 이유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개봉지원 사업의 정책적인 한계에 있었다. 독립영화계 전반의 성적이 어려운 상황에서 배급사들은 P&A 비용을 자부담하지 않고 대개 영진위 지원금에 의지하고 있다. “영진위나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관객들의 눈에 띄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장선영 영화사 진진 기획마케팅팀 부장)인 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통한 지원금의 용처가 제한적임에 따라 홍보·마케팅의 다양성도 적어지고 있
[기획] 독립영화 홍보·마케팅이 비슷해 보이는 구조적 이유 - 유동적이지 못한 지원 정책의 한계, SNS 시대에 독립영화가 겪는 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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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영화에 1천만 관객이란 상징적인 숫자가 있듯이 한국 독립영화에서 ‘1만 관객’은 전통적인 흥행 지표로 쓰이고 있다. 1만 관객을 돌파한 독립영화는 일정의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으레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독립영화 업계에 16년 넘게 종사 중인 조계영 필앤플랜 대표의 말처럼 “1만 관객이란 숫자는 2008년 무렵부터 통용된 흥행 스코어고 15년도 더 된 기준”이다. 그 당시엔 5천만원도 되지 않는 제작비로 만든 독립영화도 많았기에 1만 관객이란 숫자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선이었다. 하지만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작품도 3억~4억원 하는 요즘 1만 관객으로 제작비 회수를 한다는 건 어림없는”(조계영 대표) 셈법이 됐다. 1만 관객은 말 그대로 상징적인 의미일 뿐 상업영화의 1천만처럼 현실적인 성공의 수치가 아니게 된 것이다.
최근의 제작비 추세에 따르면 “독립영화도 통상적으로 3만~5만명은 돼야 최소한의 P&A(배급·마케팅) 비용 회수와 재투자가 가능”(이재빈 판씨네마
[기획] 독립영화는 왜 1만의 꿈을 꾸는가? - 1만 관객의 허상에 얽힌 배급·개봉 문제, 티켓 프로모션의 실효성과 위험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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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수난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악재를 부른 원인은 여러 가지다. 큰 이유 중 하나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독립영화 관련 사업 축소다. 독립영화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영진위 사업 예산이 올해 대폭 삭감되며 영화계의 큰 반발이 일었다. 지난해 대비 독립영화 제작지원은 59.7%, 개봉지원은 66.5% 수준으로 줄었다. 더불어 지난 3월 말에 발표된 부과금 폐지 정책이 겹치면서 이후 영화발전기금의 조성과 영진위 사업에도 불확정성이 커졌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독립영화의 성적은 좀처럼 복구되지 않고 있다. ‘2024년도 영화발전기금운용계획’에서 영진위가 규명한 올해 기금사업 편성의 중점사항은 ‘독립·예술영화 등 영화산업 취약분야 생태계 활성화’다. 그러나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의 말처럼 “독립영화 정책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 “독립영화인들은 그저 버티는 중”이다.
이에 <씨네21>은 독립영화
[기획] 2024 상반기 위기의 독립영화에 던지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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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은 알려져 있지만 알지 못하는 역사다. 해방 직후 제주 도민들이 억울하게 학살당하는 참극이 있었다는 개괄만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막은 접하지 못한 이들이 훨씬 많다. 특히 군사재판에 회부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들의 사연은 제주 4·3 사건이 언론이나 TV 매체를 통해 알려진 한참 뒤에나 수면 위에 올라올 수 있었다. 김경만 감독은 제주4·3도민연대에서 진행하는 수형인 구술조사 연구에 함께하면서 수형인과 이들의 유족 120여명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양농옥, 박순석, 박춘옥, 김묘생, 송순희 다섯 할머니의 목소리에 집중한 다큐멘터리다. 김경만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날카로운 풍자와 독창적인 유머가 의도적으로 거세되어 있다. <하지 말아야 될 것들>에서 전쟁과 군사주의와 남성성 문제를, <각하의 만수무강>에서 북한을 적대시하던 사람들이 누구보다 전체주의와 ‘이승만’ 숭배에 적극적이던 모
[인터뷰] '돌들이 말할 때까지' 김경만 감독, 4·3에 대한 인식 변화의 가능성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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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이하 후지필름 코리아)는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를 공식 후원하고 있다. 시상, 공동 행사 개최 등 영화제 전반을 지원하며 재능 있는 영화인들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에 함께하고 있다. 올해는 지원 대상 및 이벤트를 확대하며 전년보다 끈끈한 협업을 예고하고 있다.
- 후지필름 코리아가 전주영화제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게 된 배경은 뭔가.
= 처음엔 시장 확대 등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컸다. 그런데 공식 스폰서로 함께하면서 전주영화제가 독립영화나 실험영화를 발굴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는 지원의 폭을 보다 늘릴 예정이다. 2011년부터 다큐멘터리 사진 그룹 온빛을 지원하고 있는데, 생계를 위해 본업은 따로 두는 분들이 많아 그분들을 위해 장비,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다. 전주영화제 후원 역시 앞으로 계속 진행하고 싶다.
- 전주영화제는 사진과 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등 실험영화도 여럿 선보인다. 때문에 후지필름 코리아의 후원이
[인터뷰] 임훈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 사장, “앞으로도 필름의 가치는 계속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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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에 성공한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속편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4월17일 국내 개봉한다. 전설적인 고스트버스터즈의 멤버 이곤 스펭글러(해럴드 래이미스)를 할아버지로 둔 피비(매케나 그레이스)는 엄마 캘리(캐리 쿤)와 오빠 트레버(핀 울프하드)와 함께 살다가 엄마가 지질학자 그루버슨 선생님(폴 러드)과 만나면서 4인 가족의 막내딸이 된다.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은 이들 4인방이 뉴욕의 고대 유물 속에서 깨어난 ‘악’령 ‘가라카’를 퇴치하는 과정을 담았다. 전편의 각본가였던 길 키넌은 이번 편에서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았다. “7살 때 극장에서 아빠와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1984)를 본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감독이 되어 이 놀라운 시리즈의 유산을 잇는 것이 감격스럽다.” “클래식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우아하면서도 으스스한 움직임에서 받은 영감을 유령 캐릭터에 심는 작업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도전적인
[인터뷰]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길 키넌 감독, 다시, 유령 잡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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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의 속편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에서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번 편에서 그루버슨 선생님과 어린 남매 트레버와 피비의 엄마 캘리가 연인으로 함께 살면서 폴 러드와 캐리 쿤도 더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됐다. 그루버슨과 캘리는 뉴욕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유령 퇴치 능력과 과학 지식을 뽐내고 다니는 괴짜 막내딸을 보호하느라 전전긍긍한다. 두 배우가 그루버슨 선생님과 캘리처럼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능청스레 상황극을 펼치는 모습에서 유령을 쫓는 그루버슨 패밀리의 화합이 속편에서 남달랐던 이유가 드러났다.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더 강하게 느끼며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을 촬영한 두 사람은 “오리지널 멤버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한층 환상적이고 유령이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분위기가 완벽히 조성된 세트 덕분에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캐리 쿤)며 입을
[인터뷰]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배우 폴 러드, 캐리 쿤, 초현실적인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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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미래를 알고 싶을 때가 있다. 아니 실은 거의 매번 그렇다. 그러나 미래를 아는 게 딱히 좋을 게 없는 경우가 많고, 애초에 그런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욕망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에, 가끔만 그러는 정도로 타협하기로 했다.
방송을 녹화해야 할 때나, 지금처럼 출판용 글을 써야 할 때, 즉 발화 시점과 수용 시점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을 때, 그렇다. 특히 그사이 어디에선가 중요한 사건이 도사리고 있을 경우에 더욱 그렇다. 시시껄렁한 농담 같은 걸 잔뜩 쏟아놓았는데, 그 글이 출판되어 읽히거나 그 방송이 화면으로 나가는 시점에 엄청난 재난으로 온 사회가 침울한 상황에 빠져 있다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언제나 ‘현재’를 살며 각자의 ‘입장’에서 그걸 받아들인다.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내가 ‘그때’ 왜 그랬고, 어떤 ‘생각’이었는지를 따져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밝혀둔다. 이 글은 4·10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에 쓰였다. 소
[정준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문어와 달걀 그리고 돗자리